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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나를 더 사랑하며 살련다..(열번째 페이지)      "반디의 홈페이지"
    
               


『첫눈 오는 날 아침 사무실에서 식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말하다』
 
 
 
 
어제는 무겁고 깊은 음악이 흐른다고 하더니
오늘은 식은 커피를 마신다고 하네
내가 그에게 
철학같다고 했지
친구 땜에 안 사람아
그가 내가 되고
그의 것이 내 것이 되는 건
언제쯤일까
땅에 닿자 마자 녹아 없어지는 첫눈 오는 아침일까
그대로 두면 다 삼켜 버리는
눈 덮인 밤이면 될까
내가 그가 되고
내 것이 그의 것이 되는 건
 
 
 
 
-'12年 11月 14日
<낯설어 않고 맘이 먼저 받으면 내 소리 되어 내 안에서 울린다 하네>


                  


『너에게 묻는다』
 
 
 
 
오직 일만 알고
취미 활동 하나도 없이
물정 어두워
소탈하게
고작 삼겹살에 소주나 마시고 사는 나는
영혼 잃고
그래서 불행하니?
문화 생활로
해외 여행 다니고
고상하게
콘서트다 오페라다 관람하면서
현대 미술의 발칙함과
웰빙 식단에 앉아 다이어트 논하는 너는
영혼 잃고
그럼 그렇게 행복하니?
 
 
 
 
-'12年 11月 17日
<제일은 자신의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차라리 비록 다른 영혼일지언정 아무런 댓가 
바라지 말고 그야말로 맹목적으로 사랑하라. 그것만이 너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뻔한 노후』
 
 
 
 
온몸이 가려워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능력 잃고
어깨 그리고 등어리
허벅지며
사타구니까지 
가려워서
긴 손톱으로 맨 살갗 긁었더니
희꺼멓게 줄 섰구나
 
온몸이 썩어 가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시세 잃고
어깨 그리고 등어리
허벅지며
사타구니까지 
썩어 가서
발꿈치 한 겹 한 겹 벗겨 냈더니
뼈마디만 솟았구나
 
온몸이 냄새 나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재력 잃고
어깨 그리고 등어리
허벅지며
사타구니까지 
냄새 나서
불쏘시개로 태워서 없엤더니
하얀 재로 남았구나
 
 
 
 
-'12年 11月 18日
<겨울은 춥고 밤은 어둡고, 세상은 뻔하고 예외는 없다 -어느 장례식장에서-> 


                  


『허이, 이 사람아』
 
 
 
 
제발 자네는
몸에 손 좀 대지 말게나
햇빛 아래서
자연은 신비롭다네
최첨단 과학의 반도체 기술로
감히
위대한 우리의 몸 기능 
반의 반
그것의 반의 반
겨우 그 몇 억분의 일만도 못한 반도체칩 하나 만들려고 해도
수천 명이 모여서 그 어찌나 많은 기간을 정말 얼마나 공들이는지 모른다네
그렇게 해서 몇 개씩 건져 내는 것이라네
대충 
자동차 정비나
집수리 정도라면 모를까
그야말로 전지전능의 하나님도 아니고
자비의 부처님도 아닌데
아무 것도 아닌
한없이 모자라고 모자랄 밖의 한낱 인간이 써 놓은 책 몇 권 읽고서
사람의 얼굴 예쁘게 고쳐 준다는
턱 만져 준다는
젖탱이 키워 준다는,
물정 밝고
돈독깨나 오른
고작
의술이란 것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허이,
제발 자네는
몸에 손 좀 대지 말게 하게나
달빛 밑에서
자연은 아름답다네
 
 
 
 
-'12年 11月 18日
<성형하는 사람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있지만, 정말 용감하다> 


                  


『이제부터는 이 호숫가에도 겨울로 가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겠지』
 
 
 
 
겨울아
창밖에서 소리만 지르지 말고
이리 들어 오너라
서슬 푸른 칼바람 들었어도 괜찮고
쩍쩍 맨살 찢어지도록 시리고 세찬 진눈깨비라도 좋다
어쨌든 난 펄펄 끓어 넘친다
어서 들어 오너라
내 뜨거운 이 심장의 호수에는
올여름 그리도 말 많던 밤에 철철 쏟아 냈던 내 너에 대한
애간장 속 탄 질척한 검붉은 피 다 저미어 있고
지난 봄꽃 필 적부터 너랑 내가 손 잡고
이 호숫가에서 한 날 한 시에 함께 죽자며 했던
그 수많은 밤을 
눈물과 웃음바다로 번갈아 
팔랑팔랑 가르기도 찢기도 했던 
갈참나뭇잎들 겹겹이 침적되어 있다
깡깡 어는 겨울이어도 
난 괜찮다
햇볕이 식어도 난 좋다
겨울아
내 가슴으로
어서 들어 오너라
 
 
 
 
-'12年 11月 19日
<모두들 다 따뜻한 겨울을 맞았으면 한다. -돌다리못가에서->


                  


『어느 트친의 사진에서 우연히 그를 발견하다』
 
 
 
 
우연히 찍힌 그일지라도
곧바로 난 
그인 걸 알아 버렸어
늦가을 바람에 한들거리는
억새풀 속에
서 있던 벚나뭇결 뒤태를 내가 참
많이도 좋아했었지
그래서 난 알아
옷깃만 봐도
오동통한 그 손등에
아련한 훈
난 척 알아
그가 왜 내게서
도망갔는지
숨었는지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허한지조차도
난 알아
우연히 남 카메라에 찍혀
겨울로 갈 석양마저 손 시린데
슬픈 나무 이파리들 너머로
그가 게
그리 섰고 있으니
 
 
 
 
-'12年 11月 20日
<청주 무심천변 벚나무 이파리들은 아직 다 떨어지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어느 詩的인 判決文을 읽고』
 
 
 
 
슬픈 상주에게는
어떤 말도
위로도 
다 공허하다
패자에 내민 승자의 악수는
전장에서의 확인사살과도 똑같다
판사가 시를 읊다니
웃을 일이다
아마 피고에게는 
조롱일 거고
원고에게는 면책일 것이다
그보다 판사 자신에게는
자만일 것이다
 
 
 
 
-'12年 12月 2日
<그래서 진정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서 있을 수 밖에 없기도 한다>


                  


『12月』
 
 
 
 
하얀 바다 위에서 조각 섬 하나
둘 
사라지고 
 
까만 하늘에서 눈 내려 하나
둘 셋 
덮여 가고 
 
눈 쌓인 들판에서 네 발길 하나
둘 
흐려지고 
 
젖은 내 눈동자에 갈대 하나
둘 셋  
너울대고
 
 
 
 
-'12年 12月 3日
<망각(忘却)처럼 은혜로운 神의 선물은 없단다 -하나둘 떠나는 계절에->


                  


『갈란투스』
 
 
 
 
눈이 올 모양이다
언제부털까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백옥 피부
도톰한 가슴
황홀지경의 둔덕
설산에 
종일 섰다가
몸
시리면
그 속에 묻히려 한다
 
눈이 올 모양이다
언제까질까
심장이 쿵쾅쿵쾅한다
열혈 손길
강렬한 포옹
혹란신심의 절정
설원에
밤새 섰다가
피
녹으면
그 속에 잠기려 한다
 
 
 
 
-'12年 12月 5日
<오늘 퇴근 무렵에는 눈이 제법 올 모양이다>


                  


『낙상홍+』
 
 
 
 
눈 속에서도 붉고 탱탱한 너
꽁꽁 언 살 다 벗고 섰서도 싱싱한 너
추운 어둠 속에서 더 센 너
노랑 아침 햇살
물안개에
촉촉한 손바닥
바삭바삭 블랙 쿠키랑
간결한 쌉쌀 커피 들고 선 나 꼭 닮은 너
탱글탱글 사는 너
풋풋한
나의 오직 너
 
 
 
 
-'12年 12月 6日
<폭설 때문에 출근길 힘들어도 설경은 황홀하다> 


                  


『오늘같이 눈 위로 겨울비 내리면』
 
 
 
 
눈 오고 
비 오는 거 첨 보나
시큰둥할 때도 됐는데
한두 번 해보나
이젠 시들 만도 할텐데
차곡차곡 산 들 내에 내 흰 눈 쌓이고
턱 괴고 창문 지키고 있으면
세상이 하얘져서
알몸 파묻혀
밤 되어
얼어
심장 터쳐진 곳,
슬픈 강 뱃길 놓고 건너가
그리던 임 허리 잡아 앉힌 들녘에
오늘같이 비 내리면
넋 놓고
손끝 아리기
털끝까지 자지러지기
춥고
흔들리기
한두 번 해보나
첨 해보나
그만 멈출 때도 됐는데
 
