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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나를 더 사랑하며 살련다..(열한번째 페이지)      "반디의 홈페이지"
    
               

『자목련』




꽃이 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쓴 향기를 툭 뱉아 냈다
놀라 살펴보니
온 몸엔 밧줄 묶여 피멍
주눅든 얼굴에
눈빛은 공포로 일렁인다
아! 이렇게까지
어젯밤 어이 버텼으며
지난 겨울 어떻게 살았는지




-'13年 4月 4日
<한식을 맞아 임이 올 터인데, 거기 선 네 몰골은 말이 아니구나. 단추는 또 언제야 꿸 수 있을꼬? - 그의 무덤 옆에서 ->



                  

『골』




내 마음 이리 차고 어두운데
저 벚꽃 참 철이 없다
눈치도 없다
꽃 피고 지면 웃고 울고
해 뜨고 짐에 걷다 섰던 내 삶이여!
그냥 홑겹 나비로서 이 꽃 저 꽃 나닐면은 살 수 없을까
그저 한 가닥 바람으로 이 산 저 산 드날면은 살 수 없을까
산수유는 뭐가 모자라서 저 모퉁이 고개 떨궜고
목련꽃은 뭘 실수해서 울고 섰는가
싱글벙글 벚꽃만 신났구나
순수한 너에게는
아무 것도 모른는 너에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설명해 줘야
네가 알 수 있을까




-'13年 4月 4日
<너무 많이 벌어져 있다. 어디서부터 오므려야 할까..>



                  

『새싹』




지금도 바람 결에
그의 말 퉁퉁퉁 배어 난다
'넌 꽃은 아냐'
서운은 해
이렇게 온 들에 꽃 꽃
저렇게 온 산 나 나 나
우리 세상은
밝고
깨끗한데

아직도 바람 결에
그의 말 철철철 배어 있다
'넌 꽃은 아냐'
염려는 해
이렇게 내 손에 봄 봄
저렇게 내 뜰 너 너 너
우리 미래는
굳고
줄기찬데




-'13年 4月 5日
<그의 말이 풍금 소리로 들려오지만 강철처럼 탱탱거린다. 이렇게 바람이 부드러운 한식날에도>



                  

『봄볕 갈채』




힘 있는 사람들은 다 모이세요
저 썩은 나무 밀어내게요
돈 있어요?
좋지요
권력 있어요?
오세요
우물쭈물 마세요
뭐 있으세요?
사랑이요?
희망?
그런 거 있어요?
글쎄요
힘 있는 사람들만 오세요
저 빌어먹을 나무 베어 내게요




-'13年 4月 5日
<천년을 지켜 왔으면 뭐합니까? 언제 베어져 버려질지 모를 운명인데요>



                  

『꽃이 되려면』




벗겨 주세요
발끝
털끝까지
홀랑 벗겨 주세요
그리고
코끝에 실을 달고
주문을 크게 외치는 거예요
'걸어라 걸어랏!'
웃지 마세요
그러면 저도요
꽃이 될 수
있대요

벗어 주세요
몸도
영혼마저
홀딱 벗어 주세요
그리고
머리에 손을 얹고
주문을 세게 외치는 거예요
'뛰어라 뛰어랏!'
믿어 보세요
그러면 당신도
꽃이 될 수
있대요




-'13年 4月 5日
<한번쯤은 꽃이고 싶다>



                  

『꽃씨를 뿌려야지』




꽃 피는 봄
이런 말은 싫어
사치스럽고
안일해
봄에는 꽃씨를 뿌려야지
채송화 백일홍
땀과
봉숭아
희망을 심어야지
이 말이 좋아
채송화는 빨강 파랑 노랑 보라
하양도 피지
난 하양이 좋아
우리 아가 손을 닮았잖아
백일홍은 수더분해
순수 물감으로 그려진 수채화 같아
속 텅 빈 목이 너무 연해서
잘못 만지면
톡 하고 부러지지
가슴이 많이 아프겠지만
그만큼 꿋꿋하고 믿음직해서
백일홍이 좋아
봉숭아는 빨간 설레임이야
달빛에 빻아 손톱 밤새 물들일 때면
우리 식구가 다 모이잖아
행복을 나눠
그게 좋아
꽃 피는 봄
난 이런 말 싫어
뺀질스럽고
민망해
봄에는 희망을 심어야지
채송화 백일홍
정과
봉숭아
꽃씨를 뿌려야지
이 말이 좋아




