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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나를 더 사랑하며 살련다..(넷째 페이지)      "반디의 홈페이지"
    
               


『친구야』




山을 사랑하고 숲 香氣가 좋아서
그래서 산속에 들어가는 너였으면 한다.
핸폰이 싫고 전화도 밉고 컴도 겨워서
그래서 俗世 끊는 너이길 믿는다.

산속 깊은 곳 火田民의 딸처럼
집도 아닌 것을 집인 양 네 손으로 땅 파고
애 타는 심정 하루하루 지옥이더니
기쁜 맘 그린 만큼 잘 살았으면 한다. 

친구야!

마음 멀어 因緣 끊고 그곳 숨어 살아도
네 속 다 아는 나인 것 네 아는 것처럼
어느날 아물고 사라지고 나면
술 한잔 들이키며 깊은 이야기 할 날 올거다.




-'10年 5月 26日
<친구의 메일 받고 울 뻔했다>


                  


『그리움』




그리움은 멀리도 가까이도 있어.
살아서 죽어서도 있어.
무슨 사랑이 그렇냐고 해서,
잘 모르겠는데
얼마간 멈짓댔는데
그리움은 함께 있어도, 헤어져서도 저기에 흐르는거야.
가슴이 터져
뭉그러지고 애가 타서 더 이상
그리울 그 무엇도 
만질 수도
볼 수도
느낄 수가 없어도
오직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그리움인 거야.

그리움은 대책도 없는 거야.
사는 재미도 없고
먹는 맛도 없고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어느 봄날에 
도려내어 피를 토해도 시원찮을 가슴
크게 구멍 내어
진달래 꽃 피면 꽃 소식을,
매화가 춘설에 찢겨 떨어지면
죽고 사는 이야기며
봄비 내리고 난 다음 날 송홧가루 묻혀서
온통 머리며 발끝까지
뒤범벅 되어
증오의 눈빛과 온가지 악담과
비난의 독설로 죽이고 살린다는
그런 이야기 퍼부어서, 도려낸 구멍 꽉꽉 채워도
멀어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이 지향성 그리움은 참 대책 없는거야.

물론 너는 그렇게 죽었고
네 사는 꼴 차마 눈 뜨고는 용서할 수 없어.
왜냐면 네가 그리 왔다가
추한 다리 벌리고 거듭 그렇게 가는 것이 
이른 봄에 매화가 펴서
꽃샘으로 땅에 떨어지면서까지
살겠다고 열매 열궈 푸릇푸릇 제 살 감추며 사는 것으로서
눈꼴 시어 볼 수 없어 그렇고,
더군다나 해를 거듭해 지켜 볼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 미친 그리움은
지난 겨울에도
아랫도리 살점 떼어 차 다니는 신작로에 내다 놓고
이놈저놈 길가는 사람들에 차이게도 해 보고
도명산에 없는 산수유를
억지 산수유로 부르며
멀리서 지켜 보리라고도 애써 봤지만
때 아닌 계곡물 콸콸 흘러 어이없는 것과 같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우리동네 쇠내골엔 벌써
억새풀이 돋아났고
내 가슴 비웃는 듯 길가 함박꽃은 한 웃음이며
수양버들은 봄인지 가을인지 알 수 없는
서늘한 바람 하늘하늘 기분 좋은데
저리도 지독한
아파트 담장의 담쟁이 만큼이나
질기고 거스를 수 없는 게 그리움인 걸 어떻하겠어.

어쨌든 넌 죽어야 해.
그렇게 고개 뻣뻣이 쳐들고
이 계절에 찔래꽃
장미꽃 마저 찾아와 독한 가시 바늘 돋구고서
서슬 파란 네가 무슨 인격체라고,
네 주제에 무슨 할 말 다 하겠다고
함부로 날 평가하고 
감히 맘 먹고
내 사랑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 말야.
그래서 넌 죽어야 사는 거야.

햇빛을 받으면
푸른 바다가 되기도
밤의 별을 머금으면 주검의 숲이 되기도 하는,
그런 자연을 봤으면 해.
이 그리움이 널 죽이는지 살리는지 봐야 해.
너의 그 이기심 
꼴값 떠는 자존심, 웃기지 마.
고귀한 매화라도 나는 안웃어.
청초한 붓꽃처럼 하지마, 가증스러워.
그래봤자 들녘에 그 친근한 민들레
널리고 널린 꽃다지에 양지꽃 만 못한 네 주제에
너 혼자 살겠다고 그렇게 궁색하게 굴면
장미꽃 터널을 이룬 이 세상이 다
꽃밭이래도
넌 하늘을 볼 수 없어.

