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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나를 더 사랑하며 살련다..(셋째 페이지)      "반디의 홈페이지"
    
               


『눈꽃 하얗게 핀 밤』




봄의 길목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그대와 내가 나눈 그 수 많은 말과 글들이
밤새 눈발처럼 허공에 휘날렸고
나는 눈 덮인 대지를 벌거벗고 서서
두팔 내어 휘저었습니다..

가슴 시려움이 뼈에 사무쳤습니다.




-'10年 3月 9日 


                  


『설중화(雪中花)1』




당신이 별 하나 없는 운동장 벌판에서
파란 입술에
치를 떨고 울었으니
나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당신이 언 심장 불빛 가리고 돌아 앉아
터진 핏줄로
가슴 치며 울었다니
나는 죽어야 당연합니다.

당신이 어젯밤 폭설에 그리 찢기어서
울었겠지요.
나 그여이 넋 빠져서
하마 거듭 죽어도 쌉니다.




-'10年 3月 10日
<입은 옷 다 벗어 밤새 감쌌지만..
어디까지 벗고, 얼마나 죽어야 나 살까...>


                  


『설중화(雪中花)2』




숨 쉬더라도 숨을 멈추어라.
피가 흐르더라도 몸이 차가와야 한다.
그것이 네 사는 길이다.

아프더라도 숨 내쉬지 말라.
心臟이 더 얼어서 몸이 부서져야 한다.
그것이 네 사는 길이다.

숨 쉬고 心臟 뛰며 살 수 없다.
봄볕 맞아 웃던 네가 참으로 딱하구나.
春三月 하룻밤 暴雪에 여지없이 무너진 네 사랑을 보라.
살아서 뭐 하겠니.
죽어라!
그것이 진정 네 사는 길이다.




-'10年 3月 11日
<죽어서 가질 것 없을텐데 죽어야 가질 수 있단다..>


                  


『산바람』




산에 부는 바람을 산바람이라 불러서는 안될 것이다.
그저 그냥 좋다라고 하는 게 좋겠다.
산에 부는 바람은 거세고 매몰차기도 하지만
큰바위 모퉁이 돌아
살짝 고개 하나 넘어
턱에 숨 들이키고 나면 언제나 생각잖게
아!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산에 부는 바람을 산바람이라 불러서는 안될 것이다.
그저 그냥 좋다라고 하는 게 좋겠다.




-10年 3月 21日 <俗離山 文藏臺에서>


                  


『혼자사는 연습』




산 올라
넓진 하늘 올려보며 혼자서도 살 수 있겠다 여긴다.
세상에 혼자 밥 먹으며
서러워 외로움에 심통냈던 가슴이
얼마나 옹졸했던가.

괜시리 파란 하늘
빠르게 흘러가는 흰구름
세찬 바람 병풍으로
문장대 큰 돌틈 혼자 서서 손짓하는 소나무여!
그 아래
사람들 둘러서 밥 먹고 놀다 가고
교회 사람들 찬송 부르고
직장 동료 두사람 예까지 와 참 할 말도 많다.

지난 가으내 떨어진 갈참나무 잎사귀들 바람에 자르륵 흩날리며
봄볕 하얗게 널브러졌는데
그대 예부터 게서 참 너르구나 싶다.
아! 
나 그리 졸렬하였다.




-'10年 3月 21日 <속리산 문장대 삼거리에서>


                  


『보고싶다_1』




그래도 그렇지, 너 참 대단하다!
나 좋아서도 아니고
나 미워서도 아니라놓곤.. 어쩜 그렇게.. 
'그냥 잘 사는 줄 알거라.. 늘 고맙게 생각하는 줄 알거라..'  막걸리 한잔에 그 말 하나 남기고는..
엄동설한 지나
봄꽃계절에 눈꽃이 펴 밤새 사람의 마음 갈기갈기 찢는 이 마당에도
넌 어찌 한마디 벙긋도 없니?..