-'13年 4月 6日
<우리에게 계절이 없어진지는 오래다. 철도 없어졌다. 하지만 올봄엔 기필코 꽃씨를 뿌려야겠다>



                  

『그렇고 그렇죠 뭐』




이 계절에는 지질한 백양목꽃에도
벌이 날아든답니다
보셨는지요?
하기야 나도 물레방앗간 백양목꽃 한번도 본 적 없어요
고작 책에서 보았지요
그래도 그 꽃 물레방앗간에서
내가 그년과
몰래
손잡고
입 맞추며
얼마나 깊은 밀회를 갖곤 했는지
흐흐흐 당신도 알잖아요
봤지요?
나 잘났거든요
우리, 백양목꽃 만나서 같이 놀래요?

좀 있으면 못생긴 싸리나무꽃에도
나방 날아든답니다
아셨는지요?
정말로 나도 보리밭길 싸리나무꽃 결단코 안 적 없어요
그저 노래로 알았지요
그래도 그 꽃 보리밭길 옆에서
내가 그년과
숨어
옷 벗고
속닥대며
얼마나 자주 그 짓을 하곤 했는지
크크크 당신도 봤잖아요
알지요?
나 잘났거든요
우리, 싸리나무꽃 만나 같이 살래요?




-'13年 4月 7日
<보는 대로 보고 아는 대로 대충 알지요. 그렇게 살지요, 뭐...>



                  

『저기 꽃마을 내 친구』




돈 떼먹고
도망간 친구야
잘 살거라
친구 잃고 난 가난해서
배고프고
춥고
예서 아프다
너는 꽃 속에서
맛있는 거 따로 먹으며
게서 배 불러
따뜻하고
기쁘고
행복하겠지
돈 떼먹고
도망간 친구야
잘 살거라




-'13年 4月 8日
<벚꽃이 피었다. 화려한 벚꽃 세상이 마치 나보다 더 아프고 슬플 내 친구가 사는 곳 같다. 아마 친구 잃은 자보다 더 가난하고 배고플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넌 어때?』




인생이 정말 얼마나 덧없냐하면 말야,
아버지 죽으면
세상이 덜컥 슬플 거 같았지?
엄마 없어져서
영원히 아플 거 같았지?
유수같다는 거 말야
그냥 느낌 없이 흐르는
한강물 말야
퀄퀄 거침도 없고
멀리 안갯속에서 울리는 헛기침처럼 그래
뜨건 피 컥컥 토하며 죽을 거라구?
심장이 얼어서
겨울 내내
얼어붙은 신작로에서
열정만큼
덜그럭거리며
발에 차일 거라구 그랬어?
다 헛소리야
사실은
아무 느낌도 없어
어떤 까닭도
사연도
내뱉는 숨
그런 거 없어
이렇게 한 해 한 살 더 먹고
여렸던 살결 까칠까칠해지고 핏기가 가셔
더이상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만큼
닳기까지도,
아무런
느낌 없는 거
계절은 올해도 봄을 찾고
늘 그랬듯이
꽃샘이
심술 부려도 말야
아! 이런 게 인생인 거야
이렇게 덧없이 내 앞에 있는 거 말야




-'13年 4月 8日
<아무리 맨몸에 맨발로 눈 속 가시밭을 굴러 봤어도 아직 난 모르겠다. 다만 한번쯤은 아버지 어머니가 그립다. 여쭙고 싶다. 그 분들도 나처럼 사셨는지>



                  