그리움은 
쇠내골 물같이 흐르는 거야.
위에서 아래로
내게서 영혼으로 영원히
가끔 돌틈에서 빙빙 돌기도,
높은 곳에서 시끄럽게 떨어져 폭음을 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흐르는 거야.
너 고통에 쓰러져도
죽어도,
슬퍼도
아파도 그러고 사는 거야.
그것이 내 사랑인 거야.




-'10年 6月 1日 <청주 쇠내골에서>


                  


『발치(拔齒)』




어금니 하나를 뽑았다.

몇달 前부터 아파왔던 걸 참았는데
병원에 가 단 십여분만에
이 뽑으세요 한다. 
어이없게도 이가 쪼개져서 더 쓸 수 없단다.

이렇게 하나씩 죽어간다는 것이다.
身體에 생기는 老化와 그 현상
죽음으로 가는 작고 큰 變化...

벌써 10年 前부터 생기는 일이지만
겪는 현상 하나하나가 그저 예사롭지 않은 건 
아직도
삶에 대한 未練이 적지 않은 것이다.




-'10年 6月 2日


                  


『여할(如割)』




차마 싫어
요 며칠 外面하였더니
그새
哀切한 너의 품 
열매랑
누가 다 따 갔구나.

기어이
작고 여린 이파리
병들고 
벌레 먹혀
시들고 틀어졌으니

可憐하구나.
하늘이 노랗구나.
장미꽃 붉고
개복숭아 靑靑한 이 아침에
이리 너 죽을 줄...

슬프다.
아프다.
가슴 미어진다.
나
어찌 살꼬.




-'10年 6月 4日
<열매 잃은 매실나무가 시들었다.
  이렇게 여릴 줄 몰랐다>


                  


『지금까지』




당신께서 황폐(荒幣)한 들판에서
고쟁이 입고
맨발로
고운 맨손으로
흙 파는 일을 하셨다니
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당신께서 캄캄한 굴 속에서
식음(食飮)을 걸러
눈물과
차디찬 손으로
돌 캐는 일로 사셨다니
내 심장(心臟)의 피가 꽁꽁 얼겠습니다.

세상(世上)에서 꽃처럼 피고 지고 
주검에 가도 
초련(初戀)과
끝내 몰아애(沒我愛)로
나만 바라보신 당신이
날연하여 짐짓 그리 하셨겠지요.




-'10年 6月 17日
<平生의 빚으로 살겠습니다.
  感謝합니다..>


                  


『사랑의 말』




너는 왜 그런 말 하니?
그 글이 사실과는 다르잖아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라고 말하지 말거라.

그저 사랑한다고,
예쁘다고
그립다고 만 말하거라.

슬프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기쁘고 행복한 일 함께 할 날 오거든
그 말조차 언젠가는
말하지 말거라.




-'10年 6月 29日
<'나도 그냥 평범하게 살고싶다'는
  친구의 말에..가슴이 아팠다>


                  


『악작(惡作)』




너의 그림 보고 있으면
화딱지가 난다.
線이 저렇게 불안(不安)하고
色이 저토록 음울(陰鬱)한 건 결국 내가 거들지 못했기에 그렇다.
네가 지난번에 그림 그릴 때
내가 네 손 잡고 붓이라도 틀어주고
갤판에 물감 탈 때
묽다 짙다 잔소리라도 하였었다면,
저기 걸린 네 그림으로 인해
나 지금 이렇게 다리 꼬고 넋 놓고 앉아
변방(邊方)의 너
떠도는 너로서 너를 보며
오늘처럼 가슴 아파해 않아도 될 것 아닌가 싶다.




-'10年 7月 2日
<사람, 그리고 사랑과 友情.. 남의 그림조차 다 내 탓이다>


                  


『봉숭아』



  
화사함 다투는 듯 봄에 핀 꽃 아니라서
도심학교 뜨락에 잊혀진 듯 피인 꽃이라서
7月의 꽃이라서,
그래 그럴른지 모르겠어요.

어찌 사랑을 속들이 말할 수 있겠어요.
연연한 그리움을 하마 지나칠 수 없었어요.
7月의 꽃이라서,
그래 그래선지 모르겠어요.




-'10年 7月 13日 
<벌, 나비 없는 장마철 7月에..> 


                  


『너를 이기려면』




겨울 신작로에 퍼질러서 큰소리로 울어도 봤어.
심장이 터질 듯 해서.
황소로 살며 일해서 하하하 웃으며 소주방에 들리면
속이 개운할까 했었지.

