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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나를 더 사랑하며 살련다..(일곱째 페이지)      "반디의 홈페이지"
    
               


『얼마나 살아야』
 
 
 
 
그게 뭐랄까
지난 겨울 유난히 추웠어도
팬티 차림에 뜀박질한 결과는 한마디로
좋다다.
 
참 잘 되었어.
 
독한 매화 까맣게 잊어 버리고
노란 창포에 오리 자맥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에
보랏빛 아이리스 말려 걸면서
보낼 것 다 보내 버렸거든.
 
이 봄 계절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부터 매화 목련에 이르기까지
다투며 피고 지더니
오늘 아침에는 끝내 아카시아까지
흰꽃 새로 피더라구.
 
다 잘 되고 잘 사는 것 아니겠어.
 
이만큼 살게 되었고
남들 날 보고 웃어 주고 
말 섞어 사람으로서 대해 주면 됐잖아.
자식들 제 모양 살아가고
그 이상 잘 될 일 뭐 있겠어.
 
잘 된 일이야.
 
발밑에 무성한 풀들도
따사한 봄볕과 바람과 넓고 푸르른 대지를 향하여
키 클 놈은 키 크고
하늘로 바다로 날 놈들은 저마다 
성질대로 날아 가야지.
 
혹시 이 가슴 귀퉁이에
무거운 앙금 엉켜진 타래 남아 있다면
욕심 과한 나 
죽어서야 부서질 나랄 밖의 나
그 것 놔두고는 
 
다 잘 된 일이야.
 
 
 
 
-'11年 5月 14日
<이렇게 행복한데도. 이렇게 좋은데도> 


                  


『어무이』
 
 
 
 
가슴이 휘휘한 날에는
오늘처럼 비라도 와야 좋다. 
빗소리 듣고 있다 보면
어린 시절 어무이와 논고랑에 물 고른다며 맨발에 흙 다 묻히며 두런두런 나누었던 이야기
옆집 준이가 장가가서 아이를 낳았다는 둥
혜진이가 군인인 남편 따라 부산 가서 살다 돌아 왔다는 둥 이야기며,
아부이가 맨날 술 자시고 힘들게 해서 못 살겄다 이게 네 앞에서 무슨 할 소릴꼬
하셨던 구수하고 부드러운 어무이 목소리 들릴 듯 해서.
 
가슴이 먹먹한 날에는
오늘처럼 비라도 와야 좋다.
빗소리 듣고 있다 보면
어린 시절 어무이와 해걸음녘 밭 갈고 돌아오는 길 깍지째 콩 구워 먹으며 나누었던 이야기
네가 형으로서 동생들 살펴서 살그라는 둥
소연이가 저래 뵈도 야물차고 속이 꽉 차서 잘 살기라는 둥 이야기며,
아부이가 맨날 저러셔도 다 느그들 사랑해서 그럴기다 니 커서 보면 다 알끄다
하셨던 시원하고 소탈하신 어무이 목소리 들릴 듯 해서.
 
 
 
 
-'11年 5月 26日
<비 오는 날에는 세월이 거꾸로 흐른다> 


                  


『찔레꽃』
 
 
 
 
사립문 밖 섰던 그녀
문지방 오기까지도
참 오랜 세월 흘렀구나. 
매년 5월 
하얗게 웃겠지만
이제부터 방문 열고 
내 곁까지는 
얼마나 더 걸릴지. 
 
 
 
 
-'11年 5月 29日
<평생 걸릴지도...> 


                  


『행복』
 
 
 
 
바람에 실려 찔레꽃 향기
내게까지 왔으니
이만 자도 되겠다.
캄캄한 방
이 밤 문지방 넘어
들어올 곳 못 될텐데
남산에설지
우암산에설지
바람을 타고 찔레꽃 향기
나에게로 왔으니
이만 자도 되겠다.
 
 
 
 
-'11年 5月 30日
<내려 놓아도 될까...> 


                  


『생각없이』
 
 
 
 
가끔 이렇게
대책 없이 살기도 한다.
아카시아꽃 향기 바람에 실려 오면
아! 참 좋다.
 
구름 위 비행기 나는
물끄러미 하늘 쳐다 보다가
살갗 스치는 봄바람
사랑하는 당신 손결이라 부드러워
 
눈같이 곱게 날리는 꽃잎 
조용한 사무실 턱 괴고 앉아
하얗게 웃으며
대책 없이 살기도 한다.
 
 
 
 
-'11年 5月 23日
<그립지 않을거고..> 


                  


<상담>
 
 
 
 
대화는 상념을 눌러 버린다. 
나아가 수다는 독백마저도 숨죽이게 한다. 
 
 
 
 
-'11년 6월 8일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결혼 3년차까지 써 온 47권의 일기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그 시절의 감성과 가치관을 담은, 아마 수천통도 넘을 보낸 편짓글들이 까맣고 파란 잉크로 쓰여져 
책꽂이에 꽉 차 있지요.
언제부터 내가 일기와 편지 쓰기를 뚝 끊게 되었을까요?
왜일까요?
하지만 마치 한처럼 이어 온 최근의 내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짧을 글들과..
그리고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만남과 만남들이 낳은 그 때 그 때의 내 정서의 흔적들..
아!
이것들을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평생의 한, 아마 죽을 때까지 그저 끌어 안을 수는 있어도 어쩌지 못할 내 이 삶을.. 미완의 영혼들을요.... 
 
 
 
 
-'11년 6월 17일


                  


『잔열(殘熱)』
 
 
 
 
집착(執着)이었어도 괜찮다. 
아! 
그 겨울 한복판 지나서
여린 매화 다 땄던 증오(憎惡)였어도, 이제는
이 장마철 발 밑 흐르는 
빗물에 식어
내 심장(心臟)은
그에게 그저 밥 사 주는 일
말 귀담아 들어주는 일
웃어 주는 일
그리고 만났다 헤어질 때
가만히 손 흔드는 일
이라고.
 
 
 
 
-'11年 6月 23日
<비 그치지 않기를..> 


                  


『約束_8』
 
 
 
 
고독(孤獨)이란 결국 욕심(欲心)이 발원지(發源地)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욕심을 버리는 일을 고작 포기(抛棄)라는 것으로 밖에 실천할 수 없는 내가 
과연 행복(幸福)이란 자각(自覺)에 도달(到達)할 수 있는 것일까? 
아! 그 자각이란 혹 죽음이라는 형태의 것은 아닐까?..
 