 
 
 
-'12年 12月 14日
<함박눈이 한쪽 방향으로만 퍼붓던 그 며칠이 지나고 오늘은 비가 내린다> 


                  


『그만 서라』
 
 
 
 
꿈 멈추라는 거 
희망 접으라는 거 아니다
네 영혼이고
또 하나 내 영혼의 것이라 해서
몸뚱이 들들 뜨겁고
심장 끓는다지만
언제까지
그 차가운 눈 속을
칼바람 부는 겨울 강 얼음 속에서
피 식히고
숨통 고른다며
그리 벗고 서서 버틴다는 건지
아, 그건 아닌 것 같다
빤히 보이는데
차서 
하얗게
그러다가 한순간에 
심장 멈추면
모두가 끝장인 것 다 아는데
이제 그만 해라
서라
그만 서라
 
 
 
 
-'12年 12月 22日
<삶이 그저 떼쓴다고, 치댄다고 다 될 것 같으면야...>


                  


『묫등에 올라』
 
 
 
 
나는 찬바람 부는 언덕에 오르는 걸 좋아합니다
푸른 계곡의 숲을 따라 흐를 맑고 청조한 물소리가 가깝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두운 밤길을 따라 시린 손끝을 호호 불면서 찬바람 쌩쌩 부는 언덕에 오르는 것이 참 좋습니다
흰꽃 분홍꽃 어우러질 저마다 꽃의 사연들이 저 멀리서부터 험한 세상 돌고 돌아  결국에는 우리 동네
로 들어오는 걸 선명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뚝뚝 흘리면서 흰 눈이 깊게 쌓여서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찬바람 휘몰
아치는 겨울 언덕에 오르는 걸 참 좋아합니다
냉이 달래가 기지개를 켤 아침에는 우리네 사람들 가슴 가슴마다에 하나씩 빨간 불 포근하게 켜질텐데
기왕이면 푸르고 맑은 물소리에 분홍 꽃향기 녹아 든 흰쌀밥 밥상에서 큰 웃음 지을 수 있기를 단단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12年 12月 29日
<한 해가 또 저문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들리는 뉴스마다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봄은 올 것이다>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니?』
 
 
 
 
눈이 채 녹지 않은 대지 위에서 어젯밤 내린 서릿발이 아침 태양빛에 영롱히 빛난다
출근길 발바닥 밑에서 빠드득 소리가 제법 거칠다
겨울은 이렇게 거칠다
그리고 추운 것이다
이 겨울에 무엇이 그리도 억울하고 분통하단 말인가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니, 뭣이 그리 싸잡아 다 썩었단 말인가
주위를 보라
춥지만 세상 사람들은 다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웃고 있다
일터와 가정은 실로 밝고 깨끗하며 여전히 아름답게 빛난다
오늘의 태양과 달이 어제와 다르지 않고
내 앞에서 늘 커다랗던 저 산과 언제나 드넓었던 저 들판도 여전히 펼쳐져 있다
세상은 틀림이 없고 내게서 달아나 있지 않다
너도 나도, 그도 나도, 우리도 나도, 열정과 사랑으로 여기에 같이 있다
어디에 갈등이 있고 어디에 분열이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정치하는 사람이나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나  혹은 배웠다고 아는 체 해야 할 사람들이란 본
래 그런 것이다
그들도 각기 제 편에서 뭔가는 꿈쩍거려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 거고 
뭐든 지껄여야 하는 거니까
다만 그래서일 뿐이다
돌틈에 스며드는 물은 세상천지 어디에든 흔히 존재하며 그 물이 밤새 얼어서 돌틈을 더 벌려 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게 하고 바꾸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평가하고 가르치려 들다니, 차마 웃지 못할 일이다
혹여 우리네 삶 전반에서 잘 살고 못 사는 거, 힘들고 괴로운 거, 슬프고 기쁜 모든 다양한 것들이 
마치 그들의 입이나 주머니 속에서 끄집어 내면 그저 툭 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달라고 하거나 떼를 써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절대 오해다
주위를 보라
내일 아침에 뜰 태양이 보다 아름답고 더더욱 찬란할지 아닐지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달렸고 스스로의 문제다 
세상은 자기 스스로 만들고 각자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삶은 남의 것이 아니라 뭐니 뭐니 해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정치의 것 아니고 언론의 것 아니다
모두가 썩었다고 치부될 그런 몇몇 대학 교수들의 것 당연히 아니다
눈이 채 녹지 않은 대지 위에서 어젯밤 내린 서릿발이 아침 태양빛에 영롱히 빛난다
출근길 발바닥 밑에서 빠드득 소리가 제법 거칠다
겨울은 이렇게 거칠다
그리고 추운 것이다
 
 
 
 
-'12年 12月 31日
<마침 귀가 뚫려 있어서 들린 걸 어쩌겠느냐마는, 듣자 하니 참 자존심이 상한다>


                  


『글을 쓰다』
 
 
 
 
죽은 고기 덩어리다
너와 나는
 
쉰 밥 고추장에 석석 비벼 먹고서
배 쓸며 끙끙거리는,
구정물에 밥 말아 총각김치 서걱서걱 베어먹고는
고개 까닥 세우고
잇새 낀 고춧가루나 빼내면서
변기통 걸터앉아서 똥 싸며 툴툴거리는
 
너와 나는
오늘
눈에서 진물 나오고
콧구멍에서 고름 
조둥이에서는 똥물만 펑펑 뿜어나오는
 
죽은 고기 덩어리다
너와 나는
 
 
 
 
-'13年 1月 5日
<눈 덮인 대지는 동쪽에서 서쪽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얗다. 너와 나 포함해서 몇몇 빼고는>


                  


『내려놓기』
 
 
 
 
까만 네모 위 반듯이 누어
몸을 만졌어
푸석푸석 성에가 하얗게 묻어났지
손 비벼 떨어내니
피 묻은 온기가 투두둑 떨어지더라구
나는 숨이 차져서
엎어져
언 심장 덜덜 떠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어
너무 시렸어
황급히 몸 젖혔지 뭐야
그런데 밤새 까만 네모 위에는
수북히 눈 내려 쌓였고
끝내는
내 심장 깨지는 소리 
꽈다당 등골에 쏟아져 내리더라구
 
 
 
 
-'13年 1月 6日
<올해도 시작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 추운 이유는, 그년이 필시 가슴의 가시를 뽑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갈림』
 
 
 
 
네가 그런다고 해서 내가 모를 것 같니
저 밑에서부터 말을 해
처음부터 네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너였으면 해
빳빳하게 고개 쳐들고
굵은 목소리로
큰 소리를 질렀어야 했어
달리는 차량의 덜커덩거림과 브레이크의 파열음들 사이사이로
밤송이같이 솟아오른 내 몸의 가시가 둔기에 얻어맞아 산산이 깨어져 흩어지는 소리
나지막한 시골집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 속에 갖혀서 식어 가는 내 숨결이
차마 되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의 발자취를 뒤로 하고
들도 강도 없는 하얀 산중에
어젯밤 늦게까지도
단념이라는 단추 풀어헤치지 못하고 섰던 나로서
네가 그런다고 해서 내가 모를 것 같니
저 밑에서부터 말을 해
처음부터 네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너였으면 해
 
 
 
 
-'13年 1月 6日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分水嶺)인 이화령(梨花嶺)에서->


                  


『아지트』
 
 
 
 
별빛 자는 밤
달빛 꿈결로 절연된 강 너머
공기 밀도 탄탄한
칼바람 서쪽 
화향 필 안개 언덕 밑 은밀한 뒷자락
손톱만한 햇빛 새암 낀
양지꽃 피고
새소리 숨 틀 틈
어느 누구도 걷지 않은 새벽 눈길 길게 이어진 쪽으로
내 남은 눈빛 다 쏟아붓고
내 뜨거운 입김 다 내어 뿜을
내 험한 발길 멈춰 선
완벽한 은신처
나의 곳
나 죽어 잘 곳
 
 
 
 
-'13年 1月 10日
<용케 여기까지 왔다. 이제 여기서 죽으면 된다>


                  


『사루비아꽃처럼』
 
 
 
 
나누어 줬다네요
반 또옥 갈라서
웃음
즐거움
환희
두근거림
반짝반짝
행복
덤으로 멍 때림까지
그래야 효력 있다면서요
아! 생각 많으면 다 새어 버린다는 첨언까지
빠뜨리지 않았군요
 
 
 
 
-'13年 1月 11日
<한겨울 들판에서 내가 빨간 깨꽃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사는 이유』
 
 
 