미인 가슴 어이 메울까 몰라.
소용 없는 일였어.
혼자 사는 法을 익혀야 한다지, 그대는 바다처럼 말하고
나는 꽃을 사랑해야 해.

악작 매화는 천해도 내 사랑이래.
올여름 장마철에 그린 봉숭아가 맨송맨송하여도 
앞에 구절초 가을 들녘은 그윽할지 모르잖아.
날 보고 웃어 줄지.




-'10年 7月 14日
<일주일에 두번 오던 우울증이 요즘은 아무 때고 찾아온다>


                  


『나』




하루에 대체 몇 번을
하고픈 말 닫았는지 모릅니다.
오늘만도 얼마나
쓰고픈 글 지웠는지 모르니까요.

산이라면 높이로 말할지
바다는 깊이로 말할른지요.
하지만 우리집 앞 뜨락 저 숙맥같은 꽃님은
뭐로써 말할른지요.




-'10年 7月 20日
<할수록 할 수 없다>


                  


『서로의 말』




서로의 말 듣는 것과
서로의 것 말할 수 있는 것은 
우정만으로 될 일 아닙니다.

꽃의 화사함 
전해줄 줄 알아야
빛 드는 時間 안으로 마중 갈 줄 알아야.

서로의 말 하는 것과
서로의 것 들을 수 있는 것은 
사랑만으로 될 일 아닙니다.

꽃의 속삭임
보듬을 줄 알아야
별 뜨는 空間 속으로 배웅 갈 수 있어야.




-'10年 7月 21日 <꽃을 보다>


                  


『언젠가는』




구름 끼고 비 쏟아지면
그 때는 말할게.
비소리에 꽃잎 젖어서
혹시 내가 한 말 무능력해도
개울가 붓꽃처럼 
폈다가 지고나면 그만일테니.

바람 불고 눈 퍼부으면
그 때는 말할게.
눈보라에 꽃잎 떨어져
만약 내가 한 말 무책임해도
우물가 곰쥐처럼 
눈맞고 서있으면 그만일테니.




-'10年 7月 21日


                  


『이음』




가족끼리는
용변을 볼 때도
화장실 문을 열어 둔채 일을 본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왜냐하면
부끄럽기 보다도,
짧은 동안
단절(斷絶)이 두렵기 때문이다.



-'10年 7月 21日
<꽃 하나 꽂혀 있는 화장실이면 덜할지 모르겠다.
요즘 나는, 대학 2년생 때의 전공필수서인 '전자기학(電子氣學)'을 30年 오랜 책꽂이
에서 꺼내어 읽고 있다. 노오란 책갈피 속 신비의 세계를 그대에게도 이어주고 싶다>


                  


『인사(人事)』




무거운 사람은
느리기도 하겠다는 것이다.
느린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느리기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가벼운 사람은
빠르기는 하겠다는 것이다.
빠른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빠르기는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
.
得도
失도
.
.
生과 死도.




-'10年 7月 23日
<방황과 미혹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굴레 안에서』




내게 제안 따위 하지마.
가증스러워.
너라는 것에 머리가 있고
가슴 있다니, 허락할 수 없어.

네가 살아서
나를 보고 웃다니
더군다나 조곤조곤 말을 다 하다니,
참 가당치도 않아.
용서할 수 없어.




-'10年 7月 27日
<그것도 피라고 흐르는구나>


                  


『체념』




일에 速度 붙는 것은
제격이다.
삶에 있어 以外의 것은
숨 쉬는 것조차
군더더기다.




-'10年 7月 27日
<내 몸속에 피가 흐른다>


                  


『절정(絶頂)』




지난 개춘 한강 밑으로
매화꽃 얼어 터져 춘설에 흩어지던 날 밤
파란 입술 떨면서 키스했던 일 
기억하겠지.
가슴의 가지가 그리 굵어질 만도 하다.
왼손에 산수유꽃 다발로 들고
다른 한 팔에 찔레꽃 힘껏 품고서도
이마에 식은 땀 한 움큼 쓸어 내면서
숨죽여 살던 널 보니.

올여름 장맛비 속에서
봉숭아 뒤뜨락에 외로이 스러졌던 날 밤
혼자서 우두커니 한숨짓던 일
잊진 않았지.
가슴의 뿌리가 그리 깊어질 만도 하다.
한 녘에 달맞이꽃 빼꼭히 솟고
다른 한 켠에 개망초 철철 넘쳐나도
얼굴이며 손끝에 거미줄 칭칭 감겨
숨 몰아쉬는 널 보니.