산속에 올해는 눈 많이 와서 참 살기 고약하다던데..
죽었냐, 갖혔냐는 메세지에도 쿵쿵 입 닫고
너는 참 밉구나..

어젯밤에 이곳에도 눈 많이 내렸단다..
살고자 하는 네게 
나는 죽이는 자 아닌가 싶다..




-'10年 3月 10日


                  


『보고싶다_2』




네 사는 산자락엔 봄볕 들기 시작했니?
뜨락에 푸른 물기 돌기 시작하면,
아침 햇살에 새소리 타기 시작한단다.

네 소식 한번 듣고 싶구나...




-'10年 3月 24日 


                  


『도명산』




꼭 당신 품에 들어야만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다가갈 순 없어도
먼발치 떨어져 있어도
당신의 아름다운 뒷모습
능선 너머
하늘선과 닿은 곳
소나무 사이로 지켜볼 수 있어서
봄산 부는 바람과
계곡에 흐르는 물
노오란 산수유꽃 산길 따라 
발걸음 당신 향해 갔으니
그것으로
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10年 3月 28日 
<도명산에서 속리산 바라보며>


                  


『산수유와 생강나무』




이런 말을 하면 다소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고,  나아가 무식해도 너무 무식하다고도 할 것 같아서 사
뭇 망설이며 이 글을 쓴다. 사실은 내가,  봄을 알리는 산촌의 노란 전령으로 알려진 산수유꽃을 올봄
에야 비로서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고 나서 보니 우리 회사 울타리에도 너댓그루 서 있을 뿐
만 아니라 차를 타고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동네 어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산수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나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그만큼 주
변을 돌아 볼 줄  모르고 살았다는 이야기일 것이고, 그 정도의  메마른 정서로 세상을 허둥지둥 살아
왔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얼마전에 나는 나이 오십줄에 들어 이제서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면
서 사람을 알게 되고 진정으로 사랑을 알게 된다면 그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한 적이 있
다. 그래서 올해는 우선 봄꽃이 피면 길 가던 차 세워 쪼그려 앉아 이쁜 꽃잎 어루만지며 보듬어 주겠
다고 했으며 사랑한다 말하겠다고까지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인생 오십년을 하나 같이 앞만 보고 살아 온 나에게 있어  가히 혁신적인 변화가 아니랄 수 없
는, 어찌 보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춘삼월 폭설에 이리저리 바람에 찢겨 떨고 있을 봄
꽃을 생각하며 밤새 뜬 눈으로 보낸 가슴 시렸던 올봄 그 때의 며칠을 생각한다면 그것 만으로도 정말
큰 변화인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나의 변화는 걸음마 배우는 어린아이와 같이 시작부터 다소 웃지 못
할 실수와 혼돈의 경험을  갖다 주기도 하고,  한편 그런 과정이 나의 변화를 부드럽게 순화시켜 주는
윤활유로서 오늘 아침 나의 커피 한잔을 더욱 구수하게 하기도 한다.

지난 삼월 마지막 주말에는 먼발치 어엿한 속리산 뒷모습과 산길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 보고 싶
어서 도명산을 찾았었다.  능선 너머 하늘선과 닿은 곳 어디에서도 흔히 만나 볼 수 없는, 도명산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소나무들 사이로 부는 봄 산바람의 유혹과 노오란 산수유꽃 손짓은 봄꽃에 대한 내
풋사랑의 순정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을 정도로 매우 강열 했었다.

아! 그런데,  하루 종일 어루만지고 뽀뽀하고 살갗에 비벼보기도 했던 그 산수유꽃이...  글쎄 나중에
자세히 알아 보니 산수유꽃이 아니라 생강나무라고 하는게 아닌가!  하기야 문학인 김유정도 생강나무
를 동백꽃이라고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의 봄꽃 풋사랑으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며 위안
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꽃 냄새도 꽃 생김새도 어지간히 닮은데가 좀 있어야 그럴 수도 있다 하겠
는데  그 차이점을 알면 알 수록 참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것을 갖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니 나도 참 속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하면 그토록 눈이 멀고 진실을 보지 못하고 오해하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가 보다.  오죽하
면 법정스님도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죽도록 당신을 오해합니다"일지도 모른다.'라고 했을까. 