『더 내려 놓기』




어쩌면 처음부터 무리라고 생각했다
무모하다고도 여겼다
믿음에 맡겨 보고 싶었다
갈망 부려 보고 싶었다
바다가 물이고
비가 물인 거라면
혹여 그것도 순리 아니겠나 했었다
하지만 무리를 순리로 삼다니
무모에 수를 쓰다니
그게 신념이라니
열정이라니
아닌 건 아닌가 싶다
바다는 물이고
비는 물인 것이니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무리 아니면
무모한 게 아니라면
이제는 주저앉아 정말로
피 식히고 호흡 꺼쳐야 되지 않나 싶다




-'13年 4月 12日
<어디 한번 보지 뭐. 어떻게 꺼져 가는지, 어떻게 죽어 가는지를>



                  

『날개』




얼음성 창살 밖
봄 내다 본다
앵두꽃 송알송알 웃음 터졌고
자전거 타는 아낙의
뽀오얀 숨결
볼록한 가슴과 도톰한 입술 부푼다
내 날갯죽지가 움찔거린다
피 돌고
새싹 돋는 날
나는 나비로 날까

가싯골 텃밭 샘
봄 나가 본다
살구꽃 콩알콩알 다툼 나들고
로울러 타는 아이들
해맑은 얼굴
새까만 눈망울에 높은 하늘빛 밴다
내 날갯죽지가 움찔거린다
숨 쉬고
꽃비 나는 날
나는 새매로 날까




-'13年 4月 13日
<나도 봄 맞을 힘 있고, 살 권리도 물론 있다. 다시 날아야겠다>



                  

『4월의 비 내린 날 아침의 가르침』




되는 대로 살자
이 말 죄악이라 여겼죠마는
오늘 아침
우리집 뜰 살구나무
고작 세 송이 작은 꽃 피우고서는
새벽 비에
그나마도 투두둑 다 떨구고
너털웃음에
손뼉 소리를 낼 때에
비로서 나
되는 대로 살자
그 말뜻 알 수 있었죠

대충대충 살자
이 말 무책임하다 여겼죠마는
오늘 아침
젖은 잔디 속
파릇파릇 풀 올라오거나 말거나
겨울 한밤중 모냥
꼼짝 않고
빗물 머금고 자는
우리집 앞 대추나무 보면서
이윽고 나
대충대충 살자
그 말뜻 알게 되었죠




-'13年 4月 14日
<올해도 우리집 뜰 살구나무는 열매를 열지 못할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옆 대추나무는 미동 않고 잠만 자고 있다>



                  

『명명(溟溟)』




눈 감으면 감각이 산다
또렷이 보인다

주렁주렁 절망 달린 실커튼 좌르륵 걷어부치며
철벅철벅 장화 신고 그가
빗속에서 들어왔다
반백의 머리에서 빗방울이
실루엣 묻은 안경과 파랗게 죽은 입술 사이로 주루룩 미끄러져 내렸다
손에서는 4월의 심장이라는 흰 명찰 초롱불이 토끼눈처럼 빨갛게 타고 있었다
백합꽃 향 잦아들은 불 꺼진 현관에는
차가운 마루 겨울 닮은 어둠들
젖은 몸에
철퍼덕 널브러졌다

긴긴 밤 바다로 떠난
강물의 굽이진 왼쪽 꽤 깊은 내연의 섬
까마득히 보인다




-'13年 4月 16日
<더 살고 싶다>



                  

『버스정거장』




부르면 가리라
힘 없어 금방 쏟은 직후에라도
네 부르면
바지 주섬주섬
차려서
천 번도 천만 번도
부리나케
가리라
약속 했었다
이슬 젖은
미호천 뚝방
동으론 그리움
서로는 미련 잇는 버스정거장
목련 한 그루
가로등에 발 묶여
자옥한
안개 하늘
가슴만 아리다




-'13年 4月 19日
<인적 없는 새벽 출근길 오송역 근처 어느 버스정거장에서>



                  