-'10年 7月 30日 <여름이 식으면 
가을꽃 향기 이어지겠지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낙상홍』




봄이면 봄꽃 
여름에는 여름 꽃 이뻐하면 된다고 해요.
모든 계절은 준비기간이고
여름은 절정의 계절이라고, 존경하는 친구가 말해주었습니다.

그럼 되었습니다.
일의 속도가 푸르르고 짜릿하잖습니까.
뿌듯하잖습니까.
시원하고 속이 다 후련합니다.
그럼요, 땀 뚝뚝 흘리며 숨넘어가도록 
달리면 됩니다. 

아! 그래서요, 
여름 내내 당신 바알갛게 익어가면
올가을엔 어떤 꽃 만나질까 벌써부터 설레어지고 흥분되지 않습니까.
좋잖아요.
행복하지 않습니까.
묵은 가지 툭 털어 내고 
어느날 된서리 하얗게 아스팔트 뒤덮은 새벽길 달릴 일 오거든, 
그때는 나의 말을 할 수 있도록 
그려 나가는 게요.




-'10年 8月 2日 
<고양시 일산병원 다녀오는 길에서>


                  


『발악(發惡)』




백일홍.
불야성,
열대야,
척박한 도심에서 귀 터지도록 울어대는 매미들은
왜 저럴까.
먹이를 찾을까,
짝을 그릴까.
죽으러 가는 길에서.

채송화.
잠,
새벽,
예배당에서 목 터져라 통성으로 기도하는 저들은
왜 저럴까.
먹이를 찾을까,
짝을 그릴까.
죽으러 가는 길에서.




-'10年 8月 5日
<산다는 것이 어찌 저리도 애절하단 말인가.
 삶에 참 이유가 많은 당신...>


                  


『'10年 여름휴가』




이곳 사직동으로 이사를 온지도 두달째.. 그리고 첫 여름이다.  청주시내가 훤히 다 내려다 보이는 높
은 지대라서인지, 정남향이라선지 폭염이라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에어콘을 켜지 않고 지내고 있다. 참
이사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0年 여름휴가.. 늘 그래왔듯이 올해도 우리 가족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조용히 보내고 있다.  어차
피 아이들도 각자 자기 스케쥴이 있기 때문에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
니라 묵시적이긴 해도 실은 아무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가족의 속성이며 내면인 것이다.

휴가 1일차와 2일차에는 여느 출근하는 날과는 달리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아침식
사를 한 후에 스크린 골프를 쳤다. 연습 한번 하지 않는 내가 그나마 스코어가 나오는 것을 보며 아내
는 참 신기하다고 한다. 어찌했든 매일 연습장에서 사는 아내에게 내가 승부에서 이길 수는 없다.  에
어콘 바람이 시원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커피도 마시며,  서비스로 주는 과자며 과일을 다 먹고도 부족
해서 점심까지 배달시켜 먹고 나면 도대체 운동을 하러 온 것인지 먹으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
이 되고 나서야 배를 두드리며 일어나, 아!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얼굴 쳐다보며 바보처럼
피식 웃는다. 그런데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한번쯤은 일에 신경을 끊고 이런 식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미동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피서 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
다.