 
그는 거기 있는데
나는 없다
 
그가 나를 자기 것이라는데
나는 여기에 있다
 
내가 여기 있는데
그는 없다
 
내가 그를 나의 것이라는데
그는 거기에 있다
 
 
 
 
-'13年 1月 11日
<내가 여기에 있기는 한 거며 그 역시 거기에 있기는 한 건가?>


                  


『겨울밤 여느 커피를 마시며 그의 빛바랜 사진을 보며 말하다』
 
 
 
 
비탈리의 샤콘느가 흐르고
피아졸라의 오빌리비온이 흐르는 
여느 까페에 앉아 
나는
그리움의 목도리를 두르고
피가 통하는 
우정을 말했습니다
내 얘기는,
우리의 뜨거웠던 숨결이
그게 비록 사랑같은 착각이었는지 그건 몰라도
서로가 떨리는 손 가슴에 얹고
피보다도 진하고
사랑보다도 더 온전하게
하늘정원 분홍 찔레꽃 
한강 너머 노량진 달동네로까지 
영혼으로 이어진
어렸을 적 고운 여정
붙어다니며 
너 죽을 때 나 꼭 너랑 함께 죽어 주겠다 한 
늘 푸른 소나무
순수였기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환상같은 아련함에 금방 젖어 들어도
슬퍼도 슬프단 말없이 잠든 어젯밤 꿈결을 통해
장롱에서 꺼내어
바라보고
지금도 그런 모습 하고 있을까
함께 살아왔음을
반추하자는 얘기였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렇게 얼음 동산 위로 둥근 해가 빨갛게 떠올랐던 이유는
겨울 안개를 뚫고 저토록 밝은 해가 떴던 이유는
빛바랜 사진 속에서처럼
우리가 엄마 품에서 손가락 빨았을 때부터
귀하고 소중하게
여의도 벚꽃길보다도 더 해맑게 
오목한 눈 새까만 눈동자
동백나무 잎처럼 도톰히 보드라울 날까지
아파도 아프단 말없이 잠든 어젯밤 꿈결을 통해
장롱에서 꺼내어
지금도 그런 모습 하고 있을까
함께 살아갈 것을
쳐다보고
변치 말자는 이유였습니다
 
 
 
 
-'13年 1月 18日
<목표와 원칙, 약속을 많이는 만들지 마라. 그것도 낭비다>


                  


『좋은 친구』
 
 
 
 
어제는 꿈에 
낮은 다락방이 나왔어
큼직한 창문을 통해 밤별두 들어오구
달두 둥실 뜨더라요
손잡구 같이 흐르는 별을 봤지
추워!
어젯밤 꿈속
그 집으로 가고 싶어
창문으로 하늘이 쏟아져 내리고
잡은 손이 다정하고
다둑다둑
그 손이 
머리며 이마며 내리내리 쓸어 주구
창백한 달이 웃고 서 있네
어디 갔대? 
너는?
빈 들판
꽃반지 가지러 걷고 또 걸어서?
좋아, 같이 가
 
 
 
 
-'13年 1月 25日
<-별이 목도리 두르고 南으로 흐르더니 꿈이 詩가 되고 詩가 별이 되어-> 


                  


『그런 거니까』
 
 
 
 
온누리 흰 눈 덮여 꽁꽁 하나 된 겨울이라
슬프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상의 온갖 짐 많은 사람들, 아침엔 제발 일어나라 일어나라며 새소리 파랗게 호들갑 떠는 봄날에도
온통 너도나도 쌔빨간 거짓부렁 한여름에도
다 떠난 가을에도
아! 슬프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린 둘로 살고 살아 슬픈 것이고
다만 우리는 하나라, 함께 죽고 죽어서 슬픈 것일 뿐
 
 
 
 
-'13年 1月 25日
<이 겨울 보내고, 봄 지나 여름 문턱쯤에서는 삶이 좀 피어날까?.. 툴툴 웃어질까?..> 


                  


『기(機)』
 
 
 
 
티브이 속 
너는
예쁘기는 한데
춥다
피
온기도 없고
빛은 없고
만져지지도 않다
내가
문지른다
 
어항 속 
너는
실하기는 한데
파랗다
숨
쉬지도 않고
길은 없고
넣어지지도 않다
내가
두드린다
 
 
 
 
-'13年 1月 27日
<네모에 갖혀 몸부림치는 중이다. 분명히 수가 있을 것이다>


                  


『수』
 
 
 
 
빨간 꽃 피워 주던 게발선인장이 화분에서 죽어간다
썩은 줄기는 도려내야 하겠지
그런 것이다
이 혹독한 추위에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의 플라타나스 잎들은 다 무언가
그런 것이다
푸르퉁퉁 가시 돋힌 둥근 달
희멀겋게 며칠 밤을
뜬눈 지새고
밥 못 먹고 버티고 나서,
눈다래끼 생기고
한바탕 입술 부르터지고 죽도록 얻어맞고 나서야
어둠이 휑하고 달아났다
아픔은 어둠 따라 눈처럼 사라지고
끝내 죽어도 슬프다 안할 것이라 하고
아파도 죽지 않을 것이다,
정면에 설 거고
당당할 거라고 한다
밝아라
봄이여 오라
게발선인장 도려낸 가지에는 새 살 돋을 것이고
그런 것이다
이 겨울 벼랑 끝 내몰렸던 플라타나스 깡마른 이파리까지도
기운 얻을 것이다
그런 것이다
 
 
 
 
-'13年 1月 29日
<온몸 다 내던지고 밑바닥까지 파고들어서서야 수가 생겼다>


                  


『기다림』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은
있는 것이다
 
그리움으로
 
생일 미역국 끓는 소리가 길고 어두운 새벽 공기를 타고 뽀얗게 퍼진다
 
애간장을 태운다는말은
있는 것이다
 
그리움으로
 
밤새 서성이던 거리의 가로등들이 겨울 안갯속에서 하나 둘 잦아든다
 
 
 
 
-'13年 1月 30日
<기다리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천박한 여쭘』
 
 
 
 
당신께도 여쭙고 싶어요
왜 사시느냐고
 
삶이 꼭 무슨 의미로만 사느냐고 반문하시겠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에
아주 가끔
아니, 딱 한두 번만큼은
이게 삶이구나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한 적이 있긴 해요
그것 말고는
이 순간 지지고 볶는 와중에도
어떤 야단법석 후에도
꽃 피면 웃고
커피를 마시다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일 년 삼백예순댓 날 
아무리 생각하고 또 물어도
내가 왜 사는지 나는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당신께도 여쭙고 싶어요
왜 사시느냐고
 
 
 
 
'13年 1月 31日
<그 흔하디 흔한 사랑, 열정(熱情).. 그런 단어들은 왜 내 손에서 그리 멀리 있기만 한 걸까...  나에
게서 '일'이란 정녕 무엇일까... 그리고 늙는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천박(淺薄)하고 비굴(卑
屈)하고 한심(寒心)하다>


                  


『冬雨』
 
 
 
 
사랑 그것은
내가 그를 원위치에 돌려놓는 것이다
 
그리움 그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용서 그것은
우리가 함께 죽는 것이다
 
 
 
 
-'13年 2月 1日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일도, 삶도 이제부터 본격적(本格的)으로 시작(始作)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
(信號)'이다>


                  


『누런 창호에 들러붙은 박쥐처럼』
 
 
 
 
도화지에 먹을 떨궜다
찌그러지고
쪼그라들고
지질히 말라비틀어진
플라타나스 가로수 남은 잎들은 올겨울 이 혹독한 추위에도 왜 떨어지지 않고 저토록 매달려 있는가
지난 가을 다 못 마친 열정의 고함들이 미련 바람개비로 남았는가
이 겨울 끝날 때에 연민의 춤 춰 줄 건가
먹이 튀겼다
누런 창호에 들러붙은 박쥐처럼
 
획 하나 휘익 그어
바람에 실었다
 
 
 
 
-'13年 2月 1日
<플라타나스 가로수 이파리들이 겨울비에 패둥패둥 젖었다>


                  


『해마다 내 뜨락에서 빨간 꽃 피우며 사랑한다고 말해 주던 땅속 다알리아가 이 추운 겨울에 꽁꽁 얼
어서 아무 말 할 수 없는 것을 두고서 네 어찌 사정도 모르고 그렇게 흐들갑을 떠는지』
 
 
 
