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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나를 더 사랑하며 살련다..(여덟째 페이지)      "반디의 홈페이지"
    
               


『삶이 너에게』
 
 
 
 
눈가 젖은 아내의 눈물
한 초롱 물 이고 섰던 어머니
오늘같이 긴 겨울밤
하얀 눈 
멀리 걸어온 발자욱
캐롤송 없는 도시 가로등
꽃병의 가을 국화
 
서울 가던 날
화로에 백설탕 화르르
녹아 끓었던
죽음보다 아픈 절정의 눈물
시커멓게 탔던
젖은 심장 거친 뜀박질
아! 널 사랑해 
 
슬픈 사랑은 없어
님 죽어서
님 돌아서서 슬플까
춘설 매화는 늘 애절하게 피더라
빨가둥이 나의 너
눈 오고 찬바람 불어도
꽃밭 꽁꽁 얼어도
 
 
 
 
-'11年 12月 25日 
<내 삶이 동짓달 긴긴 밤만큼 슬프고 아름다운 밤에..> 


                  


『기지개』
 
 
 
 
하이얀 눈길
자두꽃 고랑 따라
맨발 걸어 들면
봄이 온다
 
소망의 눈꽃
두 다리 쭈욱 뻗어
얼은 볼에 뽀뽀
봄이 온다
 
속살 스치는 기운
네 따스한 입김
영롱한 아침에
봄이 온다
 
 
 
 
-'11年 12月 28日 
<한 해가 저무는 녘에도 너의 아침 태양은 찬란하다> 


                  


『미용사』
 
 
 
 
몹쓸 년
그리 말 없이
가다니
사라지다니
 
네 예뻐서 아니라
흠모는 더욱 아니고
꼭 2주에 한번은
그동안 얼마나
 
나 너에게
터놓고
믿고 맡겼는지
편했는지
 
 
 
 
-'11年 12月 29日 
<무슨 일인지 늘 다니던 미용실이 없어졌다> 


                  


『남의 일』
 
 
 
 
그가 사는 게 힘들다고 해서
그에게 슬픈 변고가 있다 해서
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나 왜 이리 슬플까
 
아! 어제 밤일까 오늘 아침일까
그의 님이 가셨는가 본데
그렇다고 내가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나 왜 이리 아플까
 
 
 
 
-'11年 12月 29日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같다> 


                  


『추모(追慕)』
 
 
 
 
그레이스!
꽃 보고 싶었어?
때죽나무는 꽃이 초롱같이 생겼어
순결처럼 신비롭지
오월부터 펴
일부러 만나러 가야 해
사랑하잖아
 
그레이스!
자두꽃은 봄에
과수원 가면 볼 수 있어
겨울에는 순백의 이랑 따라
햇빛 영롱한 하늘
눈꽃 속에 펴
열심히 들여다 봐야 해
뭐든 그래
그게 사랑이야
 
그레이스!
다 벗어 던진다는 게 
그리 말처럼
쉽지 않은 건 누구나 다 그래
이 겨울 살 에는 밤에
다 벗고 가
그게 사랑이야
 
그레이스!
눈물도 나겠지
눈물이 다 뭐야 가슴엔 피도 흘러
꽁꽁 멎은 심장에
가시 꽂혀서
움직일 수록 더 아플거야
그래도 다가가
사랑하잖아
 
 
 
 
-'11年 12月 30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불면의 이유』
 
 
 
 
하늘 아래 산과 나무는
겨울엔 잠을 잡니다
유독 나만
늦은 밤까지 빨갛게 눈 뜨고
심지어 빨가벗고 뜀박질까지 합니다
한마디로
미친 겁니다
 
하늘 아래 산과 나무는
순리에 겸허하고 섭리에 복종합니다
계절의 선율에 맞춰
봄색 물감 그리고
여름엔 열정같은 피아노 조율
노오란 가을엔 국화향기 사랑 맺어서
겨울 흰 이불 속에서 긴 잠을 잡니다
유독 나만
옷까지 벗어 던지고
미쳐서 
잠도 안자며
헉헉거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환장한 겁니다
 
 
 
 
-'11年 12月 31日
<올해도 오늘 하루를 남겼다. 
오늘 아침 태양과 내일 아침 태양이 다르다고 말하는 건 오직 인간들의 일일 것이다> 


                  


『이격(離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년도 아닌
이십년도 넘게 당신을
그리고
사랑한 것은
한낱 내 불장난 아니예요
 
나 이렇게 떨어져 있는 건
심장 식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년도 아닌
이십년도 넘게 당신을 
온통 사랑하기 때문이예요
 
 
 
 
-'11年 12月 31日
<일 사랑도 조금 멀리 떨어져 있을 때가 있다. 가슴도 좀 쉬어야 한다> 


                  


『아침형으로 살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세상에 일그러지고 식은 밥상 따위 모른다
지는 해 뒤에서 붙잡을 일 없으니
 
아침 일찍 호흡하는 사람은
삶의 애환같은 서민형 단어의 정서 모른다
앞에서 뜨는 태양 맞이하고 있으니
 
아침 일찍 사랑하는 사람은
희노애락 일상에 일희일비 토할 줄  모른다
앞서서 밝은 태양 쳐다보고 있으니
 
아침 일찍 노동하는 사람은
남에 대한 선망이나 불만도 갖을 줄 모른다
저문 해 뒤쳐져 따를 까닭 없으니
 
 
 
 
-'12年 1月 1日 
<정치, 경제, 사회.. 세상에 무슨 그리 할 말들이 많은가. 
새해엔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모습을 보라> 


                  


『정적(靜寂)』
 
 
 
 
가슴 속 깊이 가시 하나 품고 살자고 했어
겨울 바람에 눈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고통은 더해질거야
어제는 꼼짝없이 창가에 서서 눈 오는 거리만 지켜보았지 뭐야
밤이 깊어지니까 인적도 끊기고 눈도 그치더니
모든 게 다 멈추어 버렸어
그래 누구에게도 말해 줄 수 없었지만
아픔이 좀 가시게 그냥 그렇게 서 버린 것이 참 좋았다는 생각을 했어
그 깊은 밤에 눈 더 와서 뭐 했겠어
길거리에 사람들 찾아 와서 뭘 어쨌겠어
 
 
 
 
-'12年 1月 2日 
<擇善固執(택선고집).. 올해는 이렇게 살자> 


                  


『매복자(埋伏者)』
 
 
 
 
여기
정치적 신념
또는
종교적 야욕으로 
SNS를 드나드는 사람아!
그대를 긍휼(矜恤)한다
숨어서 기만 마라
훔치지 마라
다만 
진정으로
그대를 사랑하라
 
 
 
 
-'12年 1月 3日 
<트윗에서 진정한 우정이나 사랑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실토(實吐)』
 
 
 
 
미친년
그리 말 없이
가다니
사라지다니
 
네 싫어서 아니라
지쳐서는 더욱 아니고
그해 가을부터
얼마나 긴 세월
 
나 너에게
터놓고
믿고 의지했는지
사랑했는지
 
 
 
 
-'12年 1月 3日 
<세월을 거슬러 돌이킨다 하여도 그 일에는 역시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천(實踐)』
 
 
 
 
양말 벗고
바지 둥둥 걷어 올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흰 눈길 
맨발로 걷는거야
출발은 
누구나의 인생과도 같이
말처럼 쉽게
그렇게 시작해
 
발 밑에
눈 녹는 느낌은
분명 그녀보다 황홀하지만
쉽지는 않아
시린 뼈마디 낱낱이
훨훨 불태워
심장의 피 펄펄 끓이고
치레 벗어 던져서
알몸에 걸어야잖아
 
극도의 오한 
순백 너른 들판에 누워서
희열의 입김 뿜으며
하늘 안아 버렸어
달님 부끄러워 
차마 눈 꼬옥 감을 때
내 죽은 영혼의 별 하나하나
꿈틀 살아나
가슴 속 파고 들었지
 
 
 
 
-'12年 1月 4日 
<언제나 도전과 그 실현의 기쁨으로 설렌다. 
말로써가 아니라 온몸을 던져 하나하나 이루어 가면,
그것이 곧 행복 아닐까 한다> 


                  


『걷다가』
 
 
 
 
낙상홍 두어 송이
꺾었습니다
당신에게 주려고요
 
남이 볼까 두려워서
몰래 꺾었습니다
 
웃는 당신 생각해서
얼른 꺾었습니다
 
추운 겨울 눈길을
혼자 걸어도
발걸음 따뜻합니다
 
 
 
 
-'12年 1月 5日 
<당신이 있어서 내가 열심히 산다> 


                  


『손』
 
 
 
 
아가야!
네 예쁜 손 보니
문득
그립구나
남자 손 같지 않게
예쁘다 했던
연필 냄새 나서 참 좋아
했던
그 말이
 
네 손도 예쁘구나
손에서 참 좋은 연필 냄새
나는구나
젊어서 곱구나
그래 
지나고 나면
한 아름 그리움 남도록
사랑하며 
살거라 아가야!
 