고독함으로써 행복함의 자각을 얻는다는 것은 아! 안타깝게도 죽음을 뜻한다. 
우리의 삶이란,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소유(所有)와 존재(存在)는 늘 같이 따라다닌다. 
천부(天賦)의 것과 학습(學習)의 것도 마찬가지이다. 
무소유(無所有)는 틀렸다. 
행복이란, 그것들의 균형(均衡)과 조화(調和)로부터 자각되어지는 중용(中庸)의 것이다. 
 
천부의 것이든 학습의 것이든 소유(所有格)와 존재적(存在的) 극단(極端), 첨예(尖銳), 
대립(對立), 갈등(葛藤)은 삶에 있어 필수(必須)다. 
다만 그것들의 자각 능력을 통해 조율(調律)하고 조정(調整)하고 균형(均衡)을 
고를 수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幸福)할 수 있다. 
 
균형, 조화, 조정, 조율과 같은 단어는 중용과도 같이 참으로 고차원적(高次元的)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어들의 감각은 모두 고독(孤獨)하다.
 
 
 
 
-'11年 6月 25日
<비라도 와야 나에 대한 約束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 


                  


『상한(上限)』
 
 
 
 
과장(誇張)과 허영(虛榮)은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인간의 본성(本性)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다만 과장과 허영 모두 거짓을 부를 수 있는데, 
아! 문제(問題)는 허영에서의 것이다.
 
 
 
 
-'11년 6月 25日 


                  


『해거리』
 
 
 
 
작년 그리 많던 매실이
올해는 가뭄에 콩 나듯 겨우 몇개만 열었어요
執着이라던가요
憎惡..
뭐 그딴 소리 말고라도
눈도 채 녹기 전에 梅花 다 따 내 미쳤던 게 언제였는데요
 
올여름 지나 한강변 아련히 구절초 피고
우리 동네 굽은 신작로 낙상홍 빠알갛게 익어가는 날
서릿발 언덕 흰 눈꽃 쌓이면
찬 겨울에도 나팔꽃 여린 눈가에 눈물 젖겠죠
 
서운하지 말아야 해요
그리 가서 올핸 氣力 없는 걸 어쩌겠어요
내년 春三月에 그여 다시 오겠죠
아! 오늘 나는 
개망초 하얀 꽃길 달리겠어요
 
 
 
 
-'11年 7月 6日
<뛰자. 뛰어야 사는 것이다> 


                  


『헌신(獻身)』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내가 나서 살면서 혹여 유일할지 모를 절정의 숨 몰아 쉬면서까지
설혹 낭비(浪費)의 혼이랄지
내 아버지 일기장 그은 자만(自慢)의 병폐랄진 알 수 없어도
한번쯤 이 여름에 호사(豪奢) 누리고 싶다.
 
굵은 비 플라타너스 이파리 두드리고
달리는 아스팔트 신작로 큰 기둥 가로수로 안고 설 가슴으로도
열린 틈 차창으로 분홍 스카프 넣어 줬으니
눈가에 어느덧 황토색(黃土色) 풍요 분수되어 내뿜는다
오늘은 이 욕심(欲心) 죄 아니지 한다.
 
 
 
 
-'11年 7月 11日
<生의 목표란 뭘까.. 
2011年 장마 속 淸州가로수길에서> 


                  


『술집 그녀』
 
 
 
 
잠 못 이룬 밤
너무 긴 밤
外面하고 싶은 밤
갑갑하고 울화통 터진 밤
참으로 異質的인 밤
사랑, 일, 꿈과는 거리가 먼 밤
먹은 것 다 토하고 싶은 밤
 
그녀의 밤
내가 서 있는 밤
 
새소리 없고 自動車 소리만 나는 밤
꽃香氣 없고 바람만 후텁지근한 밤
 
그녀의 밤
내가 서러워 서 있는 밤
 
無心한 밤
感覺 잃은 밤
잠 잃은 밤
숨 죽이고 눈 멀겋게 뜨고 지샌 밤
죽어야 사는 밤
허허벌판 漠然한 밤
버서버석 돌 씹는 밥상의 밤
 
하늘에 電話해서 비 보내라 할까
詛呪의 양철지붕 소리 죽으라 비 더 퍼붓게 할까
 
그저 네 목소리 좋아서지
술 좋아 하는 것도
더군다나 네 몸덩이 그리워서도 아냐
나 너 볼 일 없지
널 만날 理由조차 없지
 
 
 
 
-'11年 7月 19日
<感謝와 걱정, 그 理解와 誤解> 


                  


『미혼(美魂)』
 
 
 
 
남자는 보라빛 터널에서
사랑의 분출 쏟아내는 
절정만을 빼고는
언제나 고독하다
 
여자는 돋아난 소름만큼 
뜨거운 심장의 숨결이
닿는 순간에서도
여전히 고독하다
 
일은 위대하고
인간은 영원할까
찢어진 영혼이 열정과 희열로써
고독 씻는다지만
 
여민 가슴에 떨린 손길 없이는
일에도 사랑 없이는
삶에 그리움 없이는
누구나 고독하다
 
 
 
 
-'11年 8月 2日
<産.學.硏 워크샵에서> 


                  


『완주(完走)』
 
 
 
 
인생이란
고통의 절정, 그 線上에서
매 순간 
희열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리기를 하는 일이다
고독도,
죽음도 이와 같다면
삶에
바랄 나위 없겠다
 
 
 
 
-'11年 8月 4日
<청주 무심천변에서>


                  


『냉혹(冷酷)』
 
 
 
 
나는 
아주 작은 일일지언정 성공한 사람을 선택한다.
성공을 거듭해 경험해 온 사람은 단 한번의 큰 실패에 부딪쳐서도
그 사람은 다시, 
성공의 길에 찾아 오른다.
 
나는
아주 작은 일일지언정 실패한 사람을 경계한다.
성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단 한번의 큰 성공을 염원하지만
그 사람은 끝내, 
성공의 길을 찾지 못한다.
 