 
눈 속에서
땅속 깊은 곳에서
움츠리고
봄 기다리는 다알리아
싹도 없고
줄기도 없어서
남들은 어딨는지 모른다
죽어도 살았어도 관심 없다
작년에 몇몇 그 옆 키 커다랗게 삐딱 서서 
툴툴 말 걸던 뚱딴지란 놈이랑
아련한 흰 꽃 찔레랑
오직 내가 안다
세상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깜깜 섣달 한밤중에
눈 속에서
땅속 깊은 곳에서
움츠리고
봄 기다리는 다알리아
싹도 없고
줄기도 없어서
 
 
 
 
-'13年 2月 3日
<섣달 스무사흘날. 해동은 멀고 아직 깜깜한 밤이 길기만 하다>


                  


『멀고도 슬픈 꿈』
 
 
 
 
재 너머 분홍 찔레 어찌나 슬피 우는지
햇빛이 눈부셔서
눈 치켜뜨지 못했는데 
내 기억에
하늘이 까마득했습니다
오십오도 철판지붕 찌를 듯한 꼭대기서 그네 함께 타기를
님의 소원이라 합니다
죽는 게
내 운입니다
하늘에서 흰 실눈 쏟아지더니
님의 손 잡았는데
나는 무섭고
떨려서
밤새 서서 울었습니다
재 너머 멀고도 먼
분홍 찔레
갈래갈래 찢어졌는지
수선화 덩달아서 슬피 눈물 흘렸습니다
 
 
 
 
-'13年 2月 5日
<봄이 오면 분홍 찔레꽃 연줄 잡고 하늘 위 그네를 타고 싶다. 영혼이라도 그러고 싶다>


                  


『승부수+』
 
 
 
 
지난해 여름
소낙비 내리던 날 
내가
까치발에 널 품고
봉숭아꽃 땄던 일 기억하겠니
올해는
별 숨고
풀벌레 죽어
칠흑 같이 밤비 내릴 때 
빨가벗어 멱감고 돌아오는 막다른 여름 하늘 밑에서
뜨거운 열정 여늬처럼 끌어안고 
입맞추다가
격정에 까부라지고
숨 막히면
그냥 너랑 
털썩 
죽고자 한다
 
 
 
 
-'13年 2月 5日
<올해는 판가름이 날 것이다. 죽을 수도 있다>


                  


『득답(得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나도 나인 거고 너도 너인 거구나 한다
 
 
 
 
-'13年 2月 6日
<슬픈 이에게 그 어떤 것이 약이 될 수 있을까마는,  시간이 흘러서 언젠가는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있
었으면 한다>
cf.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


                  


『아무 말을 못하는 이유』
 
 
 
 
예상 못한 채 당한 것만으로는 당했다고 하는 게 아니다
예상보다도 더 강력한 힘으로 당한 것이 정말 제대로 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당황했다
자폭할 정도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힘이 모두 빠져서
말을 못했다
그래서 말을 못했다
이제 그동안 충분히 기력을 찾았고
많은 현실성 있는 방향과 대안들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남은 건 오직 착실하고 흔들림 없는 추진 뿐
이번 위기가 내 삶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어쩌면 내 마지막 열정으로써 불살라질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승부
전력을 모으고 집중해서 
다시 또 시작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래서 
그래서 아직
아무 말을 못하는 것이다
 
 
 
 
-'13年 2月 6日
<뜨거운 열정 여늬처럼 끌어안고 입맞추다가 격정에 까부라지고 숨 막히면  그냥 너랑 털썩 죽고자 한
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언제든 휩쓸려 가 버릴 삶을 살면서』
 
 
 
 
내 언어의 주제는 '일'과,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사랑하자'는 것에 있다
 
 
 
 
-'13年 2月 6日
<내 글을 받는 분들이 가끔 오해를 갖는 것 같다.  내 글 속 인칭대명사가 지칭하는 것들은  오직  나
'자신'이거나 나의 '일', 또는  내 주변사일 뿐이다.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니다. 나는 그것을 통해 내
'일'과 '영혼'과의 대화 또는 독백을 잇는 것이다. [ http://www.bandy.pe.kr ] >


                  


『러셀』
 
 
 
 
이 황망한 추위에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난 걸어야 한다
빨가벗고 걸어야 한다
발바닥 피부가 찢어진다
얼음 조각이 
살 속을 파고든다
그 거칠고
시린
저림이
신비로운 꿈
어머니 손길로서 살아 온다
그 전율이 발목과 무릎 지나 허리를 뚫어
심장을 도려내고
입 틀어막고
숨을 끊고
눈 치뜬
머리 끝 오한
희열로써 나를 부른다
미친다
그리 죽자
죽지 않고선 걸을 수 없다
꽁꽁 언 황망한 길을 나는 걸어야 한다
 
 
 
 
-'13年 2月 7日
<雪山엘 가야겠다. 더 세찬 강추위라도 괜찮다>
cf. 러셀: Russel


                  


『겨울 나무』
 
 
 
 
산 산에 눈 눈이고
강 강에 온갖 물 물인데
마른 공기
바싹 마른 대지
마른 계곡
갈증
튼 피부
오직 기다릴 뿐
안 봐 주면 안달만 하는 너 
저미는 그리움
마른 손
안 잡으면
서서
말라비틀어져
눈물도 못 흘리는 너
 
 
 
 
-'13年 2月 10日
음력 정월 초하룻날 아침
<속까지 터지진 말거라. 해갈은 멀고 멀다>


                  


『소(沼)』
 
 
 
 
내 년이
가랑이 벌리고 
심장 열 개 서걱서걱 잘라 낼 
석 자 칼 서너댓 담아
깊게
검은 실핏줄 가닥가닥
뭉클뭉클 썩은 내 정액 적나라하니 속 들여다보듯 검게
겨울밤 별빛 삼킨 살쾡이 눈처럼
차게
죽은 내 놈마냥 말없이
산속 소(沼) 곁
앉아 있다
 
 
 
 
-'13年 2月 11日
<-겨울 속리산 내리는 길, 어느 이름 없는 소(沼)에 발 담그고 앉아->


                  


『어떤 관계(關係)는』
 
 
 
 
'사람이 어쩌면 이토록 서로 이질적(異質的)일 수 밖에 없는 걸까?'라고 하는 의문(疑問)의 감정(感情
)은, 우리의 상호(相互) 의존적(依存的) 삶 속에서 어떤 것도 서로가 같이 하는 게 없다는 것을 확인(
確認)하는 순간순간(瞬間瞬間)들이 마치 식후(食後)의 양치질처럼 매우 의례적(儀禮的)이고 상식적(常
識的)인 일상(日常)의 반복(反復)을 통해 문득 진지한 자각(自覺)의 형태(形態)로  심연(深淵) 깊숙이
침적(沈積)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13年 2月 11日
<관계(關係)의 지속(持續)은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


                  


『어떤 관계(關係)는+』
 
 
 
 
오직 단 하나만의 인자(因子)로 상호(相互) 동질감(同質感)을 확보(確保)한 관계(關係)에 있어서는 그
것이, 비록 그동안 서로 하나가 되도록 했을 만큼 큰 인자(因子)로 작용(作用)한 것이라 할지라도  어
느날 한순간 그것이 착각(錯覺)이었다는 깨달음이 일어나거나 또는 한쪽 누군가로부터라도 '그게 아니
야'라고 말할 때에 단번(單番)에 깨져 버릴 수 있는 유형(類型)인 것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13年 2月 11日
<관계(關係)의 지속(持續)은 동질(同質) 인자(因子)를 공유(共有)하고 있을 때에야 비로서 가능(可能)
한 것이다>


                  


『정원수』
 
 
 
 
내 뜰 안 가득 앉아
햇볕 가리는
답답한 나무야
네 늘 거기 있어도
왜 나는
사는 게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걸까
넌 없고
고통스러운 걸까
한심한 나무야
내가 너마저 캐서
널 베서
갖다 버리면
쪼개서 불쏘시개 삼으면
넌 어쩌구서
난 또 어찌 살라구
 
 
 
 
-'13年 2月 12日
<넌 내가 비 오는 날 빗길 걸을 때 폭우 속에 같이 있지 않았고, 눈 오는날 눈길 걸을 때는 눈 속에도
같이 있지 않았어. 넌 늘 그 곳에 서 있기만 했어>


                  


『수다들의 세상이라서』
 
 
 