 
 
 
-'12年 1月 6日 
<젊은 손은 아름답다. 예뻤던 내 손이 이제는 쪼골쪼골하다> 


                  


『이제는 말할게_1』
 
 
 
 
밤의 신덕 앞바다는 멀리 까마득하게 빤짝이는 희미한 여수시내의 불빛과 간간히 들려 오는  전투경찰 
해안초소의 고함 소리를 제외하고는 쥐 죽은 듯이 깜깜하고 고요했다. 해안가 마을의 푸르스름한 형광 
빛이  실가닥처럼 문틈으로 새어 나와 바람 없이도 찰랑거리는 해안의 물결을 자르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이 속삭이면서 스산한 겨울 검은 바다를 덮어, 보이지 않는 어떤 죽음의 암시를 포용하는 듯 안고 
있었다. 
 
걸었다. 이 밤을 걷는 사람의 가슴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면서...  달빛 하나 없이 단지 여름의 밤하
늘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별들만이 엷은 물결의 일렁임으로 대꾸하 듯 싸늘한 빛을 토하고 있는, 그저
까만 그런 바다 해안가를 걸었다. 역시 그곳에도 그 아이는 없었다...
 
 
 
 
-1984年 11月 19日에 쓰고 '12年 1月 7日에 고쳐 씀
<찾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그러나 많이 찾았었다>


                  


『이제는 말할게_2』
 
 
 
 
누가 梅花를 아름답다고 찬미했던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이 대부분 그
렇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유독 매화는 특히  더 성질이 급하고 신경질적이며 위선과 아집에 똘똘 싸여 
피어나는 이기적인 꽃으로서, 올봄에 나는 매화를 그렇게 단정했다. 꽃자루도, 꽃대도 없이 雪寒의 꽃
샘에도 불구하고 덜렁 대책 없이 꽃부터 피우고서는 제 속살 찢기고 떨구어 버리면서까지 독하게 살아, 
구질구질한 人生처럼 조잔하고 옹색한 잎으로 가시와 열매 숨기고 감추면서 목숨 延命해 사는 꼴,  내
가 차마 더 볼 수 없어 그런다. 
 
 
 
 
-'10年 5月 27日에 쓰고 '12年 1月 7日에 고쳐 씀
<벌써부터 나는 봄을 기다린다. 오는 봄에는 매화를 이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서릿발』
 
 
 
 
작별에 절차가 어딨어요
이별에 무슨 인사 따로 있겠어요
까만 겨울 밤 
십년 이십년이고 
시린 달빛 
켭켭 가슴에 쌓았다가
삶의 종지부 찍는 날 
언 심장에 흰 눈 펑펑 내리면
그게 작별인 거고
이별인 거죠
 
 
 
 
-'12年 1月 8日 
<성성한 서릿발에 누군가의 발자욱 선명하다. 흰 눈이 덮었으면 좋겠다>  


                  


『청녀(靑女)』
 
 
 
 
긴긴 겨울 밤
달빛 별빛 모아서
그리운 셀로판지로 거르면
청아(靑蛾)한 새벽
서리가 된다
 
입김으로 호오~
요염하게 혀로도 사알살
달큰한 해후(邂逅)
아! 찬 서리 사르르르
언 가슴 녹는다
 
 
 
 
-'12年 1月 8日 
<겨울 귀신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다룬다. 만남도 이별도 아름답다> 


                  


『겨울 낙상홍』
 
 
 
 
어렸을 적
내 귓전에서 송알송알
참 말도 많던
계집애가
어른이 됐네
다 컸네
 
어제밤에도
밤새도록
내 귓전에서 콩알콩알
참 말도 많네
빠알갛게
이쁘네
 
 
 
 
-'12年 1月 8日 
<싱글벙글 낙상홍이 눈 속에서 참 이쁘다> 


                  


『걸음새』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일자걸음을 빨리 걸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 멋있어서
늘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서 가만히 보니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일자걸음이 아니라
팔자걸음이나 지그재그로
걷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늦게나마 나도 팔자걸음을 걸어 봤습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엉덩이살 없고 배도 나오지 않은 내게는
천천히 걸어도 일자걸음이 제격인 것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일자걸음을 걷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한지
돈 권력 없지만 참으로 행복합니다
 
 
 
 
-'12年 1月 9日 
<내 삶의 저력(底力)을 믿고 걸으면...> 


                  


『출근복(勤務服)』
 
 
 
 
나는 보라색 매니아
보라색 와이셔츠
보라색 넥타이
빨간색도
파란색도 아닌 色 아니라
빨간색과
파란색을 分明히 한
내 피 溫度와 똑같은 色
아름다운 中庸
調和롭게
차가운 熱情
잔혹한 挑戰과 成就
나만의 색깔 화려히 갖춘
나는 보라색 매니아
 
 
 
 
-'12年 1月 11日 
<택선고집(擇善固執), 행법사명(行法俟命)..> 


                  


『잔월(殘月)』
 
 
 
 
내 방
들어 오면
너,
네 얼굴 보게 돼
여전히
순수해라
까치름하지만
엷고
고운 입술
다문
 
내 방
넘어 오면
너,
네 영혼 보게 돼
아련히
젖었어라
진보라 붓꽃향
솔밭
바람 언덕
피는
 
 
 
 
-'12年 1月 11日 
<내 방에 걸려 있는 그림들, 하얀 잔월에 가슴 시리단다> 


                  


『추모곡(追慕曲)』
 
 
 
 
한동안은 아무 말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낱 졸렬한 사랑의 해후였어서 
그리했나요
제 스스로 목매고 죽어 간 당신을 제가 어쩌란 말입니까
참나무 장작 팡팡 패서 흙집 구들장에 군불 때고 기다렸다가
흰쌀밥에 나물 무치고 된장국 끓여서 아랫목 마주 앉아 밥 함께 먹자고 한 약속 잊었습니까
하얀 솜이불 덮고 나란히 누어 밤새워 도란도란 옛날얘기 나누자며
사랑한다고
그리워한다고 한 것이 누구인데요
 
얼마간은 아무 말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오로지 당신을 
그려왔는데
당신은 까만 밤 초롱처럼 영롱하지만 저는 무너진 돌담처럼 허무합니다
이제는 남은 밤 참나무 장작은 안되고 뒷동산 마른 솔잎 걷어다가 아궁이 하얗게 불 피웁니다
불꽃 식어서 한 움큼 솔잎 툭 털어 집어 넣을 때마다
하얀 잿더미 새빨갛게 달아 올라 들끓던 당신의 투정도
질투의 화심도
타다 만 부지깽이로 휙 저어 버립니다
 
 
 
 
-'12年 1月 12日
<너 그렇게 갔지만.. 잊지 않을게, 기다릴게> 


                  


『日記帳_1』
 
 
 
 
이십년 
사십년전에 내가 쓴 글들을
주욱 읽어 봤습니다
눈비 오는데
 
유치하다 못해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그게 나였을까요
바람 부는데
 
이십년
삼십년후에 나 있을까마는
그 때 다시 읽어 볼까요
벌나방 나르는데
 
 
 
 
-'12年 1月 15日 
<잘났다고 살아 왔지만, 잘났다고 살아 가겠지만...> 


                  


『日記帳_2』
 
 
 
 
이십년 
사십년전에 내가 쓴 글들을
주욱 읽어 봤습니다
들꽃 피는데
 
대견하다 못해
행복감까지 들었습니다
그게 나였다니요
산새 우는데
 
이십년
삼십년후에 나 있을까마는
그 때 다시 읽어 봐야죠
시냇물 흐르는데
 
 
 
 
-'12年 1月 15日 
<잘났다고 살아 왔기에, 잘났다고 살아 가겠기에...>


                  


『암타령』
 
 
 
 
아버지 폐암으로 
폭염지절에 일찍 가시고
어머니는 췌장암
진흙 눈 퍼 붓던 날 돌아가셨다
어허 좋~다 삼촌은 위암
고모도 위암
외삼촌 두 분 위암 간암
어허둥둥 암들아
세상살이 암이로구나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다
암이로구나 암 암!
 
 
 
 
-'12年 1月 18日 
<다 가시고 없다. 암같은 세상 오래 살아 뭐하겠느냐마는 그래도 너무 일찍들 다 가셨다> 


                  


『작은 수선화』
 
 
 
 
커피 타러 갔다가
탕비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저린 가슴 철퍼덕하고
내려 앉았다
 
갔는가 했는데
오기조차 않았다 했는데
햇살 쏟아진 
하아얀 창가에
그녀가 서 있었다
 
왜 거기서
바스스 웃고만 있냐고
내 방으로 오라며
말은 했지만
데려오지는 않았다
 
 
 
 
-'12年 1月 18日
<수선화가 겨울창가에 다소곳이 피었다> 


                  


『너도 그러니?』
 
 
 
 
울다가 웃으면 똥구녕에 털 난다
옛날부터 많이 하던 소리잖아
오늘같이 겨울비 부슬부슬 오는 날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정겹지 않니?
근데 말야
이건 진짜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
내가 어렸을 때는 울다가 웃기를 많이 했나 봐
사실 내 똥구녕에도 털 있거든
큭큭큭 웃기지 않니?
 