 
 
 
-'11年 8月 7日
<앞만 보고 살아 왔지만 그것은 맞다> 


                  


『이것마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쯤 되어서
이렇다 할 치적이라도 내세울 만한 삶이라면 또 모르겠다
하루 밥 세끼 얻어 먹는 일로써
매일 똑같은 사유와
반복된 행위로 
고작 계절풍에 얹혀 사는 인생이
 
어느 누구도 봐 주지 않는 글 왜 쓰는 것이며
변덕부리며 바꾸고 치장해 봐야 거기서 거깃 밖에 되지 않는
홈페이지 뭣하러 유지하는 것이며
그리고 트윗엔 왜 들락거리며 사는지는
참 모를 일이다
 
나름 자존심은 파릇파릇 살아 있노라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다
누가 봐도 살아 온 날보다 살 날 적은 것 뻔히 보이는 길목에서
이것마저 놓으면 안된다
빠득빠득 우기며
뛰며 자각하며 아니, 날랑 꽃일랑 사랑한다고 
 
 
 
 
-'11年 8月 19日
<自尊心...
하지만 그런 거 버린지 오래다.> 


                  


『수긍(首肯)』
 
 
 
 
나 옷 벗고 자다
새벽잠 깨어 불 켜고 보니
손 발은 없고
고작 몸덩이 어디에도 보이는 것 잡히는 것 없다
 
그저 떡하니 세갈랫길 한복판에
누군가 버리고 간 검정 비닐봉투 속에는
희끗 머리카락 한 웅큼과
찢겨진 신용카드 영수증들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국화 다발에
쓰다 터진 콘돔 나부랭이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크고 까만 눈을 한 소녀가
내 어깨에 손 얹어 너무 차가워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내고 만다
 
 
 
 
-'11年 8月 23日
<이제는 별꼴로도 다, 병원엘 간다>


                  


『팔월(8月)』
 
 
 
 
여름내 빗속에서
양철지붕 시끄러웠죠 
어찌 뭐라겠어요
장미는 커녕 봉숭아꽃
어느새 피어
언제 쇠었는지도 
몰랐거든요
나름 또다시 흠집은 
없어야 했죠
 
무심천 흰구름이
풋과일랑 여무는 들녘
노 저어 가고요,
돌다리 건너 닭의장풀 꽃잎은
옛날에 현순이 손잡고 
멱 감고 오던 저녁에
난 네가 참 좋아 했던 
자줏입술 꼭 닮아
있잖아요
 
아, 오늘은
한낮 내달린 내 발목에
쑥부쟁이 흐드러져
간질이고 앉았는데요,
이제 우리가
보랏빛에 휘둘리고
이토록 행복해 하고 있어도
뉘 혹여 뭐랄 일은
없어야지요
 
 
 
 
-'11年 8月 28日
<가을 문턱 무심천에서
보랏빛 쑥부쟁이가 익어간다> 


                  


『붉은꽃』
 
 
 
 
그녀 말로는
八月도 여름이라
태양 여전히 뜨거운데
뒷뜰에 봉숭아꽃
내 靑春 정액과도 같이 
투두둑 떨어져
마당에
수북 쌓여 있다
 
돌아 선 뒤에서
비 오는지
흠칫 이는 바람에
키 큰 봉숭아
두어 개 붉은 꽃
파드득 떨다 아버지처럼
마당에
뚜둑 떨어졌다
 
오늘 아침에
슬쩍 나가 본 뒷뜰에는
질펀한 빗물
골 지어 흐르고
붉은 꽃 여문 넋들이
내 靑春 열정과도 같이
마당에
흘러 넘친다
 
 
 
 
-'11年 8月 31日
<靑春! 좋은 單語다> 


                  


『소유와 존재』
 
 
 
 
삶이란 그저 살면서 
그냥 살면 되는 것이지 왜 나는 
꼭 무슨 일마다 가치를 적시해 나가며 
내려다 보고서 휴우-
올려다 보면서 허어-하여야 
사는 것일까 
 
삶이란 그저 살면서 
그냥 살면 되는 것이지 왜 나는 
늘 자면서 몸덩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가진 것 같아서 휴우-
없는 것 같아서 허어-하여야 
사는 것일까 
 
 
 
 
-'11年 9月 2日
<그저 살면서 그냥 살자>   


                  


『너는』
 
 
 
 
있다와 없다라는 動詞에
돈
권력
명예와 같은 單語만을 主語로 써 온 너는
무척 슬퍼 보여 
갑자기 배가 고파져
 
하지만 가을에는
꽃
사랑
뜀박질 같은 單語를 쓰도록 해 봐
파란 하늘로 올라가
구름처럼 하얀 너
너무 아름다워 눈이 다 부셔
하물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主題로 글 쓸 수 있는 너는
그 얼마나 좋니!
 
幸福할거야 너는
 
 
 
 
-'11年 9月 4日
<伐草를 마치고> 


                  


『커피』
 
 
 
 
그녀의 音聲처럼
눈망울처럼
마음씨 같이
가을 香氣는 짙다
 
가을 香氣로 말하는
보는 너는
思索의 너는
깊고 그윽하다
 
 
 
 
-'11年 9月 7日
<가을과 모카향은 닮았다>  


                  


『웃긴다』
 
 
 
 
옛날 꼬맹이 때에는
바지와 팬티를 다 내리고 오줌을 누었어
앞 단추 풀기가 참 어려웠거든
하얗게 쌓인 눈 밭에 
오줌 찌익 갈겨서 노랗게 구멍 나는 것 보면은
무척 웃겼지
내친 김에 내 이름 쓰고 현순이 이름 겹쳐 쓰고 나서 
山 그리고 太陽 그리는 것이
참 멋있었거든
 
이거 원~ 장가가고 애도 낳아 
인생 잘 나갔던 어느 녘에는 술친구와 나란히
건널목 지나 골목길 돌아 드는 하얀꽃 핀 돌담에다  
시원하게 실례한 적 많았지
근데 그 친구 꼭 내 고것 빤히 내려다 보며 하는 말이
너 고래 갖고 어떻게 애 낳았냐 
남자 구실 똑바로 하고 사느냐 하며
놀리곤 했었잖아
 
정말 웃겨 
난 제구실 잘하고 살고 있거든
山 넘고 太陽도 품으며 멋지게 살아 왔는데
그 친군 지금 만나도 그리 할 수 있을까
이제는 병원에서 의사가 어디 좀 내려 보세요 하면은 
주절주절하면서 바지도 잘 내리잖아
히죽히죽 의사가 웃어도
노후 삶의 질이 어떻고 약 두어 달 먹어서 
세상 싸악 달라진다니까
 
 
 
 
-'11年 9月 9日
<나 男子지만 정말 웃긴다> 


                  


『窓가에서』
 
 
 
 
봄에는 꽃들이 하얗게 소리쳤다
사랑 
사랑한다고 
 
지난 여름 비에 풀벌레 소리
뜨겁게
빨갛게 나들더니
 
이 가을엔 
토르르
찌르르 밤마다 귀뚜라미가 운다
 
오늘 밤 자고 나 나뭇잎 소리
툭
투둑 떨어지면은
 
내 가슴 속에서도 소리가 날까
그리움
그리움이라는
 
 
 