 
욱하는 사회라고 호들갑이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을 죽이는 사회라고 야단이다
그렇게 잘못된 사회라 한다
각박한 사회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사람들이 달라졌을까?
아- 천만에!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옛부터 우리는 사랑하고 섹스하고 자위하며 잘 살았다
논물 대다 낫 들고도 다퉜고
태평성대 속에 지랄하고 싸운 끝에
전쟁까지 일삼았다
요즘도 그렇다
얻어 맞고 울며 불며 
지지고 볶다가
가끔은 한번 씩 히-하며 웃기도
행복하기도 한다
세상에 나처럼 불쌍한 인간은 없다고도 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하며 단정히 옷 차려입고 나서서
길가에 거지 나부랭이 한심하다고 혀 차며 지나치기도,
획 돌아서서 동전 한 닢 집어 주고는
우쭐하기도 한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삶이고 
그런 삶이 모여서 우리 사회인 것을.
그저 유독 요즘 세상이 더 시끄럽고 복잡해진 까닭은
유난히 말 많고 수다스런 
세상의 적잖은 말장난꾼들 때문이란 게 
감히 내 생각이다
우리의 삶이 더 지저분하고 
처참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저 빠르고 성급해진 
다 그 놈의 입과 귀들 때문인 것이다
 
 
 
 
-'13年 2月 14日
<힘들고 고통스런 2월이다. 이것이 어째서 남 탓이겠는가. 내 입과 귀부터 잘 정돈해야지 싶다>


                  


『눈물 맛』
 
 
 
 
누군간가,
슬픈 생각이 돋는 오후에
연초록 담에 <애상>이라고 써본다네라고 했어
 
그건
마음으로 쓰는 글자인가 보네
내 눈
내 눈망울에
보이지도 
돋궈지지도 않지만
그 <애상>
나는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행복하게 
단조한 감정 한 입 물고
시간 흘러가는 것<만> 바라봐
 
시간 끝에는
손 <꼬옥> 잡고 죽어지는 너와 내가 있겠지
응
 
 
 
 
-'13年 2月 14日
<"그래서 기다림도 기쁨인거야" -시간의 끝에서 손 꼬옥 잡고 죽어질 친구가->
 cf. 애상: 哀傷


                  


『그럴려구요』
 
 
 
 
섬진강 매화는 잠이나 깼을까요
턱 괸 싱숭생숭
아침에
창문 밖 빼꼼히 내다봅니다
당신께서 내 가슴에
찔레꽃 때죽나무 산수유 자운영꽃 사과꽃 연꽃 민들레 배꽃 산당화 보일리 없고
해당화 붉은 빛은 슬픈 바다로 보냈으니
나 오직 보라색 아이리스꽃 하나 피울 수 밖에요
했던 지지난해 바닷바람이
꿈결만 같아요
내일은 무등산 서석대봉 눈꽃 선녈 만나려구요
남도 바람 아직 차니 설피를 차고
삼월이 오기 전에
기다리는 사람의 발길은
지난 어느 하룻밤 수도 없이 별장 짓고 
살고잤던 
장성 가는 길
백양사 남들녘 봄에는 굵은 햇살 양지꽃 패랭이꽃 곱게 깔릴
궁전마을 솔숲 옆 눈 덮인 정자 마당
느릿느릿 걸으려구요
 
 
 
 
-'13年 2月 15日
<내일은 모처럼 남도 산행을 가고자 한다>


                  


『사는 맛』
 
 
 
 
명절이면 손자 나이 조카들이
차례 지내러 온다
콩콩콩
콩콩 뛴다
아파튼데
하하
하하하하 떠든다
그래도 좋다
아부지 어무이 살아 계셨으면 
더욱 좋았겠다
 
 
 
 
-'13年 2月 10日
<-정월 초하룻날 차례를 지내고->


                  


『사는 맛+』
 
 
 
 
아이들이 다 컸다
착하고
대.견.하.다
잘 컸다
고맙다
행복하다
 
 
 
 
-'13年 2月 10日
<-정월 초하룻날 차례를 지내고->


                  


『그리움 돌리기』
 
 
 
 
꽃 한번 피고 질 한 바퀴에 뭘 그래
나는 무려 스물너댓 바퀴도 돌려 봤어
그리움의 삼원색
슬픔에
시림
공허 섞어 돌리면
보라가 되지
심심산천에 도라지꽃으로 홀로 펴서
산중 지나는
사람 사람 발자욱 
혹시 내 님 아닐까 귀기울이기도 하고
가슴 속 깊이 솔잎 담은 연못가
연한 붓꽃으로 펴서
님 오실 소식
붕어는 물어 올까
오늘 아침 까치는 가져올지도 몰라
서서 지키기도 하지
삽 들고 논물 트러 가는 보름달 밤에도
가방 맨 애들 시골장터를 지나
왁자지껄 학교 가는 길
공동 묘지에서
영희랑 봉길이가 서로 눈 맞아 
남몰래 일 치룰 때마다도
안개 언덕 푸른 마을
뒷산 
하늘 곳곳
솟아 피는 칡꽃이 되기도 해
꽃 한번 피고 질 한 바퀴에 뭘 그래
나는 무려 스물너댓 바퀴도 돌려 봤어
 
 
 
 
-'13年 2月 17日
<너도 산에 갔었구나. 그리움을 돌리는 데에는 산만한 것도 없지>


                  


『봄 오기 전에 해야 할 선택』
 
 
 
 
산아
사랑 그런 거 그리움 두고
생육과 영혼 하나된 완전한 친구가 되든지
 
바람아
처절히 목마른
또 하나의 내 영혼에 쓸린 쓰레기가 되든지
 
나무야
아니면 지금 이대로 말라 죽든지
 
 
 
 
-'13年 2月 22日
<자다 말고 입안 하나 가득 얼음을 물었다>


                  


『삶의 유형』
 
 
 
 
첫째 안은,
사랑 그런 거 그리움 없이
영육간 영원한 친구 되는 걸 말해
그리워 
그리워 말고
보고파 보고파 말고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없이
꽃 피어 꽃 보고
비 와 
빗속 거닐고
눈 내려 눈 맞으며
살다가
산천 어두워 해질 녘
서로 영혼 만나
손잡고 함께 죽는 걸 말해
아, 
그런데 너와 난
속절없고
능력도 없고
용기조차 결코 없잖아
 
그래서 
둘째 안, 그거야
인정할 수 밖엔 없지만
나 자신도 싫어하고
버거워하고
저주한
그 추악한 또 하나의 내 영혼을
결국 네가
부추겨 사랑했잖아
넌 말야, 
죄인이고 쓰레기일 수 밖에 없어
꼴값 떤거지
그래서 너와 난
서로
빨가벗겨져
발로 차이고 욕보고
개처럼 종로네거리 끌려 다니며
치욕에 불리다가
끝내
길바닥에 팽개쳐져 버릴거야
 
어쩌겠니
수가 없잖아
첫째 안도 아니고 
또한 둘째 안도 아니라면
너와 나
마지막으로,
너는 산마루에
나는 샛강
천년 묵은 고목같이
그리 서서 말라 죽을 양 밖에
 
 
 
 
-'13年 2月 23日
<뛰기는 계속 해야겠지. 그러나 봄이 오기 전에 꼭 한번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렇게 사는 거야』
 
 
 
 
<첫째 안>
 
만날 필요도 없고
보고싶다
그립다
사랑한다는 말도
필요 없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지나 죽을 때
그 때는 만나서 손잡고
보고 싶었다
그리웠다
사랑했다고 하는 거지.
지금은
너와 나 하나의 영혼으로
꽃 피어 꽃 보고
비 와 
빗속 걷고
눈 오면 눈 맞으며
바라는 바,
아름답게
그렇게 
사는 거야.
 
 
<둘째 안>
 
내 또 하나의 내가 
널 부를 때는
처음엔
달콤할거야.
사랑한다고 말하겠지.
그립고
보고싶다고 해.
그러나 
너와 나 언젠가는
종로네거리 빨가벗고 걷자 할거야.
개처럼 목줄 매어 끌고 다니며
쓰레기로 쏘다니다가
발로 차고
욕하고 목말라
결국 서로 잡아 먹을거야.
꽃 피어 꽃 부끄럽고
비 와
피하게 돼.
눈 오면 숨을테고 말야.
십년 가고
이십년이 가도
서로 다른 영혼으로
싸우고
증오하고
울며, 앞으로는
그렇게
사는 거야.
 
 
<세째 안>
 
삶은 대단한 거야.
일이 그렇고
사랑이 또한 그래.
성공한 사람의 것이겠지.
대개 사람들은
속절없고
능력도 없고
용기조차 결코 없잖아.
꽃 피어 꽃 보고
비 와 
빗속 걷고
눈 오면 눈 맞고는 싶겠지만
뾰족히 뭘 어쩌겠어.
영혼도 
육체도 각자 묶였잖아.
만나지도 못하고
보고 싶고
그립고
사랑하지도 못해서
애만 태우지.
산마루 마른 나무는 왜 저기서,
샛강 저 나무는
왜 저리 
서 있기만 한 걸까.
십년이 가고 이십년이 가고는 
말할 나위도 없이
천년 걸려서
말라 죽는 저 고목처럼
너와 나도
지금
그렇게
사는 거야.
 