 
 
 
-'12年 1月 19日 
<겨울비 내린다. 별게 다 그립다> 


                  


『소주 한잔 하러 가는 길』
 
 
 
 
겨울에 비가 옵니다
논바닥이 흥건히 젖었군요
양복 차림에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 봅니다
그녀의 피부처럼 촉촉하고 윤기가 반질반질하군요
빠지면 옷 다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구둣발 채 들어가 봅니다
폭신하고 좋습니다
내친 김에 논 한가운데로 걸어가 봅니다
한참을 좋아라 앞만 보고 들어가다가 뒤돌아봅니다
어허! 이 논 노랗게 물들였던 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내 발자욱 장난처럼 까맣게 찍혔네요
설마 괜찮겠지요
봄 되면 싹 지워질 발자욱인데요
가래로 퍼 엎고 써레로 고르면 
한나절에 모두 사라질 
내 발자욱인데요
 
 
 
 
-'12年 1月 19日
<그렇게라도 기다리고 만나고 사랑해야지> 


                  


『출근길 그녀』
 
 
 
 
이 아름다운 세상 다 내 것이라니
푸른 하늘에 감사를 하네
차 안 하나 가득 
때동나무꽃 초롱초롱 열리고
사과꽃 그녀 향기
산등선 빼곡한 갈참나무숲 지나
산벚꽃 환희의 음성으로
도시 빌딩 유리창 눈빛 맞춰 윙크를 하네
손끝 나긋나긋한 그녀의 터치
생강나무꽃 금발머리
훌훌 흩날리는 길목에서
오늘도 내게 굵은 동아줄 내려준
하늘에 대해
내 삶 기쁨에서 감사를 하네
재능에 감사하고
꽃향기 흐르는 세상으로
감사를 하네
 
 
 
 
-'12年 1月 20日
<「ABBA」의 「Thank you for the Music」을 음미하며 출근길에서> 


                  


『오십대중반 부부가 손잡고 시장 다녀오는 법』
 
 
 
 
뒤에서
아내의 가슴을 살며시
쓸어 줍니다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사랑해 여보
라고 속삭입니다
그렇게 손을 잡고 시장을 다녀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결에선지 아내가 포근하게
팔장을 껴 옵니다
이야기가
꽃이 됩니다
 
 
 
 
-'12年 1月 21日 
<설을 맞아 아내와 함께 시장에 다녀왔다> 


                  


『오십대중반 부부가 사랑하는 법』
 
 
 
 
돼지고기 갈매기살
구우며
아내는 불판의 내 쪽으로 고기를
밀어 놓습니다
나는 고기가 탄다며
아내의 기름장 종지에
구어진 고기를
수북 꺼내어 놓습니다
소주 한잔에
아내의 볼은 복사꽃처럼
발그스레해지고 
내 손은
뜨거워집니다
 
 
 
 
-'12年 1月 21日 
<동네 시장터 삼겹살집에서 아내와 함께 소주 한잔 했다> 


                  


『서 있는 이유』
 
 
 
 
허튼 말은 못한다
할만큼 할 소린 다 했다
너른 순백 들판에 누워서 내 영혼의 별들 품은 이야기도 다 했고
청아한 달빛 청녀가 별빛에 요염하다고까지 했다
성질 지질한 매화가
그리 핀 꼴 못 본다고도 했었다
내가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거짓말은 못한다
없는 말 지어서는 못한다
대지는 밭고랑 땅끝부터 내 발자욱 깡깡 얼려 세웠다
숲에서는 거뭇거뭇 눈 속에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 적나라하고
찬 그림자 해 지는 서산한테 질질 끌려 가는데
그대는 가고 없으니
내가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12年 1월 25日
<아침에 눈을 뜨니 순백의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산다는 것이 그저 그렇고 그런 우연 같은 일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완전히 미쳤다』
 
 
 
 
최근에 나는 두가지 형태의 새로운 통제 불가능한 나를 만났다.  흥분과 두려움의 상태, 즉 내면에 잠
재 되었던 또 다른 나를 끄집어낸 것이다.
 
그 첫째는,  온몸에 극도의 오한을 머금고 팔과 다리의 후들거림을 통해 무한한 공포와 같은 개방감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는 마치 혹한에 내 모든 것이 철저히 내동댕이쳐진 가운데서 오는 처절한 나락
의 바닥으로 떨어진 것과 같은 극도의 비참한 상실감인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그 상실과 나락의
가시덤불 속에서 안절부절하다가 끝내 구제되었을 때 그것을 느낀다.
 
둘째는, 열정의 최고점에서 숨쉬기조차 힘든 오감의 뇌작용이 오로지 희열과 같은 성취감만을 향해 가
속을 지속하는 일이다.  이는 고도의 지향성을 지닌 도전의 불덩이와 함께 한계의 끝까지 집요하게 뜀
박질해 내는 나 자신과의 투쟁 속에서 얻을 수 있다.  마치 시뻘겋게 달아올라 세상의 온갖 시련을 다
잡아 먹을 듯이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한 가슴에 끌어 안는 것과 같은 그런 류의 것이다.
 
이 두가지 모두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  며칠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앓다가
일어났을 때와 같은,  마침내 죽음과도 같은 흥분과 두려움의 혼재를 손끝에 느끼면서  일과 사랑에서
동시에 주어지고 있는 이 두가지 통제 불가능한 나의 이 상태를  무덤덤하고 맹숭맹숭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면서  앞으로 내 남은 인생 후반기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이루어 낼 수 있는 생의
크라이막스로서 새로운 형태의 내 행복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완전
히 미친 것 같다.
 
 
 
 
-'12年 1月 26日
<'고독' 그리고 '일'에의 열정은 아무리 패달을 밟아도 늘 평행선이다. 
우리는 언제 서로 만나 해후할 것인가><約束_9>


                  


『겨울의 오후』
 
 
 
 
봄볕 그리움은
환한 햇살 오늘처럼 깨금발로
맞이해야죠
냉이란 놈 그 녀석이
와 있을지요?
 
겨울방학이 끝나는
꼭 요맘때
내가 다닌 중학교에는
화장실 뒷곁 냉이밭이 양지발랐어요
거기 개구진 애들 주욱 모이면
서로 지 꼬추 내놓고
누굿게 젤 큰지
까만 실가닥 몇개나 났는지
킥킥거리며
재곤 헤아리곤 했었죠
 
삐댄 눈밭 서서 뒤꿈치로
툭툭툭 차 봅니다
냉이란 놈 그 녀석이
방긋 손
내밀지 않을까요?
 
 
 
 
-'12年 1月 27日
<아! 조금 이를까요? 좀 성급한가요?> 


                  


『밤 산책』
 
 
 
 
꽃다지 양지꽃 없는
까만 길 혼자서
걷습니다
걸친 것도 없이
 
별 시린 밤
찔레나무 얼은 가지 사이로
눈 덮힌 호숫가
덩그마니 
고층 아파트 까만 창 네모진 불빛
하나 둘 식어
마지막 하나 남았을 때도
까만 길 혼자서
걷습니다
 
꽃다지 양지꽃 없는
까만 길 혼자서
걷습니다
가슴 시립니다
 
 
 
 
-'12年 1月 28日 
<청주 근교의 어느 눈 덮힌 호숫가에서> 


                  


『눈 녹는 날에』
 
 
 
 
언제 네가
다녀 갔는지 기억도 없네
흔적조차 없네
날씨 풀려서
 
십년 묵은 아픔이야 
참으라 하지
눈처럼 녹자
이십년 지난 그리움이야
잊으라 하지
눈처럼 녹자
 
언제 네가
다녀 갔는지 슬픔도 없네
눈물조차 없네
날씨 풀려서
 
 
 
 
-'12年 1月 28日 
<날씨 풀리니까 정말 눈이 눈 녹 듯이 다 녹았다. -청주 근교 미호천 걸으면서-> 


                  


『수선화에게』
 
 
 
 
춘설에 황매화 아니고
가을 들판 구절초 아니라서
한 성깔 시클라멘 말고
사무실 창가
겨울 양짓녘에 핀
수선화라서 묻는다
 
꼭 그렇게
그런 식으로
사람 속 다 뒤집어 놓고도
아무 말 못하게
수치도 아닌
모욕도 아닌
죄의식도 아니 갖도록
꼭 그렇게
졌어야 
죽었어야 했는지를
 
 
 
 
-'12年 1月 29日 
<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모든 걸 다 용서한 마당에> 


                  


『눈 그친 아침』
 
 
 
 
매무새 
눈부시네
차네
참 어처구니없네
 
어젯밤
오열 끝에
환희의 눈 속에서
너 홀딱 벗고
더럽게
내게 붙어
이대로 다 멈췄으면 좋겠다
우리 함께 이렇게 죽자
그러면서
미쳐서
지랄하다
웃고
울며
자고 간 건
뭐였니?
 