 
-'11年 9月 17日
<가을부터는 눈도 그리울테지>


                  

 
『친구 아냐!』
 
 
 
 
누군가에게 날 주고 뺨 맞아 아프지 싶다 
누군가에게 내 가슴 빼앗겨
후회되고 슬퍼지는 것이지 싶다
 
아! 이런 생각이
다 내 부덕의 소치이지 싶은데
 
그러면 앞으로는
계산하고 따져서 주어야 하나 싶다
아예 주는 것 말아야 하지 싶다
 
 
 
 
-'11年 9月 19日
<받아내려 하는 내가 바보다>


                  

 
『다』
 
 
 
 
그러자 한들 
다 그리 말하고 사나
그러자 했는들 
다 어찌 그리 하고 사는가
그러자 하며
다 그리 생각하고
다 그리 말하지만
못해서
너무 힘들어서
너도 나도
다 그리 속고 
다 그리 속이며 산다
 
 
 
 
-'11年 9月 20日
<그 인생도 참 피곤하구나!>


                  

 
『이중창』
 
 
 
 
진공 같은 고요함
귀뚜라미 소리 없어져
새벽에
놀라 잠 깨었다
 
어허~
알고 보니 춥다고
창문 꼭 닫혀 있구나
서리 안 내렸는데
 
사람의 소리도
계절 바뀌면 한순간에
이중창 밖
절연이 될까
 
 
 
 
- 11年 9月 24日 
<새벽 공기가 제법 차다> 


                  

 
『봉숭아 꽃씨』
 
 
 
 
곁가지 바람에도 
서지 못하여
이꼴 저꼴 수탈에
너덜너덜 해질대로 해지며
온동네 널브러져
툭툭 터뜨려진
봉숭아꽃 저 씨앗이
바로
네 그 친구니?
 
여름내 비 잦았고
요란했잖아
뜨거운 양철지붕 아래
빨강꽃 새하얀 꽃 
숭숭 떨어지던 밤마다
자다 말고 벌거벗고 나가서
네가 울면서 
얼마나 많은 날들 
쓸어 주고 
보듬어 줬는지
 
내가 좀 알잖아
다 봤거든
 
 
 
 
-'11年 9月 27日
<友情, 그러면 되었어!> 


                  

 
『출근길』
 
 
 
 
들꽃이라 해서 
아무데나 피지 않는다
알알이 수수밭길 따라
너어른 들판에
한 폭 수채화로 핀다
 
올해는 동네마다
낙상홍 빠알갛게 익었다
서리 깃발 기다리다
너얼단 신작로 돌아들 때
빨간등 못 볼까 봐
 
설렁탕집 앞에는
키 큰 다알리아 새빨갛게
큰 손바닥 너머로
통 큰 호박 어우러져
호탕하게 피었는데
 
개망초 다소곳
수줍어서 돌 틈 뒤 숨고
쑥부쟁이 구절초는
가을 색깔 하늘 만나
왁자지껄 신명들 났다
 
 
 
 
-'11年 9月 28日
<가을엔 할 말 하자> 


                  

 
『코스모스』
 
 
 
 
꽃 귀했던 어린 시절 
코스모스 꽃길 풀 뽑던 가을 날에
살포시 그녀가
손 잡아 주었습니다
사랑이란 숨 막히게 심장 쾅쾅 치며 오는 것 
그것 가르쳐 준 꽃입니다
 
요즘은 아무데서나
호숫가에서
시끄런 기찻길 옆에서도 
천하게 몸 흔드는
잡초 코스모스 꽃 자주 만난답니다
여름에 정신 나가서 
봄에도 깔깔 웃는 그녀
푸른 입술 젖은 바짓가랑이로도
그리움 없이 만나는 그녀
그냥 들판의 꽃입니다
 
 
 
 
-'11年 9月 29日
<아! 그리운 선생님~~> 


                  

 
『더블딥』
 
 
 
 
처음엔 고통스러워
죽을 만큼 힘들어서 
소주 한잔 먹고
봉명사거리 사람들 오가는데
울면서 섰었잖아
하늘 쳐다 보면서
 
또다시 힘들어도
죽을 만큼 차가워도
등짝에 짊어진 술 익었으니
무심천변 비 내리는 날
땅거미 쏟아져도
울고 섰지는 않아
 
 
 
 
-'11年 9月 29日
<두번은 지지 않는다!> 


                  


『나는』
 
 
 
 
일로써 새소리 막는 나
成果 내세워 꽃향기 젓는 나
고운 손길 
포근한 사랑
아! 꿈결 같은 바람에도
황양한 벌판에 선 나
썩은 靈魂
퇴폐한 肉體뿐의 나
 
 
 
 
-'11年 10月 5日
<올해도 들에는 나가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며』
 
 
 
 
한 줄 쓸 수 있는 너는 위대하다
너의 글에서 빨강꽃 노란꽃 흰꽃..
기왕에 꽃향기 났으면 좋겠다
새소리 배어났으면 좋겠다
 
너의 말을 하라
네 심장의 소리를 내거라
네 말, 네 소리 않으려거든 차라리
남의 소리조차 듣지 말거라
 
아하! 건전한 삶이란..
'소유'와 '존재'에의 균형을 좇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오늘도 
너는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11年 10月 5日
<올해 들에는 나가지 못했어도> 


                  


『자신감』
 
 
 
 
밤새 술 마셔
서릿발 성성 시퍼런
밭두렁 집 오는 길
에이 이놈의 술 먹는 세상! 
흐느적 허리 흔들며
새벽 배추밭 오줌 갈기던 
그 때가 좋았다
 
건강 생각해야 하고
엉성한 삶 요리조리 메우느라
여력 없고
힘 없고
젊잖고 잘난 지금은
절대 그리 못한다 
 
 
 
 
-'11年 10月 6日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새벽안개』
 
 
 
 
밤안개라면 또 모르겠다
차디찬 네게서 옷 벗을 수 없다
아니 손 잡을 수 없다
너의 팔 첩첩이 내 몸 감싸 돌아도
따뜻하게 녹여 줄게 하여도
언제 다시 불현듯
날 두고 달아날지 알 수 없어서
벗겨질 게 두려워서
 
 
 
 
-'11年 10月 10日
<안개의 계절엔 냉철해야 해> 


                  


『못대가리』 
 
 
 