 
 
 
-'13年 2月 24日
<삶과 영혼을 믿는거지, 넌 고작 그 생육을 믿니?!!..>


                  


『어느 프로필』
 
 
 
 
누구나 다 끝은 있다
 
 
 
 
-'13年 2月 24日
<-엑자에 걸린 소나무 숲에서->


                  


『내가 일하는 방법』
 
 
 
 
삶의 일이 주어지면 나는 밤을 새우고 숨 몰아쉴 새도 없이 즉시 실행을 통해 일의 끝을 보고야 만다. 
그 일의 추진을 위한 어떤 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임의 가정을 세워서라도 말이다. 그리고 나서
보다 세밀하고 궁극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끊임없는 시뮬레이션과 반복 보상 및 
오차 수정을 통해 완전성을 확보해 나간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지금의 내가 삶에서 성공을 거
둔 것이라면 이런 식의 일 처리 때문일 것이며,  혹시 내가 성공한 게 아니라면  그것 역시 바로 이런
내 일 처리 방식 때문일 것이다. 
 
 
 
 
'13年 2月 25日 
<오로지 일하는 방법만이 삶의 전재산인 나로서> 


                  


『쓰다 말다』
 
 
 
 
미워한다 써 놓곤
돌아서 가다 보니 그게 아니다
꽃이 눈물을 흘리고
몸서리를 친다
고작 
어순 살짝 바꾸고 
쉼표 뒤에 붙였다 뗐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을까
 
사랑한다 써 놓곤
돌아서 가다 보니 그게 아니다
꽃은 가슴이 시리고
뼈마디를 떤다
그깟 
단어 몇 개 바꾸고 
조사 하나 붙였다 뗐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을까
 
 
 
 
-'13年 2月 27日
<올겨울에는 우리집 베란다에서도, 내 사무실 책상에서도 꽃일랑 아예 피지 않았다> 


                  


『몽상(夢想)』
 
 
 
 
아무 때든 어디서든 자자면 
자 주고
다 벗고 놀자면 
놀아 주고
다 놓고 죽자면 
손잡고 함께 죽어 주는 
그런 친구
 
 
 
 
-'13年 2月 27日
<바람도 죽고 구름도 선 파란 하늘에 촛불 하나 발갛게 타고 있다. -다 내려놓는다는 것->


                  


『몽유(夢遊)』
 
 
 
 
아무 때든 어디서든 먹자면 
멱여 주고
다 벌려 보여 주고
나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그런 친구
 
 
 
 
-'13年 3月 1日
<비 내리는 밖은 아직 어둡고 차지만 창문을 열고 가슴을 턴다. -다 벗어던진다는 것->


                  


『고백(告白)』
 
 
 
 
비석 치고 술래 잡던 시절에는
겨우내 
터실터실 희뿌옇게
볼때기가 텄다
내 친구 광수네 누나는
언제나
별빛 손으로
고구마도 구어 주고 감자도 삶아 줬다
어느날 누나 볼에 복숭아꽃
곱게 폈는데
여름내
내 볼때기엔 사과가 열었다
 
 
 
 
-'13年 3月 1日
<그 시절 누나들은 다 이뻤다. 그 개구장이 친구 녀석들에게 어떻게 그런 누나가 있는 것인지, 정말로 
신기하고 부러웠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언제든 휩쓸려 가 버릴 삶을 살면서+』
 
 
 
 
함부로 놀았어
까불었어
타협과 
포용
그만큼 섭렵하고
지식과
열정
그렇게 충실한,
그러나 현실은 잊지 말아야 했어
 
마구 방치했어
무시했어
욕망과 
자위
그만큼 낳고
지배와
복종
그렇게 애끓는,
그러나 영혼은 잃지 말아야 했어
 
 
 
 
-'13年 3月 2日
<어떤 몽상(夢想)도, 어떤 몽유(夢遊)도 내 언어의 주제는 '일'과,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사랑하자'
는 것에 있다>


                  


『내 글은』
 
 
 
 
내 좋아하는 색깔만을 골라서
단어 잘게 썰어 넣고
양념으로 어순
횡간으로
맛과 향을 내서
버무려 데쳐 낸 것에 불과하다
고가의 접시
메이커 식탁도 없고
그윽한 샹드리에빛 클레식 음악
뿌리지 못해
제맛 
날지는 모르겠다
그저 나는
누군가
알아 주면 좋고
그보다
혼 듬뿍 넣어
지었으니
나만 맛 있으면 되는 것이다
 
 
 
 
-'13年 3月 3日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 누구처럼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무식하다.  근데 편하다
는 것은 무었인가. 내가 해코지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신경을 곧추 세워 망볼 필요가
없고 모를 세워 경계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든지,  내 몸과 마음이 딱 들어맞아서  어떤 문제나 개선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 등을 말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평생 일기로 해 온 이 글쓰기를 통해
서 그저 그런 편함을 얻을 뿐이다>


                  


『봄이 온다네』
 
 
 
 
봄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찾아가 맞고 싶다
그럼
들릴까
아파트 공사장 메마른 길가 흙먼지 툴툴 날리며 달리는 트럭 위에서 다 떨어진 멜빵 빠진 바지춤 배꼽
밑에 쳐진 줄도 모르고 웃통 벗고 낄낄거리며 뭐가 그리도 좋은지 큰소리 빵빵 고함치다가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콧물 씨익 닦고 섰는 공사판 일꾼의 멀건 눈동자 속으로 들어가 들으면 되는 걸까
아니면,
갈래갈래 머리카락 사이로 부는 북서풍이 오늘따라 왜 이리 차가운 것인지  중천에 뜬 해 나른한 오후
나절 두런두런 아줌마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세상사 뭔 그리 할 말이 많은 것인지 도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것인지 춥지는 않은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옛 성황당길 달려가다가 어느 결엔가 갑자기 숨도 차
고 왠지 내가 왜 이러나 싶어 뒤 돌아보니 왔던 길 따라 졸졸 흐르는 도랑물에 얇은 얼음판 아직 허옇
게 남아 있는 게 얄궂어져서 그거 물끄러미 내려보던 중 그렇다면 그 얼음판 속에 짓궂게 발 집어넣어
툭툭 깨뜨려 버리면 되는 건 아닐까 하면서
그럼
들릴까
달려가 맞고 싶다
봄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
 
 
 
 
-'13年 3月 4日
<올해는 벌써부터 그리고 재고 보채며 재단해 왔던 탓에 그만큼 충격적이지도 않고 실망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설렁설렁 무덤덤할지 모른다>


                  


『블루투스』 
 
 
 
 
답은 말아야 해요
오히려 이 신호 닿지 않는 아득히 멀고 
깊은 곳
거기에 쿡 박혀 있어야 해요
답하면 죽어요
영문 없이
죽지만 말고 살아 있으세요
군말 말고
살아 있으세요
 
 
 
 
-'13年 3月 5日
<살아라. 현실은 살아 있을 것을 명한다>


                  


『남풍 불기를』
 
 
 
 
꽃비 오는 날에는 꼭 남풍이 분다
울엄니 빗은 머리에도 때죽나무 산딸나무
꽃비가 내렸다
그날 남풍이 불었다
얘~ 편지 왔단다
또박또박 
경화가 오고
우편배달부 웃고 가시고
뜨락이
고운 날에는 
나가서 꽃비를 맞았다
꽃비 오는 날에는 꼭 남풍이 분다
 
 
 
 
-'13年 3月 7日
<언제야 기쁜 날 올까.. 꽃 피면 올까, 꽃이 질 때나 올까...>


                  


『살기 싫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수 밖에 없는 이유』
 
 
 
 
지질히도 먹고 사는 꼴이 한심스러워 짜증을 낸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는 너 혼자 산속에 들어가 살거라 하셨었다
네놈이 이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세상 등 진들 살 수 있겠나 싶으셨을 게다
도대체 벗은 내 몸매가 아름답고 신비스럽다는 것 외에는,
천 번을 대하고 만 번을 겪어도 늘 산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그 물을 먹고 들꽃이 피고 잎이 자란다는 것이 경이롭다는 것 말고는
태어나 강산이 너댓 번 바뀌고 어머님 돌아가신 후 십 년 족히 흘렀건만
티브이를 틀어도 온통 지지고 볶는 닭싸움 소리
인터넷과 트윗을 들여다봐도 끊임없이 거세지기만 하는 빈 깡통 소리들로
이 놈의 세상은 깨달음도 반성도 변화의 신기루란 없는 듯 싶은 거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힌 것은 옛날에 어머니는 어찌 아셨는지,
내가 아무리 잘났고 똑똑해도 나 혼자는 산속에 들어가 살 수 없다는 것
정말 이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세상 등 지고는 살 수 없다는 것
여전히 먹고 사는 꼴이 한심스러워도 짜증만 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런 엄연한 사실을 어머니는 미리 알고 계셨다는 것이다
 