3일차, 집에서 방바닥에 엎드려 책을 보다가 낮잠을 자기도 했고, 언제 다시 보아도 감동적인 오래 된 
영화 몇 편을 보면서 낮시간을 뒹굴뒹굴 보내기도 하다가  저녁 무렵 회사 하반기 승진자들이 내는 승
진턱에 참석해서 저녁도 먹고 소주도 한 잔하고 들어와 행복하게 잤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주 좋았다. 
문제는 4일차였다. 그러니까 어제인 토요일에는 내가 결국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올 휴가기간에는 아무 문제 없이, 아무 생각 없이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장담을 했었지만, 
어쩌겠는가. 역시 그러하지 못하겠는 것을...  어쩌면 이런 현상의 발생조차 전적으로 내 습관에 의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왠만한 문제도 그저 아무렇게나 넘겨 버리지 못하는 속 작은 내 성격은 
결국  올 휴가에도 발걸음을 회사로 옮기게 했다.  무슨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아마 그것이 더 
속 편하니까 그랬는지도 모른다. 앓느니 죽는다고, 차라리 출근해서 직접 문제에 부딪쳐 속히 풀어 내
는게 더 뒤끝이 깨끗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작은 사건이긴 해도, 늘 그래왔 듯이 업무와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가운데 오늘은 이번 휴가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소나기가 수차례 여기 저기 뿌리고 지나간 덕분에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다. 이곳 사직동
에는 유난히 매미 소리가 크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 재낀다.  나는 휴가 
기간 동안에도 아침 운동은 빠뜨리지 않았다. 최근 내 삶에 있어 가장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시
간, 아주 짧은 글귀로라도 온전함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보다 소중한 시간은 이 아침 밖에 없기 까닭에 
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매미 소리가 정신을 다 찢어 놓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있어
서 참 좋다. 진한 커피를 한 잔 곁들일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늘 이렇게 이야기 해왔지만 휴가라는 게 별것이겠는가? 사는 동안 그저 먹고 즐기기 위해 지켜온 많은
일상의 습관적인 행동과 모두의 고정관념을 일시에 지나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내 본연의
순수한 사랑으로서 들여다 보자. 당연히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고함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
다고 남들처럼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관하거나 자조할 필요조차도 전혀 없다. 작은 나
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일상의 내 앞에서, 내 일로서 늘 일어나는,  어쩌면 아주 습관적이고 통념적
이고,  아니 보다 저속하고 속물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연일 지속되는 한 여름 폭염 가운데서 휴가 며
칠을 통해 조용히 만져보고 감지하고 자위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본다는 것... 봄꽃을 상기하고 여름
날 소나기 내리는 학교 마당 처마 밑에서 외롭게 시들던  봉숭아꽃 보듬으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
던 지난 날의 작은 것들을 그려서 담아 낼 수 있는 시간을 내어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미동으로 거
닐며 즐길 수 있는 시간,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휴가가 아닌가 싶다.

아침부터 햇볕이 무척 뜨겁다. 하늘은 가을처럼 파랗고 높다. 하얀 뭉게구름이 너무 아름답다. 오후엔 
보은엘 다녀 오고자 한다.  그곳에 가면 다 쓰러져 가지만 지난 봄에 마련한 우리 가족의 조그만 아지
트가 있다.  여름으로 물들어 갈 무렵부터는 온통 녹색에 갖혀서, 원래 세상이란 완전히 파란거야! 라
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곳, 그곳에 가면.. 사계절 꽃향기 흐르는 섬진강가에 사는 일은 비록 이루지 못
하겠지만.. 밭고랑 일구는 시골 아저씨의 인심 좋은 입담과 귀농한 옆집의 풋풋한 웃음 선물을 친구로
서 만나는 작은 기쁨을 물론 얻을 수 있고,  아내만큼이나 사랑하는 내 첫사랑의 스무더댓해 그리움에 
기대어서 잊을만 하면 한번씩 뜬구름처럼 찾아와 소담한 행복을 건네 주는 시정이 있기에,  작지만 내
면의 내 사랑을 만날 수 있고,  그래서 그곳에 가면 2010年 내 여름휴가의 남은 크라이막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월요일인 내일, 크고 밝은 웃음으로 일터로 향할 것이다.




'10年 8月 8日 <'10年 여름휴가를 보내며>


                  


『길』




살겠다고 뜻대로 살아지는 
길 아니다
죽는다고 맘대로 죽는
그런 길 아니다
봄에는 봄꽃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꽃 사랑하고
산과 바람을 안고
밤안개 덜 걷힌
새벽 산책 고부라진 
오솔길 따라
땀 흘려 혼자 걸어도
꽃향기 그윽할 그런 삶의 길이다.




-10年 8月 12日 
<혼자 걷자. 
   가을 꽃향기 그리며...>


                  


『호박꽃 ⅱ』 
 -폭우 지나간 후에-




어제밤에 그 요란한 천둥과 번개가 비바람 몰고 와서
네게 무슨 말 했니?
무슨 짓 했니?
같이 가자고 꼬셨니?
강제로 서울 같이 가자고 때리고 후볐니?
새벽 안개 속 흐트러진 네 꽃잎 탄식으로 질펀한 아스팔트길에 널려 있구나.
뭐 하려고 
그리 버텼니.

오늘 아침 돋아난 애호박에 가시 밤송이 툭툭 떨어져
네게 무슨 말 하니?
무슨 짓 하니?
같이 살자고 그러니?
억지로 살림 같이 살자고 찌르고 할퀴니?
먹구름 하늘가 널브러진 네 잎새 조소하듯 가르며 새매 한마리 날고 있구나.
뭐 하려고 
그리 피하니.