매무새 
눈부시네
차네
참 웃기지도 않네
 
 
 
 
-'12年 2月 1日 
<삶의 하루하루가 천연덕스럽다. 1월도 눈에 섞여 그렇게 갔다> 


                  


『'보들레르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다가온 상드'라고 쓴 어느 가게의 문패』
 
 
 
 
편견을 깨는 용기라도 생겼나?
그렇게 안위해도 돼
보봐르부인도 윈저공도 아닌데
이제 와서 현실의 벽 넘을 사랑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오호, 그래? 자위는 나쁘지 않아
그래도 사랑한다,
그립다,
누군가에게 
그리 말하고 싶다는 거,
그것 뿐인데 뭐
 
맞아, 비관보다는 나아
자학보다 훨씬 괜찮은 태도라고 봐
상처는 많이 좋아 보여
그래, 잘 했어
 
 
 
 
-'12年 2月 2日 
<산책길에서 길고 눈에 띄는 문패를 만났다. 세상 모든 사람의 로망일 수도 있고, 그저 나만의 퇴폐일
수도 있다> 


                  


『첫 이별』
 
 
 
 
내가 살던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하루에 두어 번 하늘로 가는 철둑길이 있어요 
그 길을 따라 매년 밤꽃이 피었지요
 
탱크가 지축을 흔들고 유리창이 부르르 떨던 그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끝 떨면서 선생님이 최전방
우리 학교에 오셨어요 
까까머리 내 가슴에 선생님 모습이 탱크 자국처럼 새겨졌지요 
그리고 나서 이튿날, 붉은 석양이 푸른 벌판 스믈스믈 뱀처럼 삼키던 녘,  기찻길 따라 두 번 걷던 코
스모스꽃들  다 같이 큰 소리로 웃다가 갑자기 수근거리더니  선생님 가슴에서 밤꽃 냄새가 난다는 것
이었어요 
내 손 잡은 선생님 손, 사과꽃처럼 곱고 예쁜 손이 스르르 풀렸어요 
나중에 안 일인데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하얀 눈이 오늘처럼 검은 하늘에 가닥가닥 날리던 날이었는
데요, 선생님이 빨간 미니스커트에 검정 하이힐, 그 신을 신으셨다고 해요 
 
나는  '희영아 고마웠어 덕분에 그동안 든든했어 날 이해하지? 희영아 사랑한다...'라고 쓴  선생님의
쪽지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어요 선생님 가슴에서는 사과꽃 냄새가 났어요 
나는 알아요
 
 
 
 
-'12年 2月 3日 
<날을 꼬박 샜다. 하늘에서 선생님도 잘 살고 계시겠지..> 


                  


『낙화(落花)』
 
 
 
 
꽃이 떨어졌다
난향은 아내의 그윽함을 닮았다
시클라멘 붉은 유혹 그녀의 입술이었다
꽃의 고독도
내 슬픔도
꽃의 몸부림도
내 비명도
스르르 땅에 떨어졌다
괜찮다,
여한 없다
꽃의 죽음이
밤새 날 사랑한 것 만큼
내 정액도 꽃의 눈물로 다 소진됐으니
 
 
 
 
-'12年 2月 3日 
<베란다의 난과 시클라멘꽃이 시들었다. 내 젊음도 간다> 


                  


『애가 오는 날 아침』
 
 
 
 
애가 일년만에 오는데, 며칠전부터 방청소 해 놓으라 했더니 좀처럼 맘에 들지 않습니다 아내 몰래 새
벽에 일어나, 침대와 옷장에 책상이며 의자 하나하나 걸레질을 합니다 
아침 해가 하얗게 웃습니다
창문 열고  방바닥 구석구석 닦고 나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돋아 납니다  녹색 이파리 큰 화분 하나
갖다 놓습니다 가슴이 따뜻합니다 아이를 맞으러 가는 공항길에 흰꽃이 피고 녹색바람이 불 것입니다
 
 
 
 
-'12年 2月 5日 
<1년만에 아이가 들어오는 날이다. 공항까지 마중 나가려 한다> 


                  


『내 삶의 무기』
 
 
 
 
어떤 일에 빠지면 나는,
완벽해질 때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한다
집착에 가깝도록,
며칠, 몇 밤을 끊임없이 그 생각에 젖어 산다
될 때까지,
완전에 이를 때까지,
요만큼의 허점도 용서하지 않는다
나의 이러한 완벽 추구가 나를 죽인다
고통스럽게
온몸을 학살하고,
더군다나 주위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내 생명인 것이다
삶의 무기인 것이다
내게 실수란 없다
무엇보다 나는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끝내 해내고야 만다
주도면밀한 내 실행력은 폭풍과도 같다
멈추지 않는 저돌적인 내 추진력은
결국 내 생각의 모든 결과를 이루게 한다
내 세계에 무방비란 없다
대충대충이란 없다
실패란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이것이 나다
나는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
이런 나를 사랑한다
나의 이런 열정을 흠모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것이다
 
 
 
 
-'12年 2月 8日 
<새해 들어 새로운 목표에 목숨을 걸고 뛰고 있다. 이렇게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양지꽃』
 
 
 
 
네 이름이 뭐니?
물었을 때
넌 방글방글 웃기만 했어
사랑스러웠지!
구룡리 논길에서 널 처음 만났거든
널 안던 그날,
무릎이며 팔꿈치며
물에 다 적셨잖아
 
아! 그해에 그녀가 돌아왔어
그녀는 너처럼 잘 웃지도 않았고
변덕은 죽 끓듯 했지
그래도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나누고
자고 했던 노오란 날들은
아름다웠어
슬픈 일 기쁜 일 
함께 했어서 행복했어
 
올봄에는 구룡리에 가 보려구
논두렁 그 옛길
아파트다 상점이다 들어섰겠지
혹시 너 그곳에서
벙긋벙긋 웃고 기다렸어도
옛날처럼 
널 품겠다며,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논 뛰어 들 수 있을른지는
나 모르겠어
그녀가 가고 없잖아
 
 
 
 
-'12年 2月 9日 
<봄은 또 오기야 오겠지. 내 청춘도 다시 오려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
피곤하고 고통스런 일이다
밥은 먹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살펴야 하고
오직 너만을 사랑한다 소리 수백 번도 더 넘게 외쳐야 함은 물론
변덕스런 요구에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면서도
은은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 일관하여
절대로 소리지르거나
이맛살 찌푸려서도 안되고
언제까지나 네 곁에서 널 위해 있어 줄게를 
끊임없이 뇌까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참 말도 잘 한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조건 없이 자기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우리 아버지는 그러셨을까
어머니는 그러셨을까
나의 존경하는 선배님께서는 그러셨을까
 
이제는 더이상 그런 사랑 못한다
힘들어서 못한다
죽으면 죽었지 또다시 그렇게까지 하면서 더는 못 산다
 
사람들은 참 말도 잘 한다
사랑은 받을 때가 아니라 줄 수 있을 때 행복한 것이고,
소유의 것이 아니라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을까
어머니도 그러셨을까
나의 존경하는 선생님께서도 그러셨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
비참하고 슬퍼지는 일이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어디 아파서 말 한번 못해도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간다 해도 내 꼴 보기 싫어 간다 해도
겨울비 내리는 날은 안되고 눈 오는 날 슬퍼야 하고     
가슴이 뭉그러져서 외로움에 치떨려도
절대로 울지 말 것을
끝까지 널 향해 웃어야 할 것을
죽는 날까지 오직 너만을 사랑하고 기억한다 할 것을
어김없이 되새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12年 2月 10日
<50年 넘게 걸어 온 이 삶은 오직 너 하나면 족하다. 어떻게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겠는가. 
힘들어서 다른 길 더 못 간다> 


                  


『고갈(枯渴)』
 
 
 
 
누렇다 
누렇다구
아니 그게 아니라 노랗지 노오랗잖아
누릿누릿해
노릿노릿은 안해?
누우래!
노오랫 노오랗단 말야 
하면서,
누우
노오
누 노들 한다
 
그래
놀아라
누렇든 노랗든
목 타서
아주 지랄 발광들 해라
지랄을 해
 
 
 
 
-'12年 2月 11日 
<내 청춘도 세상도, 말라비틀어지니까 미쳐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소나무』
 
 
 
 
곱게 늙을 수 있을른지요
사립문 빠드득 열고
그녀가 나가고
옷자락 사라지고
타박타박 발소리 흐려질 때까지
짙은 서릿발 신경
사립문 쪽
깨진 유리로 꽂혀 있다가
팬티 바람
슬리퍼 끌고
동구 밖까지 쫒아 뛰어 가
고불고불
소슬바람 시리고
붉은 석양 뉘엿뉘엿한
그녀가 간 길
밤새도록
지켜 보고 섰으니
이래서야 나,
둥근 인생 살면서
곱게 늙을 수 있을른지요
 
 
 
 
-'12年 2月 12日 
<오랫만에 속리산 다녀왔다. 푸른 소나무는 늘 거기에 서 있다> 


                  


『서쪽을 향하여』
 
 
 
 
날더러 왜 서쪽 하늘을 바라보느냐고 묻는 사람아
그럼 내 태양이 서쪽으로 기우는데 어디를 보냔 말이다
젊었을 땐 나도 동쪽만을 바라봤다
벅찬 환희도 잠깐이다
이제 동쪽에는 아쉬움과 미련 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뒷걸음친다고 조롱하지 마라
비겁하다며 비난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쪽 하늘 밑에서도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서쪽에는 긴 그리움과 오롯이 사랑이 있다
가족이 있는 내 집이 있다
집앞 들녘에 필 꽃들을 사랑해야 하고
뒷뜰에 핀 꽃들도 보듬고 손 잡아 주어야 한다
 