『봄꽃』




화사히 입고
푸른 날 맞는다며
넌 뽀얗게 분 바르고 화장했더구나
그러구선 비 제법 오는데
바람 세던데
거리로 돌더구나
아, 왠만하면
여인아
비 작작 맞고
우산은 접고 옷깃 여미고
그만 들어오려므나
여인아
얼굴 닦고
옷 좀 말리자꾸나




-'13年 4月 20日
<요즘 제정신 아닌 게 어디 하나둘이더냐>



                  

『어느 결혼식』




먹먹해서는 안되지
애잔해야 해
그저 기쁜 정도로 어디 되겠어?
환희에 불타야잖아
몰라
더군다나
나 선 이곳은
볕 흐리고
바람에 꽃 떨고
넌 보이잖고
뭐랄까, 그냥 가야겠어




-'13年 4月 21日
<왠지 씁쓸함만이 겉도는 요즘 결혼식에는 왜 부르고 왜 가는지..>



                  

『사연』




제게 추억이랄까 그럴 게 뭐 있나요
다만 구워 먹으나
삶아 먹으나
어쨌든
제가
조개 좋아한 얘기처럼
죽을 녘에는
추억 하나쯤 제게도 남기야 하겠죠




-'13年 4月 23日
<좋아하고 있는 것 뭔가조차도 문득 추억의 하나였다는 것을 안다>



                  

『사연+』




눈을 감으면 당신이 보입니다
그 바닷가에서
쫑알쫑알 당신이 그렇게 예뻤었지요
석양 질 때
우리 그만 헤어져
그렇게 말한 순간에도
그야말로 당신은 예뻤었지요




-'13年 4月 23日
<눈을 감으면 아픔이 사랑으로써 온다는 것을 안다>



                  

『미안하다』




내 목련꽃
봄비 오는 뜰에서
잿빛 하늘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네요
빗방울 시켜 열심히 다독거려 줬는데요
그동안 꽤나 속 태웠나 봐요
가 보려구요
가서
만져 주고
보듬어 주려구요
안기겠죠?




-'13年 4月 23日
<벚꽃에게는 이렇게 안한다. 목련이니까 한다>



                  

『그 말의 뜻은』




타의를 말해
피동사야
같이 죽는다는 것은
오직 너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지
네 존재
완전한 믿음
영혼의 눈빛에 맞는 걸 말하는 거야
그래
자의를 말해
자동사야
같이 죽는다는 것은
오직 너에게
죽어 준다는 것을 뜻하지
내 소유
영원한 소망
절정의 끝 같이 하는 걸 말하는 거야




-'13年 4月 25日
<행복은 현실을 멀리해서가 아니라 떨어져 있는 것으로써 얻을 수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이고, 죽는다는 것은 참 좋은 한 예다>



                  

『고목』




구시렁구시렁 비 내렸어도
난 이 자리에 있다
옷일랑 계절 따라 바꿔 입을테고
가끔은 그리워서 발가벗기도 하겠지만
때론 푸르게
또 어떨 땐 너덜너덜
눈 오나
비 왔거나
난 이 자리에 있다

네게 난 매력 없다
다만 여름 나절에 그늘이나 짙어지면
말 없이
앉았다 가면 되고
겨울 들판 하얗게 눈 덮이면
밤새
한 줄 발자욱
놓고 가면 그만이다

어쨌든 오늘같이 비 내려도
난 이 자리에 있다
몸일랑 하루하루 썩어질테고
가끔은 넋 놓아 이 산 저 들 재 뿌리겠지만
때론 질기게
또 어떨 땐 진저리치게
비 오나
눈 오거나
난 이 자리에 있다




-'13年 4月 25日
<'같이 죽어 줄게'라고 한 말, 넌 무슨 뜻인지나 아니?>



                  

『새벽』




내게 그대는 굳이 밉다는 말
할 필요가 없소
어차피 이 가슴은
미어지고
터지고
찢어져서
그대 자주 찾는
북망 하늘가 창문
너덜너덜 가화에 널어놨으니