지난 주말에는 원래 계획했던 문경의 주흘산 산행을 취소하고 도명산을 다시 한 번 찾아갔다. 그 웃지
못할 착각과 오해의 현장감을 스스로 되새김질해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전히 자연은 아름답고 물도
흘렀고 산바람이 온유했고 노랗게 생강나무꽃이 만발해 있었다.  더군다나 바로 옆 풍만한 산수유꽃과
어울려서 말이다.

그렇다! 구별하지 못한게, 또 잘 몰랐던게 뭐 그리 잘못인가. 생강나무면 어떻고 산수유면 또 어떤가.
법정스님도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이며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했
다. 실상은 말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 내가 나이 오십
이 되어서야 비로서 봄꽃을 겨우 들여다 볼 줄 알게 되었다 해도, 그리고 이 나이가 다 되도록 산수유
꽃조차 아직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나를 말하는 것이 뭐 그리 큰 창피한 일이겠는가 라며 자문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졌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본다.  그것이 오해라는 것일 수도 있고 착각의 피상물
일 수도 있다.  산길 가는 봄볕에 노랗게 어우러진 산수유와 생강나무만 하겠는가.

곧 들판에 녹색의 이름 모를 풀들이 대지를 향해 솟아 날 것이고  세상에 그 많고 많은 봄꽃들이 하나
둘씩 나름의 색깔로 피기 시작할 것이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 주말의 남쪽 뜨락에서부터 시끄럽겠지만
새소리도 나의 가슴 속에 풋사랑처럼 가득 차 올 것이다. 생각만 해도 푸근하고 행복하다. 생강나무와 
산수유꽃을 구별 못한 것이 챙피할 일이 아니라,  진정 내 가슴의 꽃과 사랑을 알아 차리지 못하는 오
해를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10年 4月 4日 <도명산을 두차례 다녀와서> 


                  


『매화』




한겨울 찬바람 지났기에 당신 그리 핀 것 다 압니다.
이 봄에 갖은 촉수(觸手) 꼿꼿 세워도 하얗게 예쁜 당신
푸른 가시 곁가지는 고격(高格) 있지요.

배려(配慮)는 욕심(欲心)을 버리는 일.
당신에 대한 욕심 거두지 않는 한 '배려는 요원(遙遠)하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배려보다는 욕심이 많습니다'라고 할테니까요.
벚꽃 기품(氣品)이 그만 하겠어요.

아! 언젠가는,
하늘에 소슬(蕭瑟)바람 불테고
연분홍빛 매실(梅實) 홀로 열리면 당신일랑 접어야지요.

순결(純潔)한 당신 설마 죽어서도 따겠습니까.




'10年 4月 12日 <바람이 붑니다..
계절이 다시 겨울로 가는 모양입니다.
어제밤 꿈에서.. 뜨락에 겨우 몇송이 피운 매실나무 꽃을 그냥 다 따 버렸습니다..
함께 핀 벚꽃이 그 고격(高格), 그 품격(品格)..어찌 좇을 수 있겠느냐마는.. 왠지 자존심 상해서요..

내가 당신 앞에 그 어떤 자존심과 
또 얼마의 콧대가 더 남아 있을까.. 생각합니까?
지난 겨울 찬바람과 봄맞이 대축제 기간 내내 내린.. 그 폭설 속에서 밤새워 다 꺾어 버렸는데요..
그래도 뭐가 더 남아 있을까요?..