 
 
 
-'12年 2月 13日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발밑의 흙을 보라,들녘에 흐르는 강물을 보라. 가슴이 부푼다> 


                  


『서월(曙月)의 밤』
 
 
 
 
저 산에 바위는
날 오라 하고
저 들에 강물은
날 가라 하네
달빛 섰는 고갯마루
쥔은 숨어서
저 언덕 소나무는
날 가라 하고
저 구릉 대나무숲
날 오라 하네
 
 
 
 
-'12年 2月 13日 
<새벽달이 꼭 내 모양이다>


                  


『정월 하현달』
 
 
 
 
깜깜한 밤이라야 걷습니다
낮에는 창피해서 못 걷는다데요
 
사실은 당신께 들키기 싫어설지도요
피골은 상접하고
더군다나 걸친 게 없어서
비까지 흐르는 날에
시린 곳 한두 군데 아니라서요
 
넋 놓던 그날 밤처럼
혼자서 걷습니다
자박자박 실개천 두 번 건너
젖은 풀섶 엉클어진 좁은 논길 걸어서
누군가 쉬고 있을 묘지를 지나
아늑한 솔밭길 접어듭니다
 
밤길이라서 사는 것이죠
별들이 매실꽃에 초롱 밝히고
하얀 사과꽃 피는 날엔 웃어 볼게요
젖은 몸 걸친 거라야 
사랑했단 죄 밖에 없으니까요
 
칠흑의 밤이라야 걷습니다
낮에는 부끄러워 못 걷는다데요
 
 
 
 
-'12年 2月 15日
<그의 49제라 한다. 정월이 그믐으로 가는 겨울밤인데 안개비가 자옥하다> 


                  


『다짐』
 
 
 
 
올봄에
매실나무꽃 마당에는 절대 가지 않으리
올해라고 해서 다를까
또 춘설에 덮여서 살갗이 터지고 손가락이 시리겠지
아, 더는
너 새하얗게 질려서 아무리 애원하고 매달려도 절대로 가까이 가지 않으리
그냥 저만치 떨어져서
이름 모를 꽃들아, 봄꽃 핀 들녘이 곱구나
사과꽃 향기 날으는 산천이 아름답구나 하면서
쉽게 쉽게 살으리
 
여린 살 좀 찢겼다고
겨우내 자학까지 했을 까닭을!
애증이 지나쳐 화내고 고함지를 이유가 없었다
봄꽃이 어느 날 성격 바꿔서 다른 계절에 다른 색으로 필리가 없고
봄의 계절이 제 모습 감출리 없는데
시기와 질투는 당연한 것이고
폭설 속에서 내가 옷 훌훌 벗어서 감싸 준 것도 한두 번이지
같이 살 것 아니고
함께 죽을 일도 아닌데
내가 지난해 너무 널 쉬이 여긴 게 분명이구나
널 너무 가까이 한 게 잘못이구나
사랑한게 잘못이구나
 
올봄에
때죽나무꽃 언덕으론 절대 넘지 않으리
올해라고 해서 다를 게 있을까
또 춘풍이 불어서 머리카락 날리고 옷깃이 열리겠지
아, 더는
너 초롱초롱 웃으며 아무리 소리치고 손짓해도 절대로 가까이 가지 않으리
그냥 저만치 멀어져서
이름 모를 꽃들아, 봄꽃 핀 들녘이 곱구나
산벚꽃 향기 날으는 산천이 아름답구나 하면서
쉽게 쉽게 살으리
 
 
 
 
-'12年 2月 17日
<왜 그대는 행복한데 난 슬퍼야 하는가. 나도 쉽게 살자> 


                  


『감국(甘菊)』
 
 
 
 
꽃잎 따다가
책갈피에 넣어서 말리기도 하지
진한 그리움을 담아서
꽃이 예뻐서
꽃 한 송이 꺾어다
흰 벽에 걸어서 말리기도 하지
사랑이 모질고 질겨서
꽃이 고와서
목말라 먹기도 하지
말렸다가 
술로
차(茶)로 내려서 먹기도 하지
꽃이 좋아서
 
 
 
 
-'12年 2月 18日 
 PS:
「국화차(菊花茶) 마시며」
 어디에서든 내게 너 있다
 들에서 산에서도
 살아서 
 죽어서도
 봄 기다리는 겨울에서
 늦은 가을까지도


                  


『야경(夜景)』
 
 
 
 
저 아래 불빛 속에
끼리끼리 저들은
호호 깔깔 퍽이나 사는 게 재밌나 봅니다
별 죽고 달 자는 이 밤에
왜 나는 혼자서
식식 가시밭 산길을 걷고 있는건지요
웃기는 건,
속살에 
기스 내지 않으려고
저들 모르게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도
들여다보면 온몸이 스크래치 투성이라는 겁니다
머리에 흙먼지는 또 뭐구요
징그럽고
섬뜩하기까지 한데요
참 속절도 없는 삶이로군요
 
 
 
 
-'12年 2月 22日
<이름 없는 야간 산정상(山頂上)에서> 


                  


『창문 틈으로 당신의 웃는 모습이 빤히 보이고』
 
 
 
 
꽃이 빠알갛게 달았던 것은
꽃이 노랗게 속살 열었던 것은
끓는 피 삭히며
숨 죽인 채
영면 갈구하던 날 2월의 아침 안개 속에서
가슴 만지작거리며
오만 신경 꼿꼿이 세우고
마지막으로
문 닫기 직전에
당신이 
날
꼭 돌아 봐 주기를
불러 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죠
 
 
 
 
-'12年 2月 24日
<시클라멘 앞 후리지아꽃이 창문 틈에서 노랗게 서있다> 


                  


『금요일 잠』
 
 
 
 
금요일엔 다들
불금하러 간다고 한다
그것 참, 뭣들을 하는걸까
어떤 세상일까
술 마시러
말 달리러
그레이스는 심야교회에서 
2천년 넘은 총각과 스스로 바람났다고 한다
미쳐서
신나서
열정이 넘쳐서
피가 끓어서
한 번도 밤새워 본 적 없는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자고
눈썹 셀 섣달그믐날에도 자고
평생 죽어라 자고
또 자고
건조한 메트리스
오로지 네모난 침대에서 
학창시절 공부에, 젊어서 일할 때 빼고는
평생토록 자 온 잠을
숨 멈추면 영원히 누릴 잠에서
미칠 줄 모르는 나
신나기 싫은 나
스케줄대로 사는 나
열정 식은 나
차가운 나는
사는 게 싱거워서
오늘도 시간 맞춰 자는 나
 
 
 
 
-'12年 2月 25日
<참 멀리 왔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또한 돌아가야 할 이유도 없다> 


                  


『사랑 안해』
 
 
 
 
만나서 사랑하는 일
그런거 안한다
밤새도록 나를 설명해야 하고
매달리고
쫓아 다녀야 하고
사랑한다 말해야 하고
유치하게
확인 받아야 하고
죽어서도 변함없을 것 맹세해야 한다
아! 난 그 짓 못한다
난 다시는 그렇게 못 산다
늘 그랬어
결국
보지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할거면서
긴 세월 있는 열정 없는 열정 다 받쳐
그리워 목말라 하고
가슴 조이며
기다리다가 어느 날
하늘에서 별 떨어진 것이
매화가 춘설에 얼어 죽은 것이
모두 다 내 죄인 것이고
다 내 탓이 되어
죽어야만 비로서 잊혀질
그런 사랑 되는
그런 만남
난 다시 안한다
난 죽어도
만나서 사랑하는 일
그런거 안한다
 
 
 
 
-'12年 2月 26日
<사랑은 언제나 고독할 뿐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일'이든..
PS: 근데, 그래도 또 그런 사랑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 


                  


『선(線)』
 
 
 
 
선(線)이라는 건 없어
선 안에 누구 있고 선 밖에 누구 있는 거
그런 거 없어
오직 나 있으면 나 있고 나 없으면 나 없는 거지
선 안에 선 있고 선 밖에 선 있는 거
그런 거 없어
 
 
 
 
-'12年 2月 27日
<내가 유일하지 않다면 오직 너만의 것이란 없다> 


                  


『허공(虛空)』
 
 
 
 
내 슬픔 다 받아 주고
내 어떤 고통도 다 품어 줄
꽃 아닌
저 산 바위보다도 강하고
바람 아닌
저 들 나무보다도 센
콧수건 명찰 달고 학교 다니던 추억부터
손잡고
앞으로 하나하나
손마디 자글자글 말라 죽을 날까지
내게 꾸짖음도
내게 어떤 찌푸림도 없이
한결같이
옆에서
나의 길 같이 해 줄
오직 나만의 친구
 
 
 
 
-'12年 2月 28日
<어떤 기대도, 또 어떤 바램조차도 허영이려나> 


                  