 
 
 
-'13年 3月 8日
<비라도 와라. 별도 달도 없는 깜깜한 밤중의 빗속을 걸어 보라. 그보다 행복한 건 없다> 


                  


『오늘은』
 
 
 
 
봄볕 창문을 여니
침침한 곳간 
켜켜 쌓인 쌀가마 투둑 터져서
두둑한
기운
흰쌀 좌르륵 쏟아진다
포트 꽂고
커피 끓이던 나
이 쌀로 뭘 해 먹을까 잔 들고 섰는데
멥쌀밥 넉넉히 짓고
떡 하고
술 빚어 먹을까
방앗소리
술밥 뜸 드는 내
집안 가득
오늘은
봄볕 아침이 풍요하다
 
 
 
 
-'13年 3月 9日
<트윗에서 누군가가 '햇살'을 '햇쌀'로 썼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창문에 들어오는 봄볕이 곳간의 남
은 흰쌀만큼이나 두둑하다> 


                  


『초대장을 들고』
 
 
 
 
어떤 사랑도 다가감 없이는 
다 허탕인데
맹탕인데
거짓말이고 엉터리인데
올봄엔 망했다
다 글렀다
일의 노예가 되고
내 영혼의 종이 되어
어둡고 축축한 곳
발 묶이고
갖혀서
세상천지에
꽃이 피고 잎이 돋는들
녹색 찬양이 크게 울려 퍼진들
웅장한 빛의 향연
대지에 나가
입맞추지도 못하고
엎드려 경배하지도 못하고
눈 들여다보며 얼굴 만지지도 못하고
나의 뜨겁게 타는 열정
재에 묻힌 쭉정이
천하게
발겨져서
다가가지 못한다
올봄엔 내게
사랑은
다 허탕이다
맹탕이다
거짓말이고 엉터리다
망했다
다 글렀다
 
 
 
 
-'13年 3月 10日
<부뚜막에 앉아 타다 남은 재를 뒤적거리며 살고 있다. 왜 그렇게 사느냐, 밖으로 나오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마치 감옥에서 나온 전과자가 세상의 자유보다는 감옥의 구속이 오히려 편하다고 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어떤 굴레, 즉 스스로의 감옥에 갖혀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닌가 한다..그런데 이것이 비단
나만의 경우인 것일까? -어느 결혼식장에서->


                  


『내 두개의 영혼』
 
 
 
 
내 하나 영혼은 꽃
꽃은 피고 지고 웃고 울고 나는 펴서 울으려 들고
피는 끓고 식고 살고 죽고 나는 식혀 살고자 하고
끝내 꽃은 죽을까?...
 
내 둘째 영혼은 피
꽃은 피고 지고 웃고 울고 나는 져서 웃으려 들고
피는 끓고 식고 살고 죽고 나는 끓어 죽고자 하고
마침내 피는 울까?...
 
내 하나 영혼은 꽃
꽃은 피고 지고 웃고 울고 나는 펴서 웃으려 들고
피는 끓고 식고 살고 죽고 나는 식혀 죽고자 하고
끝내 꽃은 살까?...
 
내 둘째 영혼은 피
꽃은 피고 지고 웃고 울고 나는 져서 울으려 들고
피는 끓고 식고 살고 죽고 나는 끓어 살고자 하고
마침내 피는 웃을까?...
 
 
 
 
-'13年 3月 11日
<매화꽃도 피지 않았는데 요 며칠 날씨의 변덕이 꼭 나를 닮았다. 오늘 아침에는 '낙천주의(樂天主義)'
를 생각한다. 가장된 성공.. 그것도 좋고, 학습된 행복..  그것조차 좋다. 염세주의(厭世主義)를 관통
하여 낙천주의를 드러냄?.. 낙천주의를 넘어 염세주의를 폭로함?.. 아무래도 다 괜찮다.  어차피 삶에
이분법(二分法)이란 없는데 자꾸 그 속에서 하나만을 골라내고 솎아 내려는 내가 문제일 뿐이다> 


                  


『그리하리라』
 
 
 
 
꽃은 내게 피어 웃으라 하네
살으라 하네
심심산천 봄비에
멱감긴
여린 내 속살
열어
보랏빛 교태 살살 벌리며
열풍 부는 밤에
타는 단풍
괴성 섞을 도라지꽃 
아닐 바에야 
이른봄 아침에 매화꽃 몇 송이 피었다고 
내 욕망 주책스레 
뱉겠냐마는,
꽃 지기도 하고
피기도 하며 사는 세상이라서
 
피는 내게 끓고 살으라 하네
웃으라 하네
골골샅샅에 눈꽃 
피던 밤
서걱서걱 예리하게 
시린 얼음 칼 
갈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게 내 심장 베어
장송곡 틀고
별빛 젖어 
달빛 자맥질하며 
골백번도 더 죽어라 한 
내 열정 천연스레
비웃지마는,
피 식기도 하고
끓기도 하며 사는 세상이라서
 
 
 
 
-'13年 3月 11日
<변덕스럽지만 춘풍이 불기 시작했고, 어느덧 봄인가 하다가 여름 지나고 가을 지나 또 겨울은 올테니
까, 그리하리라> 


                  


『친구끼리는』
 
 
 
 
뭘 사 주려고 마
돈 섞인
혼합물 싫어
꽃의 言語
피의 情
그것으로 충분해
 
 
 
 
-'13年 3月 12日
<내 두개의 영혼, 그리하리라> 


                  


『오늘에 일기』
 
 
 
 
나는 오늘 회사에 갔다와서 씻고 밥을 먹었다
나는 밥을 먹고 났더니 멍청해졌다
나는 멍청이라고 생각한다
아윽~ 슬펐다
그래서 나는 멍청히 앉아 있다가 이불 속에 들어왔다
내일부터 나는 멍청하지 말아야겠다
오늘에 일기 끝.
 
 
 
 
-'13年 3月 15日
<국민학교 시절의 일기 형식이다. 지금의 내가 그 때와 뭣이 다른가> 


                  


『꽃봉』
 
 
 
 
햇살에 얼굴 찔려 잠을 깼으니
신통한 일이다
몸 어딜 뒤져 봐도
나 없는데
?은 무우 도려내듯 칼로 파내야,
심장에 빨대 꽂아
피 맛을 봐야
깊은 데는 있을지 말지
나 없는데
기가 찰 일이다
햇살에 얼굴 찔려 잠을 깼으니
 
 
 
 
-'13年 3月 16日
<어젯밤엔 꽤 많이 걸었다. 초승달이 팔짱을 껴 주었는데,  가로에서는 벚나무들이 줄을 서서 지켜 주
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정녕 모르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널 언제 또 보겠냐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는 보지 말아야지 합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미 그리한 게 몇 번째인 줄 모르겠습니다
대체 이게 몇 년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얼마나 수많은 거짓말에
또 얼마나 더
많은 날을
기만하고 재차 돌아서서야
더이상 이 짓도
넌더리 나 못하겠다며
내가 두손 다 들고 
싹싹 빌지
내가 정녕 모르겠습니다
 
 
 
 
-'13年 3月 19日
<가슴에 있는 거 다 털어놨다고 하니 잠시 홀가분할른지는 모르겠다. 며칠이나 갈까..> 



                  


『그년에 그년』
 
 
 
 
한 년은 늘 밤이면 찾아와 말없이 내 코에 향수를 뭍히고는 제 곰인형을 안고 잤다. 자는 그년의 눈은
반 쯤 떠서 깜빡이는 상태였는데 그 이후로 나는 향수 뿌린 년들을 아주 싫어한다
 
또 한 년은 여름이면 어디서 꺾는지, 내 책상 유리병에 잔뜩 들꽃 꽂아 놓기를 좋아라 했다.  그때 그
년은 혼자서 슬픈 노래를 불렀는데 나도 혼자 있을 때는 그년이 부른 그 노래를 곧잘 부른다
 
한 년은 일 주일에 한 번씩 연녹의 편지지에 파랑색 잉크 또박또박 반듯한 필체로 내게 편지를 보내곤
했다. 그년은 봄볕이 따갑지만 바람이 터실터실했던 어느 봄날,  매실꽃 향기 깊게 밴 손을 펼쳐 보이
더니 내 얼굴에 파안대소를 뿌렸다. 그년의 몸에서는 초코릿같은 냄새가 났는데  난 지금도 그 냄새가
어떤 건지를 알지 못한다
 