 
나는 왜 비스듬히 세상에 
이걸 달고 나와 
이 모양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이제 와 
가위로 자른달 수도 
망치로 두들겨서 달랠 수도 없다 
 
세상에 하고 해도  
많은 것 중에 하필 이 무거운 짐 
버티기 힘겨워 
 
언젠가는 장도리 가져다 
쑥 송두리째 뽑든지 
차라리 깊게 쿡 박아 버리든지 
 
 
 
 
'11年 10月 12日 
<삭아서 없어질 수도...> 


                  


『가을 깊어지는데』
 
 
 
 
창 밖 대추나무 사진 찍어 보냈더니
그대는 
노란 꽃이 곱다며 지긋 웃었죠
 
안개 낀 새벽 공기 글에 담아 보냈더니
그대는 
냉철하게 초연해야 한댔죠
 
 
 
 
-'11年 10月 15日
<올해는 가을병 앓지 않아도..> 


                  


『갓밝기』
 
 
 
 
내 가슴 동쪽에서
북으로 흐르는 가을강에
징검다리 하나 놓았습니다 
그리움 속으로
 
나는 징검다리 지나
노란 들판을 걸어 갑니다
서리 내리고 새벽안개 싸여서
손 차고 시려도
 
올여름 끓었던 심장
식지 않도록
입가에 쉰서넛 호흡 새지 않도록
짙은 외투 둘러매고서
 
 
 
 
-'11年 10月 17日
<뜨는 해 바라보며 심호흡!> 


                  


『미안해』
 
 
 
 
여보, 
내 나이 아직 청춘이고 할 일 많이 남아 있는데, 요즘 내 몸에서 일어나는 잦은 변화들로 인해 우울하고, 
솔직히 많이 무서워.
이런 내가 싫고, 그래서 화가 나. 
여보, 미안해. 
 
 
 
 
-'11年 10月 18日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대에게』
 
 
 
 
고함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얼마나 처절히
고립되고 외로워서 그럴까
남들은 내가
밖에서 고함, 안에서 큰소리
그렇게 자유로운 인생일 줄 안다
아, 오해는 말아 줬으면 한다
곧 터질 듯한 심장
파랗게 얼어서
밤마다 내면의 몸부림에 떠는 나
아마 알 사람은 없다
결국 이렇게 살다 어느날
피 쏟고 죽겠지
방법이 없잖아
삶이란 
앞으로만 갈 수 있을 뿐
되돌이킬 수 없으니까
오, 그대여! 나 사는 동안만이라도
날 그저 바라 봐 주면 안돼?
날 좀 이해해 주면 안되냐구
 
 
 
 
-'11年 10月 18日
<그대는 모른다. 내 속 얼마나 터지는지> 


                  

 
『미안해』
 
 
 
 
여보, 
내 나이 아직 청춘이고 할 일 많이 남아 있는데, 
요즘 내 몸에서 일어나는 잦은 변화들로 인해 우울하고, 
솔직히 많이 무서워.
이런 내가 싫고, 그래서 화가 나. 
여보, 미안해. 
 
 
 
 
-'11年 10月 18日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을 호숫가 매실나무』
 
 
 
 
어제밤 가을비에 매실나무 남은 이파리 다 떨구었다
된서리 내리고 겨울로 가는 바람 쌩쌩 불어 온다니
내 가슴 어귀 가득 낙상홍 붉은 빛깔 선명도 하구나
 
지지난 춘설에 너 심장 터뜨리며 죽는 꼴 다 본 나는
이제야 이맘 때 내 몸에도 단단한 가시 크게 돋우어
터지고 거칠어진 나이 가늠 매듭에 칭칭 얽었음인데
 
이 계절 사연 둥둥 흐르는 푸른 호숫가 햇살 따가워
가만히 옷 벗어 들고 찬 바람 알몸으로 맞이했더니
네 고운 손결 따라 돌출물 하나 척 누져 노니는구나
 
 
 
 
-'11年 10月 25日
<올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것이다. 
따뜻한 겨울 맞이하리라> 


                  


『트위터』
 
 
 
 
쓰레기 퍼 나르느라
새들이 바쁘구나
시끄럽구나
아름다운 새소린 들리지 않네
다이아 금가락지 주울까
냄새 나는 데서
뭘 그리들 애쓸까
 
아름다운 새들아
짹짹짹 사랑아
자기 날개 자기가 흔들어야지
찢어졌어도 자기 목소릴 질러야 하지
뜨거운 열정 아니어서
욕정일지라도,
자기 물건 흔들어야지
 
 
 
 
-'11年 10月 26日
<트위터는 더러운 세상 축소판이다> 


                  


『겨울로 가는 길』
 
 
 
 
사는 현실에 얽혀서
시간 없고
여력 없어서
다가갈 수도 없고
중심에 서도 못하지만
만지지 못해 애달파 하는 거
가슴에 품고 사는 거
그리워 안타까운 거
목마른 거
그게 
우리 가는 길 아닌가?
 
 
 
 
-'11年 10月 27日
<오늘 아침엔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 어제 봤어야 했는데> 


                  


『그대의 목소리』
 
 
 
 
삶이란 그대 오는 날
뽀송뽀송한 환상의 소리로 온다
끊어지면 축축 젖어서
죽음과도 같은 거
 
검붉은 단풍잎
투둑투둑 비 젖는 소리 좋아서
빨간 낙산홍 열매
눈 속 흰 소리 더불다가
 
산수유 촌마을 노랗게 휘감는 길가
홍매화 희희낙락 휘날더니
 
태풍 거칠게 속살 타드는 그 여름 밤에
봉숭아꽃 그만 너덜너덜 찢겨져
치 떨며 우는 소리
쩡쩡 가슴에 남아 울리는 거
 
삶이란 그대 오는 날
뽀송뽀송한 환상의 소리로 온다
깨지면 축축 젖어서
죽음과도 같은 거
 
 
 
 
-'11年 10月 30日
<그대의 삶 찢기지 않길...> 


                  


『e-Mail』
 
 
 
 
그리다
기다리다
잠을 못 이뤄
가슴 베개 안고
엎드렸더니
 
아주 멀고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곳
그대로부터
메일이 왔다
 
사타구니 밑이
시린 수세미처럼
공중에 널려
얼얼
아려 온다
 
 
 
 
-'11年 11月 3日, 새벽
<내 생의 종착역은 어떤 풍경일까?>


                  


『길몽』
 
 
 
 
꿈을 꿨다
하얀 백사 꿈
길몽이라고 한다
정말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나 줄까
생각만 해도
기쁘다
 