『앞집 개』
 
 
 
 
개야
짖지 마라
너 늙어서 노망났구나
이곳
아파트촌 사람들이 
세상을 흘려서
앞집 
윗집에 아랫집
못 만나고 산다지만
냄새 아는
개야
우린 알고 지냈잖아
맨날 만났잖아
개야
그리 미쳐서 짖지 마라
너 노망났구나
개야
 
 
 
 
-'12年 2月 29日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까불지들 마라>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도』
 
 
 
 
차갑고
쓸쓸하고
달콤했으면 좋겠다
인생이
천천히 다가오는
뜨거운 숨결
느리고
고조된 운명
전율의 높은 피아노 소리
가슴 쥐어 짜는
외마디 
쓸쓸하고
달콤했으면 좋겠다
인생이
 
 
 
 
-'12年 3月 1日
<라흐의 피협 속을 부유함>
cf.: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月 계획』
 
 
 
 
죽으라는 법 없다
진저리 났던 2月이 가고
꽃 피는
3月에는 뭘 할지
하나하나 
써 본다
6日에는 그 사람 만나고
7日에는 그가 온단다
이번 주말에는 그녀 따라
산에도 가고
그 다음 주말에는 골프도 쳐야지
아! 
月末에는
마라톤에도 나가야잖아
예약을 할까
죽으라는 법 없다
진저리 났던 2月이 가고
꽃 피는
3月에는 뭘 할지
하나하나 
써 본다
 
 
 
 
-'12年 3月 2日
<숨통이 좀 트이는 것일까. 春雪만 없기를 바란다> 


                  


『그녀 따라간 산행(山行)』
 
 
 
 
산만큼 높으면 
말하라
산 아래 슬픔만큼 설우면
당당하게 산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라
해는 말하지
바람은 말하지
강은 굽이굽이 흐르고
길은 느릿느릿 걷는다
산만큼 깊으면
말하라
산 아래 고통만큼 아프면
떳떳하게 산다고
행복하다고
말하라
 
 
 
 
-'12年 3月 3日
<지리산 노고단에서 섬진강 내려다 보며 -"화엄사~노고단 길"-> 


                  


『폐가(廢家)』
 
 
 
 
그녀가
발그레한 미소로
내 키스 받아 준 곳도
바로
저곳이지요
흙담길 돌아 들면
꿈결같이
주렁주렁 모과 열었던
저곳 
그녀의 집 
바로 나오죠
지금은
밥 짓는 연기도
그녀가 나랑 키스 나누고
부끄러워
뛰어가던 모습도
볼 수 없구요
그저
썩은 나무 그루터기
어지롭게
널려 있지요
 
 
 
 
-'12年 3月 4日
<봄바람 마른 가지 간질이는 계절에> 


                  


『꽃봉우리』
 
 
 
 
꽃은 꼭 그러더라
애꿎게
길 가는 사람
세워 놓고선
 
곱다
사랑한다
힘주어
말하라더라
 
그래서
곱다
사랑한다
어렵사리 말하였더니
 
꽃은 또 그러더라
마음 문
여는데
시간 필요하다고
 
 
 
 
-'12年 3月 5日
<꽃봉우리 꺼풀이 아직은 두껍다> 


                  


<사랑이란>
 
 
 
 
사랑이란,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알아 가는 과정이다
또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적극적이 지나쳐
한쪽으로만 흘러서 스토커가 되어서도 안 돼고
서로 상대의 가슴 속에 설 수 있어야 하는 것,
바로 그것인 것이다
 
 
 
 
-'12年 3月 6日
<내 사랑은 엘리히 프롬(Erich Fromm : 1900~1980)을 닮았다>


                  


『자고 일어나』
 
 
 
 
천연덕스레 당신이 
웃으며
내 심장에 칼 꽂는 것 보았습니다
잘려 나가는 손목 보며
나도 웃었습니다
 
행복한게 싫으시지요
당신께서 내 웃음 미우시지요
춘풍 불 녘 닥쳤는데
그러시지요
봄에 눈 오니 춘설이고요
봄에 피어 춘화(春花)라지요
먼산 보는 창가에 성에 하얗게 끼었는데
그러시지요
 
자고 일어나
검은 선혈 투두둑 길바닥에 떨어져서
손목 달아나 허전한데
천연덕스레 웃으며
그러시지요
 
 
 
 
-'12年 3月 8日
<일도 사랑도 내 운명이다. 
다만 아픔보다는 시림을, 슬픔보다는 우울함을 풀어야 한다> 


                  


『행복한 그대에게』
 
 
 
 
맞아
행복한 그대가
날 따라 뛸 까닭은 없지
 
하지만 나는 
산이 가팔라야 해
심장 터지도록 고통 있어야 하고
가슴 찢어질 듯 숨막혀야 해
일도 그래
몸이 깨지고 
부스러지는
치열한 공방 주고 받는
그런 일이라야 해
그래야
사는 맛 나고
내 숨결 느껴지고
만져져서
뜨거워지고,
그래야
행복해서
또 뛰고 오를 수 있는거지
산에도
길에서도
일터에서도 말야
 
 
 
 
-'12年 3月 9日
<물론 사랑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녀와 결혼하지 않은 이유』
 
 
 
 
내가 동창인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나이 스물다섯 때였습니다. 그 때 그녀는 내게 분에 넘치는 큰 애
교를 떨었고 예쁘게 보이려고 무척 노력했었죠.  무엇보다 교양이 많고 배운 것 많은 지적 여성으로서
어떻게든 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게 나타났었어요, 그녀가. 
근데 내가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던 결정적 이유, 그 딱 한가지 이유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녀가 그녀
의 집 앞을 지나가던 나를 괜히 시비를 걸고 발을 걸어서 자빠뜨렸던 기억이  생생히 살아났기 때문이
지요. 
그녀에게는 한번도 말하지 않은 그 이유,  나에게 그녀에 대한 최대의 결혼 결격 사유로써 작용한  그
이유, 아주 단순하고도 보잘것 없는 단 한가지 그 이유가  다시는 그녀로 하여금 내 앞에 서지 못하게
한 절대 이유가 되었던 것이죠. 
인생이 뭐 대수겠습니까. 그렇게 단순한 이유들로 희노애락 하면서 사는 것인데요, 뭐. 
 
 
 
 
-'12年 3月 11日
< 그녀는 나와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음에 분명하다> 


                  


『꽃샘』
 
 
 
 
옛날 같으면
되바라졌다고 하는거야
속된 말로는 발랑 까졌다는 뜻이지
사람 갖고 놀고는
계절이 아직 3월이라고는 하나
산에는 진달래
들에는 개나리
꽃 필 채비 들떠 있는데
엊그제 불던 바람처럼 
그 애가 지나가는 소리로 내게 한 말은
엄청 변덕스럽고 
감정굴곡 격하게 심하고
객관적으로 봐서 나쁜 성격이라는거지
그래
말이야 참 부드럽잖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말로써 말야
하기야 세상 한두 해 살아 달관 못할 나이도 아닌데
그 애 내게 어떤 말도 못할까마는
요즘 세상에 노는 방법도 가지가지지
꽃샘이란 이름 두글자
그것 빼고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주제에
말 그대로 영원히
죽을 때까지
가면 가고
오면 오는거지
내게 무슨 상관이겠어
근데
뭘 바라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맞장 뜨면 내 성깔 다 죽이겠다잖아
허허
그래서 말야
말인 즉 나도 겸허해야 할까 봐
옛날 같으면
되바라졌다고 하는거야
속된 말로는 발랑 까졌다는 뜻이지
 
 
 
 
-'12年 3月 13日
<매년 꽃샘 추위를 맞는다마는, 늘 상처를 받는다. 이젠 더이상 순수히 감수하긴 싫다. 
역설적이게도 내게 아직 청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작불』
 
 
 
 
젖은 장작이 불 속에서는 
잘 탄다
미친 듯이 탄다
타는 불꽃 보고 있으면
내 몸도 탄다
바삭바삭 탄다
타는 장작 끝에서
지글지글 수액이 끓는다
냄새 좋다
내 볼이 붉어진다
젖은 장작이 불 속에서는
잘 탄다
미친 듯이 탄다
탁타닥 소리를 내며 탄다
내 입도 탄다
바싹바싹 탄다
 
 
 
 
- '12年 3月 15日
<겨우내 쌓아 두었던 땔감 다 떨어졌을 계절에> 


                  


『3월의 뜨락』
 
 
 
 
벚꽃이 피어야 사람들이
난리굿을 떨겠지
봄이 왔다며
들판에 양지꽃 노랗게 물들여야
팔짝팔짝 사람들이
좋아 뛰겠지
 
사실 어젯밤 내 뜨락엔
목련꽃 닮은
손님
봄비 손잡고 찾아 와
그녀가 옛날에
큰 꽃 속눈썹 깜박였던 것과 같이
바시시 웃고만 섰던 것처럼
살짝
들러 갔는데
 
 
 
 
-'12年 3月 16日
<봄 맞을 목련꽃망울이 도톰히 물 올랐다> 


                  


『향(香)』
 
 
 