이렇게 봄바람이 겨울 같이 부는 날에 당신의 꽃은 어디에 피었나요..
어제밤 꿈.. 나의 뜨락에서 뚝뚝 떨어졌던 꽃들은
당신의 꽃 아니었나요?...>


                  


『봄』




논갈이 시작했으니
바쁘겠다
그래도 행복하겠다
좋겠다

논 가는 일은 즐겁다
행복하다
좋다

어떤 논배밀진 몰라도, 바쁘고 즐거운 당신
아름다울 것이다
멋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울 것이다

힘 들겠다
쉽지는 않겠다
많이 고통스러울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는 맛이
나겠다
일하는 당신
참 좋겠다




-'10年 4月 18日 <봄 들녘에서..>


                  


『매화향』




올같이 상한 봄에는
미련(未練) 없이 퍼질고 놀다간
벚꽃향이 더 좋더라

꽃샘 설한에 
긴긴밤 달래 그대 들였더니
토라져 말도 없더군

오늘 미련의 홑꽃잎 
찌든 품 그대 잔향(殘香) 살아서
엄한 봄에 추하구나

꽃다지 외길
벚꽃잎 팔랑팔랑 날리는 날
제비꽃도 정 고운데




-'10年 4月 20日
<지난 꽃샘 雪寒 때, 따고 남긴 梅花 몇송이가 그 香氣 어디 보내고 
  추한 냄새로 징징거린다.
  그 때 모두 따버리지 않은게 잘못인 듯 싶다. 
  앞으로 어찌 두고 살까?...> 


                  


『꽃 떨어진 後에』




올봄 이른 봄날 꽃샘 때 
눈속에서 치 떨던 당신이 이튿날 아침 목 쉬어 말했죠.
무슨 사랑이 그렇냐구.
그래도 나는 밤새 당신 손 놓지 않았습니다.
죽지 않도록

눈물 흘리며 심장 터뜨려
피 싸늘한 당신이기에 나도 하마 거듭 죽었다고 말했죠.
꽃의 사랑이 그렇다구.
그래서 나는 정녕 당신 손 놓아 주었습니다.
죽지 않도록

오늘 아침 일상의 창밖에도 새싹 돋고 들꽃 피어 
기어코 봄은 왔나 본데
매실수 열매 열지 가지만 덧자랄지 두고 볼 올여름까지
숨가쁜 당신에게 나 산다 해얄지 죽어야 할지.




-'10年 5月 3日 <올봄 꽃샘에 다 죽어버린 梅實꽃...
 살아 남은 놈조차 모두 따 버렸는데 理解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理解 以前의 것은 무엇이고, 理解 以後의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約束_7』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지극히 천부적(天賦的)인 것일지도 모를 욕망(欲望)이란 것도 학습(學習)의 미명으로는 온
전하고 순수하게 치장될 수 없는 것이다.
수십년 배워 겨우 몸에 저축한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심혈과,  온몸에 피멍처럼 생겼다가 사라지곤 하
는 일상의 먹고 사는 하찮은 문제들, 그리고 볼품없는 자존심 때문에 주위 시선과 사회적 안위에 연연
하는 부모로서 또한 사회인으로서의 종속과 책임의 의식, 심지어 하루하루 늙고 시들어가는 지쳐 스러
지는 육체의 컨디션 관리에 이르기까지,  내 삶의 온갖 뼈대와 살을 이루며 학습의 美名으로 걸어가는
이와 같은 乾燥된 生의 발걸음 밑에서는 穩全하고 純粹한 欲望 따위란 가을에 떨어져 겨울바람에 흩날
리다 이듬해 봄까지도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낙엽과 같은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0年 5月 5日 <욕망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이미 내 곁을 떠나갔다>


                  


『매실나무』




오월 요며칠 따사한 기운 받아
당신 성격만큼 조잔한 이파리
새순 급히 내놓았구려.
그렇다고 지난 삼사월 참혹했던 꽃샘에서
살 찢어지고 가슴 후벼져
얼은 피 심장에서 철철 흘렸던 당신
잊겠다곤 안합니다.

새순 돋아 잊을거라 생각 마세요.
지난 꽃샘은 물론 그 이전
당신이 첫사랑으로 치부한 스무댓살 매화향도
잊을 것 아닙니다.