-'10年 8月 14日 <상처는 받을 수 있지..>


                  


『자화상』




출근길 아침
소나기 오는 도시 신작로
꼬부랑 할머니
어찌 저리 작으실까
하얀 비닐 우의 꼬질꼬질 입으시고 
까만 얼굴에 눈동자
손수레 하나 끌으시며
어딜 가시다
서 계시나

비 그치길 기다리시나
차 멈출 때 기다리시나
무엇을 기다리시나




-'10年 8月 18日 <청주 가로수길에서>


                  


『폭우 속에서』




폭우가 광란하는 날 밤 개도랑가 길을 걷는다.
온 몸을 치고 쏟아지는 빗줄기는 가슴의 싸늘한 혈류보다도 더 차갑게
살들을 손 끝을 식히고 얼리며 
허벅지며 정강이며 거칠게 속살 비집고 들어왔으니
이제 마지막 남은 영혼의 해후 소망마저 이 빗물 따라 다 쓸고 갔으면 좋겠다 좋겠다 소리치면서
길가에 꽃은 잠겼고,
나는 서서히 미쳐가는 것이다.

낙뇌가 광열하는 날 밤 기찻길옆 숲을 걷는다.
비명에 젖어 찢어지는 천둥 소리 심장이 부딪는 울림보다도 더 세차게
살들을 손 끝을 지르고 두르며
목덜미며 잔등이며 꼿꼿이 살갗 지지고 스쳐 갔으니
아직 꺼지지 않은 영혼의 미련 연연마저 이 글음 속에 다 묻혀 없으면 좋겠다 좋겠다 뇌까리면서
숲속에 꽃은 죽었고,
나는 서서히 미쳐가는 것이다.




-'10年 8月 19日 <미쳐야 살 것이다>


                  


『국희(菊姬)』




널 두고 돌아오는 기찻길
전에는 네가 노란 메세지라도 하나 하얀 전화라도 한통 해 주었었지.
사랑한다고
조심해 돌아가라고...

창 밖에 비 내리고
갖고 싶지 않은 망상(妄想)에 미련(未練) 추적추적 되살아나
오는 발걸음 무거웠었지.

네 또다시
마음에 작정(作定)했던 말 
아니면 가슴에 두었던 말 시작(始作) 하겠구나.
해야 할 말 참 많겠지...
그래도
가을꽃 피려면 아직 계절은 남았잖아.

국희(菊姬)야.
네 가슴의 향(香)으로서
나 너에게 온전(穩全)히 되돌아갈 그날까지는
나는 너에게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 밖.에. 그 어떤 말도 더할 수가 없구나.




'10年 8月 24日 <비 내려도 고속열차는 잘 달린다.
    국화(菊花)향기 올 날 그리며...>


                  


『구월초언(九月初言)』




어떤 경우에도 내게
사랑한다는 말 말고는 하지 말거라.
비록 내가
올봄에 섣불리 피었다가
춘설에 떠는 너 차마 볼 수 없어 다 따 버렸다 하여도
아무리 내가
장맛비에 젖어 축 처진 너 보기 힘들어 궂이 외면했다 하여도
폭우에 잠겨 떠내려 가는 너 소리 질러 잡지 못했다가
기어코 며칠 전 산책길
밤송이 떨어져 살갗 다 할퀴어지고
살점 흩어지는 처참한 꼴의 너 보면서도 손 못쓴 나였지만
그래 아무리 나 무서워도
미워도
오늘 밤 태풍 온다니 미칠 것 같겠지만
구월도 겨우 초입이잖니.
사랑한다는 말
그립다는 말만 하거라.




'10年 9月 1日 
<꽃 앞에 서서는
  어떤 경우라도 밉다는 말 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오욕의 자신 감당해 낼 자신 있으면,
  그러면 해라.
  가을 문턱에 들어섰다.>


                  


『배웅』




가로에 꽃 다 뽑아 재끼며
몸부림쳐도 할 말 없다.
그렇게 날 자빠뜨리며 태풍처럼 간다는데
잡을 도리 없잖은가.
세월 흐르는 게 심심산천에 실가지 물 흐르는 듯 이해 못할 일이고
제 혼자 영롱한 척 보랏빛 이슬 먹고 피어 있는 도라지 꽃 알 수 없듯이
그리 간다는 속 어찌 내 알겠느냐.
차라리 마냥 거칠게 네 오늘날까지 살아온 것처럼
끊임 없는 추구의 삶
새로운 길 거듭 가는 거라면
그리 살다 어느날 영문 모르게 드넓은 서녘 바다 쪽
붉은 노을 강나루에 죽어 우연히 만난다 하여도
그저 사랑한다고만 말하라 했으니
그립다고만 할 것이므로
지금 난 어떤 말도 않으리라.