-'13年 4月 27日
<나보고 예쁜 글 고운 글 쓰라 한다. 하지만 예쁜 가슴 고운 가슴이 아닌데 그게 어디 마음만으로 되나>



                  

『정사』




섬 한
섬 두
밤새 노를
섬 서
섬 너
저었습니다
섬 대
섬 여섯
어두운 망망 대해
까먹고
섬예
섬닐곱
세었습니다




-'13年 4月 27日
<밤새 그 얼마나 많은 나, 그 얼마나 많은 그대를 헤아렸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정사+』




내 사랑의 방
두 개의 심장 있다
소유와 존재
영혼과
육체
이성과 감정
천부의 것 학습의 것

내 사방 벽에 걸려 있는
감각
의식
다가가는 것
만지는 것
성취
희열
절망
오한
고독
공포
숨쉬는 것과
뛰는 것
터져
식고
멈추는

그리고 삶과 죽음




-'13年 5月 1日
<29년 함께하는 내 자각의 단어들이다><約束_13>



                  

『내 영혼 둘』




너 나
이러듯 완전히
하나된

너 나
그러듯 철저히
분리된




-'13年 5月 1日
<내 두 영혼은 철저히 다르기도 완전히 같기도 하다. 철저히 결탁하기도 완전히 대립하기도 한다.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른다>



                  

『친구 할래요?』




우리, 친구 할래요?
아카시아꽃 주렁주렁 열리고
찔레꽃 방실거릴
오월에
우리, 친구할래요?
파란하늘에 청산새 날고
들바람 뽀송뽀송
오월에
스무아흐렛해 사연은
시월 이야기
가슴 속에 다 묻고
가시 노래 듣고 들려 주면서
연도에 선 제비꽃들
박수 치는데
우리, 친구할래요?




-'13年 5月 2日
<청주에 한번 오세요. 아니, 와서 사세요. 더 늦기도 전에>



                  

『문득』




생각해 보니 나는
나무보다는

그 숲의 안보다는
먼발치에서
그리는
숲을
좋아하는 것 같다




-'13年 5月 2日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이제 어렴풋이 알아져 간다.-나무 밑에서->



                  

『당신 탓 아닙니다』




볼딱지에 털 하나 나왔습니다
웃기잖아요
작년부턴 눈썹에도
용뿔처럼 몇 가닥 굵게 치솟았지요
근데 그건요,
당신 탓 아닙니다
그저
제 탓입니다




-'13年 5月 3日
<볼따구니에 굵은 털 한 가닥이 삐죽 나왔다. 오늘 아침엔 그것 깎으며, 내친 김에 눈썹 정리까지 깨끗이 해 버렸다>



                  

『다행이네요』




나처럼 사세요.
행복하진 않지만,
아프지만
힘들지만
버틸 수는 있어요.
죽지 않고 살 수는 있어요.




-'13年 5月 3日
<나는 남의 말은 안 해요. 내 얘기, 내 말만 해요. 나는 자신의 얘기, 자신의 말을 하며, 내 말 들어 주고 날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 좋아요>



                  

『그 순간』




울 아부지
돌아가실 때 눈빛은
미련이었고,
울 엄니
돌아가실 때 눈빛은
공포였어




-'13年 5月 3日
<아버지는 용서하셨을까, 어머니는 아셨을까..>



                  

『참담』




우리가 끝내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건 삶입니다
아닙니다, 죽음입니다
그게 곧 존재, 즉 사랑입니다




-'13年 5月 4日
<모처럼의 서울행이다. 내 삶에서 오늘처럼 참담한 일은 또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찰칵』




돌아선 등 뒤로
비밀의 화원 문 닫힙니다
하릴없는 볼모,
내 꽃이여!
오늘은 안녕~
기약 없는
내일은
가슴 깊이 묻습니다.