올봄에 나 거듭 죽었으되
설원에 툭툭 흩어졌던 당신 살점 줏으면서
밤새 울던 그날 만큼이나
차라리 죽으렸던 열아홉살 당신
보랏빛 뜰에서 스무댓해 연명한 당신을
잊겠다곤 못합니다.




-'10年 5月 6日 
 <올해 내 뜰의 매실나무는 
       맺힐 열매가 없지.>


                  


『증오』




이제 밤마다 가슴 한 켠에
사랑의 등불 대신
너를 위한 증오(憎惡)의 횃불 키워야 한다

아! 
보내고자 했을 때 보냈어야 했다
이제는, 너 보내고 싶어도 어쩔 수 없고
너의 추한 얼굴
흩어진 속살 찬 손에 쓸어 담으며
네가 내게 한 것만큼 꼭 그만큼의 미움을
증오(憎惡)로서 키워서
가슴 한 켠 횃불 밝혀 놓고

밤마다
너 죽으면
얼마나 거듭해 죽을지 알 수 없지만
땅에 파묻고
발로 밟아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나날을 계속해서
너 땅에 묻으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




-'10年 5月 9日
<앞으로 19年을 더 살까?.. 25年을 더 살까?..>


                  


『새벽 산책』




물안개 피는 五月의 호숫가
아침을 걸어 보라.

그림 그리는 畵家는
연분홍 물감을 잡아
아가손 몇개 보얗게 그려 넣고
캔버스에 가득
연녹색 큰 붓으로 검지 손가락
톡톡 터치하여
수양버들은 아래로
소나무는 위로 향하게
그어 주면 그만이다.


새소리 나는 五月의 개울가
아침을 걸어 보라.

사진 벗하는 作家는
원거리 렌즈를 돌려
물오리 몇수 사알짝 당겨 잡고
사각앵글 가득
심도 깊은 셔터로 검지 손가락
지긋 터치하여
쥐똥나무는 열어서
창포 늪은 조여 밀어서
눌러 주면 그만이다.




-'10年 5月 13日 
<"그 사람, 안 봐도 괴롭고 봐도 괴롭고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롭다. 
날보고 웃어도 괴롭고 남한테 웃어도 괴롭다. 
내 이름 불러도 괴롭고 안 불러도 괴롭다. 
내가 땅 속으로 푹 꺼지지 않는 이상 
계속 괴로울 것 같은데, 
그래도 있는 게 나아. 
보면서 미워라도 할 수 있음 그게 낫다" 
-KBS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文根英
(은조役)의 醉中 告白- >


                  


『금잠초(金簪草)』




흙 묻은 팔 털털 털고 일어나
흐르는 물에 손 씻으며 피식 웃는다.
먼 산에 녹음 빠르게 싱그러지고
흰구름 가볍게 떠노는데
민들레 꽃씨 하나 날아와 검정 바지에 붙는다.

뿌리 질긴 욕심만큼이나
달빛 영종도 노랑 붓꽃인 양 네 손 잡은 것이나
경원가도 함박꽃 꼬이어 입술 적신 것도 그렇거니와
가을바람 구례구역 속살 질러 스쳐갈 녘까지
널 너무 가진 탓이다.

지난 겨울을 슬픈 계절로는 않으련다.
잃어버린 날들이라 안하려구.
하루 한번 볕드는 철교밑에 너 질근 털어 놓고서
스무댓에 못 다 그린 순수유화 끄집어내어
삶의 오직 그리움은 품고 가려구.




-'10年 5月 17日 <美湖川 철교밑에서>


                  