 
밤새 삽질 좀 했습니다
당신 죽으면 묻을 곳
길이 넉 자 반
너비 한 자
내 가슴 속 깊이
구덩이
팠습니다
이제는 아프지 마십시오
섧지 마십시오
당신 죽으면 
가는 팔 곧게 펴고
고운 얼굴 반듯하게 눕혀서
영원히 팔팔 끓는 
내 심장 곁
고이고이
묻어 드리겠습니다
 
 
 
 
-'12年 3月 16日
<이제는 그만 묻어야 할까봐요> 


                  


『목련꽃 피기를』
 
 
 
 
나만 외로울게 아니다
나만 유독 슬플 일 아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해까지 살던 아파트에서도
몇 해 전 다니던 직장의 정원에서도
목련꽃은
혼자서
긴긴 겨울
나보다 훨씬 해쓱하고
나보다 더 핏기 없는 얼굴로 기다리고 섰다가
논두렁 물꼬 터지고
쇠똥 밭고랑에 줄지어 걷던 그믐날 밤
몇 번이고 뜬눈 지샌
가는 달빛 밑에서
하얀 큰 꽃잎
서럽게 혼자서 피우고서는,
밤새도록
울다 가고는 했었다
돌이켜 보니
나만 외로울게 아니다
나만 유독 슬플 일 아니다
 
 
 
 
-'12年 3月 19日
<더 기다려야 한다. 불면증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녀의 습작(習作)』
 
 
 
 
내가 일하는 방에는
수채화를 배운다며 그렸던
그녀의 습작 한 장이 걸려 있어요
그 그림 속에는 
키 큰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요,
왠지는 모르겠으나 그림 전체의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 소나무만 유독 거친 바람에 
정신없이 흔들리며 버티고 서 있는 거여요
사실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그림 솜씨가 서툴러서
소나무가 그리 그려졌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오늘 가만히 그 그림 들여다 보다가요,
문득 내가 크게 
착각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그녀는 
그 그림 속에다 이미 오래 전에
나를 그렸던 거였어요
 
 
 
 
-'12年 3月 20日
<부조화(不調和)... 서로 말로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무었이 들어 있을까> 


                  


『재해석(再解釋)』
 
 
 
 
보랏빛 진하네
농익었네
꽃은
있는대로 다 벗고서
속까지
다 까발렸네
허허
가는 잎새들만
화향 밑
어둔 세상에서
꼿꼿이 
지키고 섰네
 
 
 
 
-'12年 3月 20日
<그녀의 습작(習作) '아이리스꽃'을 보며>


                  


『봄볕 장난』
 
 
 
 
외롭고 혼자일 때는 다
봄볕도 여유로울 땐
절실하지
그립지
진지하다지
사과꽃 피고
보름달도 부풀어서
죽을 때까지 영원히
끝까지 변치 않겠다고 하니까
 
하루이틀 지나서
일 늘어나 봐
조금 바빠만 봐라
 
그 맘 여전할지
건성건성 안할른지
절실할지
사랑할른지
진지할지
매화도 피고
그믐달조차 젖어서
죽을 때까지 영원히
끝까지 변치 않겠다고 하니까
 
 
 
 
-'12年 3月 20日
<봄꽃도 피기 전에 참 많이 편해졌구나> 


                  


『서울에 오면』
 
 
 
 
서울에 오면 
푸근해서
좋다
삼십오년 전 종로거리
서점에서
타임지도 사고
와이엠씨에이 옆 디제이 우아한
음악 다방에서
붓꽃같은
그녀 기다리고 있으면
좋다
무엇보다 서울에 오면
공덕동 달동네
그녀의 숨결 귓전까지 달려 와
나도 보고 싶었어 하면서
고운 목소리 
나긋나긋 들려 주는게
올 때마다
좋다
 
 
 
 
-12年 3月 21日
<서울 출장이 잦다. 내게 있어 평생 서울은, 지나치는 곳이지 머무는 곳 아니다> 


                  


『우리의 위대한 소위 계급장』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맞았다
떠든다고 맞고
인사 안한다고 맞았다
사랑의 매로 맞았는데
중학교 때도 맞았다
성적 떨어져서 맞고
성적 안 올랐다고 맞았다
내가 못해서 맞고
친구가 못해서도 맞았다
공부해서 남 주냐며 맞았다
어떤 녀석이 몰래 
여자 선생님 팬티 색깔 보다가 걸려서
그래서,
단체로 맞고
회초리로는 시원찮아
몽둥이로 맞고
야구 방망이로 맞았다
뺨 맞고
엉덩이 맞고
손 등에 맞고
발바닥에 맞고
무릎 꿇고 맞거나
엎드려 뻗혀서 맞지 않으면
두 손 머리에 얹고라도 맞았다
하루도 안 맞으면
심심해서 맞고
담임이 바뀌어서 맞고
그러다가,
그렇게 커가다가,
고등학교 가서도 맞았다
경진대회 성적 나쁘다고 맞고
하필이면 우리 반에서
고삐리 주제에,
유신체제 반발하는 녀석 생겨 갖고
이놈저놈 
번호대로 끌려가 
각목이 부러져라 맞았다
이래저래 맞았다
학교에서 못 맞은 날에는
집에 가서라도 맞았다
그렇게 맞았다 
죽자고 맞았다
그랬다
우리는
 
그럼,
대학시절 가서는 안 맞았을까?
그럴리가 없다
광화문 거리 걷다가 졸지에
경찰봉에 얻어 맞고
머리에 피 안 흘렸다면 거짓이고
불시검문 반항하다 파출소 가서 맞았다
어디서든 맞았다
내가 잘 못해서 맞는게 아니라
맞아야 하니까 맞고
시대가 요구해서 맞았다
그랬다
우리는 
 
어휴, 그 정도로 끝났을까?
아니다
군대 가서는,
임관되기 전까지는
정말
제대로 맞았다
밥 빨리 못 먹어서 맞았고
사격 못해서 맞았다
인간이 아니라고,
개 돼지
짐승만 못하다며 맞았다
이 서너 개 날아가고
뼈가 부러지게 맞았다
군화발로 채여 맞고
채찍으로 맞았다
그렇게 맞았다
그랬다
우리는
 
아! 근데 말이다, 
정말로,
이건 매우 중요한 얘기다
그 육군 소위 계급장,
그게 뭘까?
뭐였을까?
그건 위대한 것이었다
위대하다 못해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랬다 
밥풀때기 그거 하나 달고 나서부터
내 인생은 바뀌었고
매는 멈췄고
절대로 맞지 않았다
아무리 맞고 싶어도
도저히 맞아지지 않았다
그랬다
우리는
 
 
 
 
-'12年 3月 22日
<그렇게 맞으며 만들어 온 우리의 위대한 시대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이것도 시대의 매라면 맞아야 하는 것이다> 


                  


『실없이』
 
 
 
 
어제는
봄꽃 피기도 전에
우리집 뜰
흰 목련화 밤새 눈 깜박이더니
큰 꽃잎 뚝뚝 떨구며
울고 섰더라
내 정액이 슬프더라
했더니
 
오늘 아침에
친구가,
목련화 본 적 있어?
하더라
 
 
 
 
-'12年 3月 23日
<불면증과 그리고, 눈자위 빨간 충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가 지난 2008년말 못지않게 시리고 고통스럽다. 1/4분기 지내고 4월 맞으면, 봄꽃 피는 계절 안으
면, 얼은 몸 좀 풀리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멈추기』
 
 
 
 
날 잡아 
언제
꼭 해야겠습니다
쥐도 새도 없는 곳에서
발가벗고,
닭처럼 돼지처럼
머리며 몸에 마른 흙 퍼 부으며
살갗 까이게
흙목욕 해야겠습니다
산들 따라
굽은 길
가야겠습니다
그러다
혹시
뜨건 햇살 쫓아 와
나 미쳤다 하면
소나기 오면,
머리며
몸에
젖은 흙 묻히고
아예 땅에
묻혀야겠습니다
 
 
 
 
-'12年 3月 23日
<이 삶의 고통, 끓는 피 멈추려면> 


                  


『안부(安否)』
 
 
 
 
눈과 머리가 맑고
기분이 업되어 있는 상태
세상에 눈 떠 있고
남 향해 벌리고 섰는,
이런 상태로는 글을 쓸 수가 없다
나를 볼 수 없다
말만 많고
생각의 깊이는 없다
몸이야 상쾌하고 날아 갈 것 같다지만
본래 모습이 아닌,
나 아닌 내가 어색하다
일종의 조울증세인 것이다
며칠 갈 것이다
 
 
 
 
-'12年 3月 27日
<평소의 내가 정지(停止)되는 순간이다. 몇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컨디션이 좋을 때가 있다>
PS: 자신의 존재(存在)도 없는 사람들이 이타(利他)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꽤 많다. 
그런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염려(念慮)한다.  