-'13年 5月 4日
<참담함이야 어디 나 뿐일까. 그 영혼 내 정액 마를 때까지 버틸른가 모르겠다>



                  

『신발에 대하여』




신발 밑창이 너덜너덜하다
새 것으로 하나 사 신으면 그만이지만 굳이 아내에게 본드를 사 놓으라 했다
내 인생 여태까지처럼
뛰고 돌아든 길모퉁이에 대충 본드 발라 몇 발 더 신고 가면 될 것이다..
버티고 버티다 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내 삶처럼
신발에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13年 5月 6日
<어디 신발 뿐이겠느냐마는>



                  

『커피 마시며 문득 뒤돌아보니』




봄에는 하느님이 확 사고를 치신다
하루 아침에 녹색 물감
세상에
좌악 뿌렸뻐리는
아주 고약하기 짝 없는
사골 치시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고
어쩔 수 없어
너털너털 어이 없기만 할 밖에 없는




-13年 5月 6日
<뒷정리만 잘하고 살아도 될텐데>



                  

『내가 이런 말 안 하려 했는데, 설중매화가 올봄에도 왜 그렇게 떨며 울었는지 그대는 모르지』




매화가 피고 나면
왜 꼭
춘설이 뒤덮는지 그대는 알까
그대는 참 쉽다
그치?
삶도 트윗처럼 스르륵 지울 수 있어서

매화가 피고 나면
왜 꼭
꽃샘을 부리는지 그대는 알까
그대는 참 쉽다
그치?
사랑도 독백처럼 툴툴 만들 수 있어서




-'13年 5月 7日
<그대는 매실이 자위행위 끝에 만들어진 결실이라는 걸 모르지? 그거 아는 사람은 세상에 나 밖에 없을 걸?>



                  

『배우지 않아도 아는 것』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게 좋겠다. 그게 솔찮게 양식이 된다.
글이란 모아 두는 게 중요하다. 꼴같지 않게 그게 책이다.




-'13年 5月 8日
<비록 그게 아픔이고 슬픔이라도,
비록 그게 고독이고 주검일지라도>



                  

『한마디만 더』




정말로 그 어떤 유형(類型)의 대꾸(反響) -그게 비록 시비조(是非調)일지언정- 아무런 상대(相對)가 없는, 이를테면 진공상태(眞空狀態)에서도 과연 당신(當身)의 독백(獨白)은 작동(作動)할까?!..




-'13年 5月 8日
<차마 아직도 소인배라서 나는 이렇게 지껄인다>



                  

『한마디만 더+』




누군가에게 호의(好意)를 보이고 -그것이 고작 시비조(是非調)로 여겨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반향(反響)으로써 무시(無視)의 태도(態度)에 접촉(接觸)했음에도 불구(不拘)하고 과연 누구나 정말로, 이를테면 진공상태(眞空狀態)와 같은 결핍(缺乏)의 감정(感情)을 억누르면서까지 그냥 예사(例事)처럼 돌아서거나 그저 대할 수 있는 것일까?!




-'13年 5月 9日
<말이란 할수록 더욱 궁색해지는 모습이지만, 옛부터 말 한마디에 천량빚도 값는다던데 별 것 아닌 일로 작지만 또 하나의 상처처럼 불거지는 꼴이 되서 나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하게까지 느껴진다>



                  

『約束_14』




천부(天賦)의 것이란 열정(熱情)이라고 불리는 순수영혼(純粹靈魂), 즉 죽음을 말한다. 학습(學習)이란 몸, 즉 욕망(欲望)이라는 육체(肉體)의 고통(苦痛)스런 광란(狂亂)이며 또 하나의 가공영혼(加工靈魂), 다시 말해 연명(延命)의 성취(成就)를 말한다.