-'10年 9月 8日
<헤어질 때는 나만 생각해야 한다지.
직장 동료 보내며...>


                  


『악몽』




고개 떨구면 나타나서
눈만 감으면 복달하는 당신
당신 누구시길래
밤마다 찾아와 내 목을 조이십니까.
그리하지 않아도
아비 이미 데려가셨고
어미 또한 그렇게
나의 사랑하는 친구와
사계절 갈아 찾아와 행복 주는 꽃들마저도
하나같이 그리 하셨으니
해후는 잠시 정일 뿐
삶의 미련에 번민의 짐 지고 살다 그리 죽는 일
두렵지 않아야 할 줄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 밤에까지도 날 다그쳐
짓누르진 마세요
단호하고 명확하신 당신
당신 누구십니까.
날 그냥 내버려 줘요.
미련에 목 좀 떨구면 어때.
연연에 눈 감고 울면 좀 어때서.
이젠 제발 
숨만은 쉬도록
밤에만큼은 살려 주세요.




-'10年 9月 10日
<유독 맺고 끊는 사리에 분명한 이가 있다.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릴 줄 아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굴복하지 못한 일에 미련 갖고
연연에 절연하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또다시 우울증과 악몽의 시작 아닐지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규복(圭復)』




어떤 경우에도 내게
사랑한다는 말 말고는 하지 말거라.
사랑한다는 말
그립다는 말만 하거라.

네 가슴의 향(香)으로서
나 너에게 온전(穩全)히 되돌아갈 그날까지
나 너에게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 밖.에. 그 어떤 말도 더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경우에도 내게
사랑한다는 말 말고는 하지 말거라.

여름 내  낙상홍 바알갛게 익어가고
올가을엔 어떤 꽃 만발할지 벌써부터 설레어지고 흥분되고 좋잖아.
행복하잖아.
묵은 가지 툭 털어 내고 
어느날 된서리 하얗게 아스팔트 뒤덮은 새벽길 달릴 일 오거든
그때는 나의 말을 할 수 있도록
어떤 경우에도 내게
사랑한다는 말 말고는 하지 말거라.




'10年 9月 15日 


                  


『견민(遣悶)』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은 
않으려 한다.
국화 한송이 펴 있지 않은 계절에
같이 죽자 했을 때 너 한번도
그래 그러자 한 적 없잖니.
혹시라도
참담한 이 삶 다해 죽기라도 하기 전에
너 다시 만날 날 온다면
국화 향기 속에서
그냥 고생했다,
잘 버텨냈다는 말 정도
해주려 한다.

사랑했다,
행복했다는 말은
않으려 한다.
찔레꽃 빨갛게 피어 있던 계절에
같이 가자 했을 때 너 한번도
그래 그러자 한 적 없잖니.
혹시라도
끔찍한 이 명 다해 죽기라도 하기 전에
너 다시 만날 날 온다면
찔레꽃 따 담으며
그저 미안하다,
잘 참아냈다는 말 정도
해주려 한다.




-'10年 9月 16日
<죽기 살기로 걸어도 삶은 참담하다.
  이 길을 누구인들 같이 갈까...>


                  


『枯花之嗜慾』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다.
앞을 보지 못하며
소리쳐도 효용이 없다.
숨을 쉴 수 없어서
몸속에서 핏기 가시고 있다.

내 뜰의 꽃 저리 시들고
아니, 피지 않았고
올가을 들녘에는 어디에도 
저만한 꽃 필리 없다. 




'10年 9月 28日
<틀 속에 사는 내가 가증스럽다>
..枯花之嗜慾:고화지기욕


                  

 
『국화꽃 피면』




당신을 만나면
내가 겸연쩍어 어찌 몸 둘지 모릅니다
당신의 입에서
살다가 지친 이야기
사는 게 힘겹다는 푸념 투덜투덜 나오면
당신이 지쳤구나
많이 힘들구나
들으면서
느끼면서 겸연쩍지만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지난해 가을 
뽀얀 안개 걷히던 날 말했죠
햇빛 쏟아지는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 힘찬 기운에 실려 올 때
못생기고 냄새나는 내 발로
당신의 두 발 보듬고 있다가
당신의 순한 소망
곱고 예쁜 가슴에 국화꽃 한아름 안겨 주면서
살다가 지쳐도
사는 게 힘겹다 해도
느끼고 들으며 살아갈테니 
같이 가자고 말이죠.