어떤 한 년은 꼭 나 없을 때에만 집에 와서 팬티다 운동화다 죄다 빨아 널고,  김치도 담가 놓고 청소
도 해 놓고 갔다. 내 방에선 여자 냄새가 났다. 근데 그년은 어느날 불속에 뛰어들어 죽어 버렸다. 난
슬퍼서 울었는데 그년이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았다
 
또 한 년은 맨날 젖냄새 풍기며 내 겨드랑이 밑으로 울며 자며 드나들더니 달빛이 실바람을 일으켜 곱
게 밤 가르던 어느날,  여수 신덕의 검은 바다로 아주 들어가 버렸다.  그년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리고 또 한 년은 툭하면 극장표를 사 들고 와서는  같이 가자고 졸랐는데  나는 도대체 그런 극장엘
왜 가나 싶었다. 왜냐하면 그년은 영화를 보려는 게 아니라 내 얼굴을 보려는 것이었는데 왜 하필이면
그런 캄캄한 곳에서 날 보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는 극장에서 영화 따위는
보지 않는다
 
아! 또 어느 한 년은,  그년은 정말 정숙하고 도도한 년인데, 가을 코스모스만 필 계절이면 밤꽃 냄새
가 왜 이렇게 좋은지 알 수 없다며 미칠 것 같다던 년인데,  그년은 날마다 내게 찾아와  철둑길 따라
꽃길 함께 걷자며 보채고 보채다가 끝내 지쳐서 같이 죽어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곤 했던 년이다. 그런
데 그년의 짧은 치마가 짧아지고 더욱 짧아져 갔던 그해 가을 바람이 제법 찼던 그날에,  그년은 끝내
나를 불러내어 자신의 가슴이랑 허벅지에 내 손을 넣어 보게 하고는 내 손이 '정말 참 따뜻해', '따뜻
해서 참 좋아'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러고 난 그 다음날 그년은 그 꽃길의 파란 주검이 되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년은 내게 무엇이었는지
 
마지막으로 또 한 년은, 그년도 아무때나 날 찾아와 내 눈썹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하면서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침을 묻히곤 했다. 그래서 내 사타구니는 사시사철 그년의 침으로 번들번들했
는데 언젠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 사타구니는 이미 하얗게 쑥대밭이 돼서  사실 아무짝에도 쓸 수 없
는 것이었다. 아쒸, 그런데도 그년은 왜 꼭 그렇게 차가운 침을 내게 묻히지 못해 안달한 건지 그야말
로 알 수가 없다
 
 
 
 
'13年 3月 20日
<그러고 보니 세상에 나같은 걸레가 또 없을 것 같다> 


                  


『순리(順理)』
 
 
 
 
올봄엔 내 가슴에
일에
별 흐르는 강
막혔습니다
말라서
별 
닿을 수 없습니다
아니, 
필요 없습니다
겨우내 
그렇게도 
죽도록
소망을 했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어젯밤
빨가벗고
두부 한 모 허벅지에 놓고
와인을 마셨습니다
아! 
와인 속에는
끓는 심장
쏟아 낸 
피
열정의 숨
뿜어 낸 
정액
들었습니다
와인을 마시며
오! 
신이시여
이제
다 끝난 것이로군요!
 
올봄엔 내 마음에 
사랑
강 흐르는 별
숨었습니다
어두워
강
건널 수 없습니다
아니, 
필요 없습니다
겨우내 
그렇게도 
끝까지
염원을 했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13年 3月 23日
<잘 보이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 맡기는 수 밖에...> 


                  


『평행선』
 
 
 
 
너랑 나
둘이 함께 앉아 있지만
말을 말자
할 수록 내 말은
까칠하고
퉁명스럽고
아프다
너는 아득한 하늘 훵하니 보고 있고
나는 저 멀리 찻길에 차 
지나는 것 본다
시간 흐르고
해 지고
밤새가 울고
찬바람이 분다
 
너랑 나
둘이 마주 보고 있지만
말을 말자
할 수록 내 말은
실없고
공허하고
힘든다
너는 캄캄한 들판 멍하니 보고 있고
나는 저만치 둔치에 새
나르는 것 본다
시간 멈추고
눈가에
이슬이 맺고
밤바람이 차다
 
 
 
 
-'13年 3月 23日
< -미호천 둔치에서-> 


                  


『그런데 나 올해는 매화가 피었는지, 피었다가 꽃샘 추위에 다 얼어 죽었는지 나가 보고 싶지도 않다』
 
 
 
 
바다가 물을 뿜으면 내 화만큼 많을까
바람이 산을 흔들면 내 한만큼 거셀까
부질없다
욕정을 알고도
차디 찬 열정 갖고도
월요일 아침 딱 한 방에 간다
나도 그렇다
톱니 가는 소리 머금고
꽃샘 바람에 윙윙 거친 숨을 돌린다
너는 들었는가
겨우내 
내가
눈 덮힌 산과 대지
푸르퉁퉁 안개꽃 연 공제선 따라
얼마나 걷고 걸었는지
너는 아는가
춥고 어두운 길
쩍쩍 소리에 발바닥 찢으며
얼마나 헤맸는지 
너는 봤는가
아서라
더이상 말거라
이제 꽃이나 피우거라
녹색 이파리들 손 내밀라 하라
바다가 물을 뱉어 내 화만큼만 식도록
바람이 산을 덮어 내 한만큼만 잦도록
 
 
 
 
-'13年 3月 25日
<가만히 눈을 감고 있어도 밖에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그 바람이 얼마나 찬지, 벗은 몸 옆구리
로 어찌나 집요하게 파고 드는지 훤히 다 보이고 들리고 알게 되어서 그런다>


                  


『벚나무골 옛 장터』
 
 
 
 
봄이 트럭 타고 시골장에 막 도착했다
팽이 장수 팽이치고
엿장수랑 엿치기
옛날 같으면 봇짐 풀고
장돌뱅이 시끌벅적 
분내
참기름내
신났을텐데
올해는 엉거주춤 섰다가
짐도 풀지 않고 딴 곳 가잘 요량이다
 
 
 
 
-'13年 3月 29日
<요즘 5일장이 어딨는가? 올해 내게는 장일랑 아니 설 듯 하다> 


                  


『늙은 가지 두꺼운 표피에 삐죽 하나 돋아난 어느 밉상스런 꽃봉오리의 변명』
 
 
 
 
높은 가지 파란 하늘에 다들 피듯
나 환히 웃고 싶다
이 봄 도란도란 하얗게 어울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날씨가 수상스러워 못 핀다고 말했다
그저 바람이 좀 세서라고만 했다
실은 지난 겨울
찬 눈 꽃비로 쏟아지던 그날 밤에
걷고 걷고 혼자 걷다가
심장 다 얼리고
터치고
피 쏟아 버려서
올봄 틔울 꽃은 하나도 없고,
영혼 모두 쇠해서
꽃봉오리 죄 죽어서라곤 차마 말을 못했다
 
 
 
 
-'13年 3月 30日
<'좀 쉬었다 가자' 그 얘긴 너무 이르다.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가자' 그 얘긴 너무 안일하다. 우리집
앞 산수유는 오손도손 노랗게 폈다>


                  


『그래도 잠깐 나가 봤다』
 
 
 
 
개나리 아래 앉았다
그녀의 밑도 이렇게 따뜻했나 싶다
가랑이가 넓었나 싶다
발길 고왔나 싶다
 
목련꽃 옆에 섰다
그녀의 곁도 이렇게 환했나 싶다
목소리가 높았나 싶다
호흡 세찼나 싶다
 
산수유 나무에 기댔다
그녀의 눈빛도 이렇게 빛났나 싶다
가슴이 설?나 싶다
손결 떨렸나 싶다
 
 
 
 
-'13年 3月 30日
<매화는 굳이 외면을 했다지만  산수유, 목련, 개나리야 못 만날 이유 없다.  벚꽃도 글쎄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으려 한다> 


                  


『긴기아난』
 
 
 
 
베란다문 활짝 열고 
거실에 들였더니
쫑알쫑알 
밤새
놀고 간 사내
좋아서
팔뚝 굵다느니
삐친 햇살 아침에
옆구리 콕콕 찔렸다느니
간드러지게
살아서
하얀 수다 목청 높힌 
진한 향수를
뿜고
이 방 저 방 
다니며
참 말도 많고
시끄럽기도 하다
 
 
 
 
-'13年 3月 30日
<'긴기아난 꽃향기'는 가슴 골 깊은 그녀의 립스틱 향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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