『자조(自嘲)』




거칠고 투박하여 툭툭 터진 네 살결 보니 어찌 산지 알 만도 하구나.
그러니 온 세상 다 헤집고 다닌 송홧가루마저 네 짐으로 다 덮어쓰고 섰는게 아닌가 싶다.
가슴에 화(禍)를 담 듯 그렇게 끌어 안지 말거라.
몸에 가시 돋우고 스스로 네 몸 하나 추스리기조차 쉽지 않은 것 잘 안다.
지난해 겨울 그 추위 다 넘기고도 춘설(春雪)에 네 꽃 다 떨어져, 심지어 남은 꽃 내가 다 따 버렸는데도
질기고도 독한 너는 이 악물고 살아서
작은 품에 튼튼하게 매실(梅實) 열궈 그 조잔하고 여린 이파리로 힘들게 숨겨 놓았구나.
그러지 말거라.
숨기지 마라.
그냥 다 드러내고 네 만면(滿面), 네 성격(性格)대로 살거라, 이제는.
네 옆에 서 있는 감나무와 대추나무는 그렇게 아니 사는 것 너도 잘 알지 않느냐.




-'10年 5月 19日 <梅實나무 봄비 맞아 松花가루로 떡칠 되었다>


                  


『꽃에게 말하다』




호숫가 노랑붓꽃이 청조(淸操)합니다.
검은 잉어 한마리가 큰 원 그리 듯 헤엄치고, 오리 한 쌍 자맥질하며 노니는 게 사뭇 여유롭고 평화스
런 곳입니다. 작정(作定)하고 던진 내 한번의 돌팔매가 파장(波長)이 되어 호수 전체로 퍼집니다.

단 하나뿐인 가슴 그대에게 허락(許諾)한 것을  그저  한 여자의 정절(貞節)만 못하다 치부(置簿)하진
마세요. 오직 그리움에 마음 줬을 뿐 그대의 몸 바친 연명(延命)의 희생심(犧牲心)만 못한 거라  폄하
(貶下)되는 것 또한 싫습니다.
비록 이름 없는 계곡에 흐르는 물조차 다만 그대가 보기에 좋다고 여겨 좋은 건 좋은 것일 뿐,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그만의 이유(理由) 다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제 들판에 양지꽃 노랗게 펼쳐지면 나만의 사랑으로 빼앗긴 마음 찾아오겠습니다. 그 환희(歡喜) 그
염원(念願)으로 내 살 길 가겠습니다. 쇠내골 접어드는 우리 동네 어귀, 검붉은 함성(喊聲) 가득히 장
미꽃 피는 계절(季節)에 내 가슴 내 것으로서 살겠습니다.




- '10年 5月 20日 <안개초는 나의 뜰에서 단 한번만 꽃을 피웠다.
   그 옛날 왜가리 울음 흰빛 나래 서린 명암호수(明岩湖水)에 붓꽃이 조화롭다.>


                  


『그래, 미쳤다』




두고두고 회한(悔恨)할 수치(羞恥)의 삶을
질긴 인생(人生) 네 것으로서 
너는 오래오래 그리 지녀 살거라.

어쨌든 네가 멀쩡히 살아
튼튼한 열매 맺고
조잔한 잎 살랑살랑 웃어 흔들며
네 성질(性質) 모양으로 가시 시퍼렇게
온전히 사는 꼴 그냥은 볼 수 없다.

햇빛 하얗게 쏟아지는 거리에서
네 터진 몸덩이 껍질 더 벗겨 버리고 
굵은 가지 몇 개라도 툭툭 꺾고 싶지만
그리 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올 춘설(春雪)에 네 꽃 모두 얼어 죽고
내 손에 떨어지고 거듭 발겨져서
거리에서 예사(例事) 추하지 않은 너
세상(世上) 사람들 다 보고 다 안다.

그저 앞으로 살아갈 여름 동안
네 숨겨둔 열매 어찌 클지 얼마나 이쁘게 익을지
가을에 잎이 어떻게 질지
올같이 추운 겨울 고이 보내고
내년 춘설(春雪)에는 또 다시 뻔뻔한 얼굴
그 가증스런 흰 꽃
어찌 도도히 피울지
차마 용서(容恕) 못해 지켜 볼 일이다.

두고두고 회한(悔恨)할 수치(羞恥)의 삶을
질긴 인생(人生) 네 것으로서 
너는 오래오래 그리 지녀 살거라.




-'10年 5月 21日 <부처님오신날 아침인데
  매실나무 옆에서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내가 그만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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