당신을 볼 때면
내가 부끄러워 어찌 몸 둘지 모릅니다
당신의 입에서
살다가 기쁜 이야기
사는 게 아름다운 웃음 벙긋벙긋 나오면
당신이 재밌구나
그리 행복한지
지켜보며
만지면서 부끄럽지만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지난해 가을 
짙은 서리 내렸던 날 말했죠
어둠을 뿌리는 강변로에서
스쳐가는 바람 고운 기운에 실려 올 때
새까맣게 거칠어진 내 손에
당신의 두 손 살포시 얹어서
당신의 귀한 사랑
곧고 짙은 마음에 국화향 한 움큼 뿌려 주면서
살다가 기뻐서
사는 게 아름답다 하면
만지고 지키며 살아갈테니
같이 가자고 말이죠.




-'10年 9月 29日
<국화꽃은 봄에도 여름에도 있지만
서릿발에 핀 늦가을 추국(秋菊)을 기다리는 마음은
다만 나 뿐일까...>


                  

 
『나는 왜 뛰고 있을까?』




얘야!

평생 못해 본 꽃사랑, 어떻게든 나도 올해는 꼭 한번 하고 싶었어.  하지만 올봄 내내 추한 향기로 징
징대던 매화꽃에 질려 그랬는지, 아니면 생강나무와 산수유 하나 구별 못한 눈 삔 사랑에 삐쳐 그랬는
지, 지난 4월 이후 꽃사랑은 커녕 당연히 산행조차 할 수 없었어.

그래서 그런지 이곳 사직동으로 이사를 와서는  새벽 안개속 좁다랗게 이어진 1시간 산책길을 매일 뛰
고 있는데, 살갗에 스치는 끈끈한 여름 공기와 가을 들어 어느덧 하얗게 질린 구절초의 기침소리 들으
며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참담하고 우울하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면서 너 없는 하
루하루로 살고 있단다.

지난 주말에는 청원생명쌀 대청호 마라톤 대회에 쫓아가서 목적도 까닭도 없이 뛰다가 숨이 목을 넘어
안개 같은 자학을 토할 때쯤 되어서야 죽는 것이 최선의 것이 아니기에 살아야 하는 것이고 산다는 것
은 죽음 만큼이나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뛰지 않으면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아이러니로,  답답하지만 얼마나 더 뛰다가 이 삶의 발길을 멈추어야 좋을지를 물어 보
면서 묻고 또 뛰었지.
답은 없어.  이번주 주말에도 청주 무심천에서 달빛 흐르는 물길을 따라 그저 생각 없이 뛸 것을 계획
하고 있어. 왜 뛰어야 하는지 모르는데,  아마 숨이 턱에까지 올라 와 입에서 단맛과 고통일지 희열일
지 모를 짜릿함이 자극하는 한 뛰어야겠지. 이 초가을에 어차피 지난 봄에 다 떨어지고 여름 장맛비에 
잠겨버린 내 애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다시 돋아 날리는 만무한 일이고, 그만한 꽃 너로서 새로 들판에 
필리 없을 것이며, 그리고 산다는 건 그야말로 좁고 우울한 오솔길을 걷는 것에 불과하기에 왜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꽃을 보고 싶어서겠지. 아무튼 뛰는 걸 계획하고 있어.

이제야 가을에 들어서고 있지만 겨울 문턱에 들면 다시 산엘 갈 수 있을테지.  차라리 겨울엔 추한 냄
새로 나를 힘들게 하거나 이름 몰라 당황하게 할 꽃이란 게 없잖아.  꽃이 없는 겨울에는 산에 오르며 
네 오른 손 내 왼팔에 끼우고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저 멀리 나타나더라도 같이 온 길 내려다 보
며 쌩끗 얼굴 마주보면서 서로 땀 닦아 주고 웃을 수 있겠고, 그런 산길을 오르면서 올봄같은 내 꽃사
랑의 기운으로 콧노래 부르며, 역시 삶이란 아름다운 거라며, 오늘은 도명산 내일은 속리산 또 다음날
엔 이 산 저 산 함께 거닐며 살 수 있겠기에 말이지.

올해 너 없는 계절은 우울해.  산엘 가야하는데 나는 그저 대청호에서 무심천에서 뛰고만 있어.  오늘 
아침에도 이슬이 무거워서 산책길이 너무 축축했어.  나보다 앞에 간 사람들이 길가에 오줌을 싸 갈긴 
것처럼 앞이 더럽고 지저분해. 참담하지.




-'10年 10月 1日 <감각 잃은 계절을 어떻게든 깨워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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