 
 
 
-'11年 11月 3日, 새벽에
<내 인생의 끝에서는 뭘 기다릴까?> 


                  


『트윗 소감』
 
 
 
 
트윗에도
시기 모함 협박 군림과 태생적 불평등
왜곡에 허구적 이상의 갈망 속
은밀한 엿봄
장난 욕설 그리고 밀당이라는 속어에
아!
그리움과 연민
사랑은 있는지 없는지 몰라도
실연조차
다 있다
 
살이가 웃긴다
서글프다
 
 
 
 
-'11年 11月 3日
<어디서든 세상은 다 똑같다> 


                  


『겨울 맞이』
 
 
 
 
새벽 공기가 차다
아스팔트길 위 하얀 서리가 좋다
주말에 비 내리면 겨울이 온다
이제
꽃신 신고 들길 따라
미친 듯 뛰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 집 짓는 공사판
잔뜩 쌓아 둔 빨간 벽돌 틈으로
멀리
너른 들판 보이고
불타는 단풍 산 뒤로 해도 나온다
하얀 눈 나를 날 온다
 
 
 
 
-'11年 11月 4日
<누구에게나 '일'이란 벅찬 희망이다> 


                  


『한 친구』
 
 
 
 
고등학교 친구중에
지질히 경제력도 없고 하는 일에 늘 실패만 하는,
불행한..
그의 전화 소리 듣고 있으면 짜증이 나고 
그의 옆에 섰으면 더러운 쓰레기 냄새만 나는,
한번의 결혼 실패와 
그리고 지금의 가정 생활도 원만치 않은,
슬픈 친구가 있어.
 
그런 그는 나의 친구인가!
그런 나는 그의 친구인가?...
 
 
 
 
-'11年 11月 7日
<친구의 불행은 나의 부덕일까, 그의 부덕일까?..> 


                  


『늦가을 마을의 샘터』
 
 
 
 
가을이라는 마을 한가운데에는 조그만 새암이 있다
여름에 비 많이 내리면 철철철 흘러 넘치다가도
어쩌다 비 한번 찾지 않으면 지질지질 툴툴거리는
 
그러다 말라 비틀어진 플라타나스 너른 이파리 몇장
덮어서 지워 지리면 새암일지 웅덩일지 모를테다가
주름살 깊은 내 좁은 이마 하나 쳐다봐 주지 못하는
 
어제 몰래 왔던 비 그녀의 손짓 촉촉한 그리움 같이
지척지척 옛날에 내게 울면서 나 살기 싫어 했었던
돌아누워도 거기에 있을 그 가을이라는 마을의 새암
 
 
 
 
-'11年 11月 6日
<플라타나스 이파리 펄펄 날리는 공북리에서> 


                  


『누엽(累葉)』
 
 
 
 
계절은 밤에 나 잠들 때에 가는가
계절은 낮에 나 일할 새 기다리다 지쳐서
섭섭해져 가는가
배웅조차 못하도록
붙잡지도 못하게
 
푸르렀던 산에 나무도
방실방실 말 걸던 뜰 안 가득 꽃들도
오늘 아침 잠 깨어나니
꿈 같은 인연들일까
훵하니 가 버렸다
 
갈참나무는 낙엽이라는 눈물로써
몇해 동안 저곳 찬 서리에 소복소복 앉아서
내가 옷 벗고
먹고 자고 사랑하는 일
다 보았는데
 
계절은 찬바람 데려와
거리의 발자욱으로 산사의 처마 밑으로
낙엽 그 눈물마저도
밤낮으로 내 가슴 겹겹 재우다가
오늘 아침 다 가져갔다
 
 
 
 
-'11年 11月 7日 
<낙엽이 쌓이면 땅속부터 썪겠지> 


                  


『트친』
 
 
 
 
트윗은 서로의 가슴을 맞대고 바라 보는 대화가 아냐. 
갑갑해 소리 질렀을 때 멀찌감치에서 누군가가 대답해 주면 
그나마 내가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구나 라고 하는 
반향의 확인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일까, 트윗 밖에서의 나와 너는 더욱 더 멀기만 하다.
 
 
 
 
-'11年 11月 10日 
<다다음주 토요일엔 초등학교 동창회를 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흰 눈 내리면』
 
 
 
 
흰 눈 내리면
결국 나의 오랜 기다림과
열정의 숨가쁨도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너른 흰 들판에서 
발바닥 여린 살 쩍쩍 갈라지고
예리한 칼바람 몸뚱아리에
가슴 속 파고 들어서
 
피가 얼고
숨이 멈춰야
이 겨울 진정 따뜻하고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
 
 
 
 
-'11年 11月 13日 
<들리는 것, 보이는 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 


                  


『겨울밤의 산책』
 
 
 
 
밤 기온이 차졌어
흰 눈 기다리는 들녘에는
연줄 마른 가시넝쿨
너 말고는 없어
 
산책을 했어
바람결 부드러웠어
네 속살처럼
감미로웠어 네 속삭임처럼
 
내게 나중에
몸가눔 힘든 오한은
저주의 뼈 시린 울림은
죽음 닮은 공포는
 
너의 눈물이었어
 
 
 
 
-'11年 11月 15日 
<뼛속까지 바삭바삭 얼어야 그리움도 멈추겠지> 


                  


『미쳤다』
 
 
 
 
낮고 단호한
당신 소릴 들었어
찬 북쪽에서 첫눈 왔으니
나와
어서 나오라는
 
오늘밤 바람은
거칠고 눈물 머금어
내 살 다 찢을지 몰라
가슴이 뛰고
두려워
 
얼굴 화끈
심장은 쾅쾅거려
손끝 파르르 떨려 오니
아! 오늘
나 어쩔지 몰라
 
 
 
 
-'11年 11月 23日, 小雪
<일의 熱情은 미쳐야 成果를 준다> 


                  


『겨울길』
 
 
 
 
돈과 밥 때문만은 아니다
이 겨울에 흰 눈 
기다릴줄을
 
일은
온 몸에 피 흐르고
희망의 손끝
발바닥에 땀 샘솟게 해
나를
거닐게 한다
 
일은
청춘과 열정
감미로운 사색은 물론
그리운 창가에서
내게
시상도 준다
 
돈과 밥 때문만은 아니다
이 나이에 사랑 
기다릴줄을
 
 
 
 
-'11年 11月 25日
<명예와 권력.. 아무튼, 일보다 더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건 없다> 


                  


『동창회』
 
 
 