                  


『홍매화』
 
 
 
 
파란 하늘에 바람 쌀쌀한데
얘야,
먼 산 보지 말거라
북악산 볼그스레 물들이면
내 정액 식기 전에 널 만나야겠다
굳고 뜨거운 내 젊음
썪히기엔 너무 아깝다
안 되겠다 
널 봐야겠다
너 없인 안 되겠다
모나고 괴팍스런 너다, 그래서 너다
그래 맞다
지난 해 자지러지게
죽을 듯 나 사랑해 준 너다
널 만나야겠다
 
 
 
 
-'12年 3月 28日
<강내 청국장집 홍매화가 봉오리를 틀었다> 


                  


『왼손은』
 
 
 
 
고작 오줌 눌 때
고추나 붙잡아 주는 일
그런 일
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가 어두운 길 갈 때는
든든한 더듬이 역할
하기도 하고
목욕할 때는 김 서린 거울
물로 쓰윽 닦아서
싱싱한 내 몸매 보며 웃게도 해 준다
아! 어느새
그녀 잘 때에는
가만히 곁에서
따뜻이 가슴 쓸어 주거나
잘 자라고,
토닥거려 주는 일도
한다
괜찮은 녀석이다
 
 
 
 
-'12年 3月 29日
<예로부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에게 알리지 마라 했지만,  오늘은 좀 했다. 창문 열고 닫는 일도
왼손이 한다> 


                  


『고통이 가실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눈물 마른 듯
꽃은 말라 비틀어지겠지
아무 말 하지 않겠지
 
세상 등지듯
꽃은 떨어져 나뒹굴겠지
아무 말 할게 없겠지
 
여한 없는 듯
꽃은 썩어 뭉그러지겠지
아무 말 필요 없겠지
 
 
 
 
-'12年 3月 30日
<힘든 3월을 보내며, 태생적 아픔을 갖고 피는 빗속 봄꽃에게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낀다> 


                  


『아가에게』
 
 
 
 
안 좋아해도 가는 거야
다 좋아서 가는 것만은 아냐
싫어도 가야 할 이유가 있으면  가는 거야
일상의 어떤 일들은
좋다 싫다고 해서가 아니라
그저 삶의 일부로써 
그냥 엮여서 흘러서 가는 거야
때로는 말야,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다가도
또 때로는
아니, 아주 가끔은 
즐겁기도 하고
또 아주 아주 가끔은 순간순간 
행복하다는 느낌도 드니까
그래서 가는 거야
안 좋아해도 가는 거야
다 좋아서 가는 것만은 아냐
싫어도 가야 할 이유가 있으면  가는 거야
 
 
 
 
-'12年 4月 2日
<좋아서 가는 거 아니라 해 놓고는 왜 가느냐고 당신이 물으시길래> 


                  


『진달래꽃』
 
 
 
 
산새 소리에 잠 깨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조차 없는 
어머니 품 그녀 곁에서
부드러운 봄소식 창살 넘어 
눈가에 들어올 때
부스스 아침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분홍 꿈결에 잠 깨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아름 늦잠에서 일어나
느릿느릿 눈 비비며 
길게 하품 하면서
봄빛 숨결 냇물처럼 걸어가
팬티 바람에 머리 감았으면 좋겠습니다
 
봄풀 기척에 잠 깨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윈 목에 수건 한 장 걸치고 
방문 열고 나가다가
순한 봄 향기 포릇포릇한 마당 
갓난 쑥 내음 널름 따다가
코밑 대고 흐음 맡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12年 4月 5日
<확연히 달라진 봄기운에 이제야 겨우 드문드문 진달래꽃이 피었다> 


                  


『봄비를 말함』
 
 
 
 
며칠 전
센 바람 불고
목련꽃 정액이 하늘에 뿌옇게 뿌려지던 날
봄의 눈물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섰는 나의
눈에
입과 목에
그리고 파열된 심장을 통해
사타구니 밑을 지나
허벅지에
발고락 속에까지
뜨겁게
흘러 내리며
떨면서
말을 했다
이제 그만 잊어 버려라
그만 하고 
가라
라고
 
 
 
 
-'12年 4月 8日
<진눈깨비 내리던 며칠 전 봄비에도 나는 나가 보지 않았다.  올 봄에는 매화도 벚꽃도 볼 일 없을 것
같다> 


                  


『나의 정서』
 
 
 
 
행복이란 텅 빈 무색을 말한다
무취 무미에
건조 상태
고립에
고통
극도의 그리움조차 
허공에 젖은
무감각 상태를 말한다
춥고 시려서
고독에 떠는 정서,
내가 글이란 걸 쓸 수 있는 분위기
그런 환경과는
절대 다른
내 격과 어울리지 않는 상태를 일컬어
남들은
보통
행복이라고 말한다
 
 
 
 
-'12年 4月 14日
<너무 행복해서 글을 쓸 수가 없다><約束_10>


                  


『남도의 봄』
 
 
 
 
가슴에 불을 켜고 살았어도
길이 없으면
남해는 신나서 은빛 물결 봄갈채 실어 나르고
섬진강 꽃비가 바람에 떨어지는 날
심장이 떨어져라 뛰었어도
길이 없으면
나는 
집에 돌아와 슬픈 잠 자다 
홀로 일어나
불 꺼진 창 
새벽에 
아린 가슴 쥘 일 밖에는 
 
 
 
 
-'12年 4月 14日
<꽃은 외롭고 나는 슬프다> 


                  


『이십사도 봄볕에서』
 
 
 
 
목련이 
옷 벗어제끼고 발광이 났다
제 속살 못 보여 줘
꺅꺅거리며 
아예 지랄이 났다
그 옆 벚꽃은
부끄러워 
큭큭거리고 있고
매화가
달관하여 깔깔깔 웃고 있다
그 밑에서 
나도
침 질질 흘리며 
좋아 죽는다
 
 
 
 
-'12年 4月 15日
<고고한 목련도 별 수 없구나> 


                  


『어느 잊혀질 당신에게』
 
 
 
 
사람 일은 
하루 앞도 모르는 거야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나 죽으면
어떻게 당신에게 알려 주지?
나 죽어 연락 못했는데
당신은 
내 마음 변했다고 섭섭해할 거고
그저 원망만 하겠지
무엇보다도
우연히
나 죽은 거 알고 나서
내가 어느 땅 어느 하늘 아래 묻혔는지
와 보고 싶어도,
그리워 만나고 싶어도
못 와 볼 거 아냐
 
 
 
 
-'12年 4月 16日
<새로 만날 인연이 가까워지기보다는 잊혀질 인연이 더욱 멀어질 계절이다 -출근길 만개한 벚꽃을 보며-> 


                  


『그대를 부르다』
 
 
 
 
내가 그대를 어찌 부를까
봄 한철 피고 말 벚꽃 아니고
늦여름 설렁탕집
붉게 
큰 소리지르는
다알리아꽃 더욱 아니다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여름내 혼신의 뜨락에서
내 노래의 산중에서
함께 거닐을
하얀 찔레꽃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대의 손
얼굴
목소리,
무우다리에 이어서
배꼽까지도
어이 이뻐할지 차마 몰라 할 것이고
앞으로
허리춤의 가시
손등의 톱니 닮은 돌기마저도,
아름 보듬고
장미꽃이라 못 부를 일 
없을 것이다
 
 
 
 
-'12年 4月 17日
<올해는 더욱더 나를 사랑하여야 한다> 


                  


『봄풀』
 
 
 
 
하늘이 푸른 것은
당신께서 
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이 어여쁜 것은
당신께서 
날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아실른지요
내가 하늘을 
푸를 뿐만 아니라
드높다 말하며 산다는 것을
내가 꽃을 
예뻐할 뿐만 아니라
흠모한다는 것을
그래서
하늘 아래 고운 꽃 피고
꽃 따라 
봄풀이
푸르르다는 것을
 
 
 
 
-'12年 4月 19日
<산야에 온통 꽃과 푸르름이다> 


                  


『그립다고 말하는 너에게』
 
 
 
 
꽃비 쏟아지는 계절에는
하늘만 쳐다보거라
목련꽃
벚꽃
진달래꽃
개나리꽃 
꽃잎 하늘에 
펄펄 날리는데
심란해서
어지러워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보고 싶다 말하겠니
기다려라 하겠니
산에
나무에
푸른 잎이라도 돋거든
좀더 
세상이
푸르러지거든
 
 
 
 
-'12年 4月 20日
<떨어진 봄꽃잎들이 한자리에 뒤섞여 어지럽기만 하다> 


                  


『섬』
 
 
 
 
강에만
섬 있는 게 아니다
마른 내 몸에도
섬 있다
천만 번 사랑한다 외쳐도
백날을 웃어도
슬픈
섬 있다
건너 갈 배편 없고
외줄다리 없는
아득히 
먼
섬 있다
 
 
 
 
-'12年 4月 21日
<꽃이 젖는다  -봄비 오는 창가에서- > 


                  


『믿음』
 
 
 
 
하느님은 정연(精硏)하신 분이야
엄정(嚴正)하시지
꽃의 일희일비(一喜一悲)에
치우치시는 분 아니야
매화(梅花)의 악연(惡緣)도
동백(冬柏)의 비극(悲劇)도
다같이 하느님의 질서(秩序)야
 
 
 
 
-'12年 4月 21日
<꽃이 젖는다  -봄비 오는 창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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