-'13年 5月 16日
<내게서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무념(無念)』




계절(季節)이 불화살을 당겨 내 심장(心臟)을 뚫고 지나가고 있다. 이럴 때는 삶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다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길 지나던 누군가가 무책임(無責任)하게 어깨를 쳐서 억눌렸던 울화통을 툭 터뜨려 놓는 것처럼 우리의 내재(內在)되어 있던 미련(未練)들을 눈물처럼 주루룩 쏟아 내는 때가 지금이다. 이럴 땐 화살이 과녁에 정확히 꽂혀 빠악하는 착성(着聲)이 들려 올 때까지 아무 생각도, 행동(行動)도 말고 우두커니 먼산만 바라보는 것이 상책(上策)인 것이다.




-'13年 5月 20日
<더이상 남아 있을 힘도 없다. 계절(季節) 뿐만 아니라 상황(狀況)도 마찬가지이다>



                  

『송고(送稿)』




돌로 내려 칠 때는 그토록은 떨리지 않았어. 아마 그래도 '그 정도로 죽기야 하겠어?' 그렇게 생각했나 봐. 근데 어느날 커터칼을 들었던 날은 정말.. 아, 세상에 내 생전 손을 그렇게 부르르 떨어 본 적은 아마 없었을거야. 눈앞이 하얗고.. 도저히 안되겠더라구. 그래도 용기를 내서 빠딱거리는 그 놈을 살짝 찔러 봤어. 하하하.. 글쎄 근데 아주 쬐꼼만 찔렀는데도 금방 빨간 피를 주르륵 흘리는 거야. 그리고 정말 어이없게도 그 놈은, 터진 풍선 모양으로 피식 꺼져 버리더라구. 그래서 그야말로 참 한심하고 별 볼 일 없는 놈은 어쩔 수 없는 거구나 하면서.. 아무튼 불쌍해서 죽이기까지는 못하겠더라구..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일 용기가 없었던거지. 세상에 그 팔 떨림.. 아! 그 요동침.. 아마 너는 이런 나를 전혀 모를거야...




-'13年 5月 23日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게 좋겠다. 그게 솔찮게 양식이 된다. 글이란 모아 두는 게 중요하다. 꼴같지 않게 그게 책이다 -'13年 5月 8日->



                  

『내 왼손 가운데 손가락의 점』




살 까닭이 있다
죽기 같이 할 사람,
있으니까.
그 사람
죽었단 소식 있기까지는
그 가치
영원할테니.




-'13年 5月 23日
<왼손 엄지가 중지 길이를 쫓을 수 없는 것처럼>



                  

『호떡 먹기』




둘이 쫄면 먹고 오다가
쫄쫄호떡 서서 먹으면 참 좋다
옛날엔 요리 못혔지
비 올 땐 빠알강 우산
같이랑 쓰고
바람 불 땐 은행나무 품속서
마주한 웃음
호호호호 히히히
종이 깍대 끝까정 한입 두입 먹다가
손끝마자 꿀침이 딱딱혀지고
손가락 절어
크크크크 낄낄낄
입술 붙으면
예전엔 요리 못혔지
칼칼칼칼 꺽꺽꺽




-'12年 11月 21日
<-청주 중앙공원 골목길에서 둘이서-('13年 5月 23日 완성)>



                  

『혼자가 좋다』




징징
찔찔
뭐 사 달라
조건
전제에
복잡하고
안 그래도 고단한 삶
피곤하고
힘든데
사랑한다 말해 달라
예쁜지 묻고
그러고도
졸졸
툴툴
그래서
나는
혼자가 좋다




-'13年 5月 24日
<단 하나, 오직 아내는 빼고>



                  

『쉽게』




사랑은 자위행위(自慰行爲)와 같은 거야. 깊고 은밀(隱密)한, 한번 시작(始作)하면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들켜서, 한 순간 소각(燒却)되어져 버리고 말고만 싶은 아주 얇은 습자지(習字紙)와 같은 거... 아니, 속으로부터 타 나오는 잘 마른 장작(長斫)나무 불꽃과 같은 거...