 
초라하지 않아서
늙지 않아서 밝고 깨끗해서
옛 교정 너와 나
다시 만나서
손잡고 행복했다
 
우리집에서 한잔 더
내가 만든 손두부 먹고 가
아침 해장은 나랑
헤어지기 싫다는 너랑이
너무 좋았다
 
어디서 잘 살까
늘 미안하기도 궁금하기도
보고팠던 너 역시
옛날 모습 그대로
예뻐서 기뻤고
 
걔는 죽었대
강산 네번 바뀌었다니
웃는 너 삼삼한데도
개구장이 너가
없어서 슬펐구나
 
그래 친구들아
사십년 무겁던 지난 세월도
일시에 사그러지지
우리에게 뭣이 남을까
건강히 살자꾸나
 
 
 
 
-'11年 11月 27日
<첫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겨울비 오는 날에』
 
 
 
 
겨울비 내린다
너 간 이십오년 넘어 이 비 맞는다
 
속상하면
가슴 허락하지 않으면
오늘은 오지 마
그게 나을지 몰라
 
이제는 그만 널 인정해야 할지
보내 주어야 할지
 
오늘 밤
네 말 하얗게 바뀌어서
바람에 몸 흔들며
산박하향 온대도
 
이제는 널 그만 그리워해야 할지
잊고 지내야 할지
 
 
 
 
-'11年 11月 30日
<청주 플라타나스 가로수길에 눈 대신 비 내린다> 


                  


『종점에서는』
 
 
 
 
겨울에 비 온다
그래
눈이면 어떻고 
비면 어때
가로등 불빛 째려보는데
눈 내리면 어떻고
비 오면 어때
옷 벗어 던지고 걷는 나는
나체인 가시나무는
가지에 빗방울 맺혀도
고드름 열어도
괜찮은데 어때
 
 
 
 
-'11年 12月 3日
<일도 사랑도 열정의 끝에서는 다 똑같다> 


                  


『획』
 
 
 
 
살면서 종종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종점까지 가면
어떨까
무엇이 있을까 좋을까
꽃길 바닷가행
타 보고 싶었다
 
나이 오십 넘겨서
버스 아니지만
기차 타지 않았지만
흰 눈꽃 벌판에서
시린 심장 움켜 쥐고
수도 없이 혼자서
종점에 다다른다
 
반기는 사람도
재미도 없는
다시는 가지 않아야 할 종점을
어렸을 적엔
젊었을 때는 
왜 그다지도
가고 싶고 동경했는지
 
 
 
 
-'11年 12月 3日
<획 하나 그었다. 삶의 반 지났다> 


                  


『기점(起點)』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겨울을 선택하죠
꽃의 유혹도 나비의 장난도
없을테니까
 
일에의 열정은
동공 밀도 찬 설한에
혼자 섰어도
한눈 팔지 않지요
 
 
새로 뛰어가는 사람은
눈길을 선택하죠
빗길 진탕도 흙길의 먼지도
없을테니까
 
사랑의 맥박은
심장 얼은 피 녹여서
혼자 걸어도
갈 길 잃지 않지요
 
 
 
 
-'11年 12月 5日
<겨울에 시작하자. 삶이 새롭다> 


                  


『소망』
 
 
 
 
詩에서 꽃향기가 난다면
그 시인이 꽃이라서 그렇겠지
그 詩에 물소리가
흐르는 것은
꽃이 물가에 피어서겠지
 
내 일에서는
겨울바람에 터실터실한
손등 비비며
흰눈 자박자박한 얼음판에
쥐불 동동 피워서
이파리 희푸름 시든
대나무 장작 태우는 냄새
그런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11年 12月 5日 
<좋은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아랫도리』
 
 
 
 
시간이 가면 다 해결되는 것이다
세월 흐르면 하나하나 잊혀지는 여느 이름들처럼
멀었던 사람의 것은 빠르게
친했던 이는 좀 천천히
 
텔레비젼 동물의 왕국에서 본 것과 같이
죽은 어미 살 뜯어 먹고 자란 치어들이 남기고 간 자리
적나라한 가시 앙상하게 남을 것 안다
 
다만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밑에 하나 남는 것은
너와 나 자존도 아니고
연민도 아닐 것이고
사랑했는가 미워했는가라는 것 뿐이다
 
 
 
 
-'11年 12月 6日 
<일의 결과로 맨 밑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고수(高手)』
 
 
 
 
사랑이란 꼭 그리
뜨거워야 하는 것 아니다
끓어 넘치며 하는 것 아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너 그 길 질질 흘리며 
쫓아 다닐거니
 
어두운 밤에는
넓은 대지 천천히 걸어라
다 벗고 걸어라
가슴이 식어 꽁꽁 얼거든
그 때 다시 뛰거라
새벽 밝아 오거든
 
 
 
 
-'11年 12月 8日 
<때로는 멈출 줄도.. 아무 말 못하기도..> 


                  


『위대한 사랑』
 
 
 
 
아내는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내가
무슨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오늘도 새벽에 
나를!
애기처럼 꼬옥 
가슴에 품어 주었다
 
 
 
 
-'11年 12月 9日 
<아내는 절대자이다. 영원하다> 


                  


『연리지(連理枝)』
 
 
 
 
어찌나 가깝기에
얼마나 같으면
둘이 서로 하나
하나가 둘 되어 살까
 
아! 너희 말고
천상 어떤 풀도 나무도
아무튼 너는 너
나는 나로서 산다
 
하물며 세상 너와 나
부대끼며 산다지만
얼마나 먼데
어찌나 다른데
 
 
 
 
-'11年 12月 1日 
<괴산 산막이옛길에서> 


                  


『그게 행복이야』
 
 
 
 
뛴다는 건 털어내는 것도, 
녹여내는 것도 아냐. 
일상의 일로써 사랑을 하는거야. 
사랑은 늘 빨간색인 게 아니지. 
파란색이기도 하고 
때로는 겨울색이기도 해. 
뛰든 걷든, 
아니면 섰든, 아무래도 괜찮아.
심장이 멈추지만 않으면 돼. 
내 삶의 '중심'에서.
 
일로써 사랑이란
나를 기준으로 가슴의 '중심'을
내 피의 온도, 
심장의 맥박수와 맞추는 데에 있어. 
그 이외 관심의 원 밖의 것들, 
주변에서 맴도는 것들은
경멸의 것이지. 
그게 사랑인 거야. 
서도 걸어도 괜찮지만,
뛰어! 
심장이 멈추지만 않으면 돼. 
내 일상의 '중심'에서.
 
 
 
 
-'11年 12月 11日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내 가슴을 향해 눈을 쏟아 줄 듯한 날씨다> 


                  


『그 여자 아이의 마스터베이션』
 
 
 
 
비 엄청 퍼붓던 여름 밤
새파란 양철 지붕
뜨겁게 들끓던 빗소리에
아무리 큰소리 내질러도 내 말 들리지 않는
조그만 창문 하나 열어 놓았던 집
 
그 집 그 여자 아이는
길 지나던 내 팔 지 마음대로 한 짝 뚝 잘라서
정말 요즘 보기 드문 들판 허수아비
꼬리처럼 매달고
내 입은 발바닥 밑에
심장은 오려서 지 마음 정한
은밀한 곳 숨겨 놓고서
넓은 들판 목마르게
동정해 왔다
 
가을 햇살 해바라기 씨 여물어
흰 눈 나리는 날 겨울 들판 발가벗고 걸어도
전능하지 못한 나 하도 숨 막혀서
창문 탁 닫아 버렸더니
그 여자 아이 죽어 버렸다
 
 
 
 
-'11年 12月 14日 
<어떤 만남도 헤어짐이란 비약의 극치다. 일도 그렇다> 


                  


『송년회』
 
 
 
 
이 화이트와인 잔에는
올해 나 걸어 온 산책길 있다
청조한 붓꽃 속삭임
찔레꽃 해맑게 웃던 길
진보라 손짓 뜨겁던 다알리아
가슴 설레었던 나날들
이제 내가 이 술 한잔을 다 마시면
올해 나도 사랑한거다
 
이 화이트와인 잔에는
올해 나 걸어 온 인생길 있다
열정이 그리움 닮아
죽음처럼 치닿던 도전의 길
절정의 땀 흠뻑 밴 일터
성취 녹여 냈던 나날들
이제 내가 이 술 한잔을 다 마시면
올해 나도 행복한거다
 
 
 
 
-'11年 12月 13日 
< 일로써 젊음 써 버렸지만, 사랑과 열정은 식지 않는다> 


                  


『억지소리』
 
 
 
 
사연 많은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아
인연이란 늘 멀리 있는 것이고
운명이란 말 아름답게 들릴테지만
꿈꾸 듯 그리웠어도 그런 사랑은 비켜 가
만남은 작정해야 이루어지는 거야
햇볕 쏟아지는 봄날 기다렸다가
턱밑 산 숨차 올라서 진달래꽃 따는 것처럼
가지 치고 거름 주어 일군 사과나무
수확할 날 손꼽아 기다렸다가
광주리 가득 따오는 듯 하는 것처럼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거야
 
 
 
 
-'11年 12月 14日 
<진정한 운명은 가까이 있다. 반드시 억지만도 아니다> 


                  


『로션을 바르며』
 
 
 
 
가만히 보면
내 말과 내 몸덩이는
늘 붙어 다니면서
등 대고 서로 반대 편에 서 있다
근데
웃기는 건 내 가슴이란 놈이다
말과 놀 땐 말 편
몸덩이와 있을 땐 또 그쪽 편
참 줏대 없다
쳐 죽일 놈 !!
 
 
 
 
-'11年 12月 15日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다는 사람들도 정말 가슴이 편할까?.. 
  근데 나는 그 쳐 죽일 놈을 사랑한다> 


                  


『애증(愛憎)』
 
 
 
 
한 때 그랬지
춘설 퍼붓던 날 끓는 심장 신작로에 펴놓고
이놈 저놈 지나가는 발길에
툭툭 차이게도 했었지
하얗게 질린 손길 횃불 들고 흩어진 속살 쓸어 담던 날 밤
얼은 살 땅에 묻고
발로 꼬옥 꼭 밟으며
미워한다
증오한다 하기도 했어
그래 그랬어
 
지금 이렇게 가슴 편한데
이토록 아름다운데
 
 
 
 
-'11年 12月 15日 
<나 살아 갈 남은 날들이 말해 주겠지> 


                  


『생일』
 
 
 
 
이 나이에
나 말고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건
불행일까. 
평생을 일해서
너 미워하고도 부족해
해후의 미련 속에
또 너를 만나야 하다니
 
이 나이에
나 말고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건
행복일까. 
평생을 일해서
너 사랑하고도 부족해
성취의 쾌감 속에
또 너를 만나도 된다니
 
 
 
 
-'11年 12月 16日 
<내 생일이라고 떡을 좀 했다. 떡 먹고 열심히 일하자!> 


                  


『실기(失機) 』
 
 
 
 
욕망의 절정에서 이성을 갖춘다는 것은 누가 할 수 있는 행동인가. 
세상의 나같은 소인배는 언제나 삶의 뒷곁 질질 끌려 다니며 
화염처럼 솟아 오르는 욕정조차 제대로 타이밍 못 맞춰 용쓰고 있다가, 
언제나 남 다 불살라 시커멓게 타 버리고 남은 잿더미 한 발 뒤에서나 
때 늦은 열기 허공에 날리며 식은 땀 훔치고 서 있는 것이다. 
 
 
 
 
11年 12月 19日 
<삶이란 게 늘 품격 있고 고상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스스로 욕이라도 퍼부어야 할 때도 있다> 


                  


『가시나무 두 그루』
 
 
 
 
겨울에도 태양은 뜨겁다
저 나무 크고 날카로운 가시를 보라
난 차마 다가 못 간다
아! 무섭다
 
지난 여름 빗속에서
잎새 큰 칡넝쿨 싸여 살 때 저 둘은
한 나무인 줄 
얽혀 사랑하는 줄 알았다
 
깊은 상처를 내고 
거친 가시 송곳처럼 드러낸 저 나무
겨울에도 태양은 끓는다
아! 무섭다
 
 
 
 
-'11年 12月 24日 
<앞으로 살아갈 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달고 다닐지...> 


                  


『게발선인장꽃』
 
 
 
 
올해도 어김없이 너는
빠알갛게 고운 꽃 피워 줬구나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네가 얼마나 날 그리워 했는지
우리 그 딴 말은 하지 말자
조금만 만지고 흔들어도
산산히 부서지고 흐트러지는
네 몸 여린 네 꽃에
아! 차라리
여느 다른 선인장처럼
가시라도 달고 살자고만 말하자
 
 
 
 
-'11年 12月 24日 
<베란다 가득 게발선인장이 꽃을 피웠다. 
어쩌랴, 가슴에 가시 하나 품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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