-'13年 5月 28日
<때로는 내 왼손만을 믿어 보고도 싶다>



                  

『전화를 받고』




희멀거니 웃고만 섰을 수는 없었어. 뭔가 한마디는 던져야 했거든. 그러고 난 후 적막이라고나 해야 할까, 한동안 숨죽일 듯 시리고 어두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이슬에 젖은 풀잎과 같이 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야...




-'13年 5月 28日
<받아야 했어. 이미 그렇게 세월이 흘러 버렸거든>



                  

『불가사의』




사람이 아무리 착하기로서니 그러한 베품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가능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게 어떤 유형의 것인지 알아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나 아마 죽을 때까지 진정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13年 6月 6日
<보고 만지고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는 나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아직 만날 수 없는 이유』




어젯밤 나는 밤꽃 얘기를 했지
넌 장미를 꺼내더라
그리운 봄날
여름처럼 비 붓던 날에도
나는 찔레꽃 향기가 좋다고 했지
넌 찔레꽃이 슬프다고 했어




-'13年 6月 8日
<희멀거니 웃고만 섰을 수는 없었어. 뭔가 한마디는 던져야 했거든. 그러고 난 후 적막이라고나 해야 할까, 한동안 숨죽일 듯 시리고 어두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이슬에 젖은 풀잎과 같이 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야...>




                  

『소망+』




새벽 어스름 동 틀 하얀 내 창문엔
찔레꽃 피어 있었다
어제는 빗물 주룩 흘러 내렸지
오늘 그 창문 곁 머뭇거리는 바람에도
꽃 하얗게 피었으면 좋겠다




-'13年 6月 13日
<내 창문에서는 겨울바람에 터실터실한 손등 비비며, 흰눈 자박자박한 얼음판에 쥐불 동동 피워서 이파리 희푸름 시든 대나무 장작 태우는 냄새, 그런 꽃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폭우가 그치고』




장마 틈에서 햇볕이 쏟아지네
뒷창엔 새소리 나리고
바람이 싱글거리네
누군 이 아침에 꿩이 홰친다 하대
어젠 꼬박 빗속을 걸었네
그 빗길 열망 뿜어
오늘은 홍역 앓다 일어난 것으로
정갈히 아침 맞았네
밑구녕까지 훑고 간 폭우야
이제 남은 나 살 날
어느 결 끝으로 죽이러 올까




-'13年 6月 19日
<폭우가 쓸고 간 흙길은 내 벗은 몸보다 죽음처럼 편안하다>




                  

『마침표』




삶 모순인 것은
분명 한쪽
천박(淺薄)하고
單純하고 無知하기 때문이다

삶 즐겁고
幸福하기까진 바라지 않는다
苦痛스러울 망정
孤獨에
죽을지라도

삶 모순인 것은
분명 한쪽
천박(淺薄)하고
單純하고 無知하기 때문이다




-'13年 6月 22日
<모든 연관된 궁금증이나 두려움들이 한꺼번에 주욱 풀려 버리는 상황은 반드시 온다>




                  

『어이야』




어이야 !
자는 사람 깨워 놓고

뭐하니?
곤한 잠 깨느라 이맛살 좀 구겼다고
토라져 돌아 누었니?
나 눈 멀뚱멀뚱 뜨고 있는데
어이야 !
넌 뭐하니?
나 옛날처럼 너
산이면 산
강에 강
데려 놀 힘 그리 많지 않다만
너는 참 꿈도 야물구나
늘그막에
자는 사람 흔들어
어이야 !

나를
어쩌려고 깨웠니?




-'13年 6月 26日
<어렸을 때처럼 너 따라 물 철벙철벙 못 건널 나를, 넌 또 뭐랄지 모르겠다>




                  

『길에서』




비 온 다음에
아스팔트 위 나뒹구는 커다랗고 징그러운 저 지렁이는
왜 하필
몇 발짝 저런 곳에서
말라 죽고 있을까?
나 오늘 지렁이 한마리 빗자루로 건져서
숲속 던져 주면서
한 발짝도 아닌 세 발짝이나
나 그대에게서 멀리 떨어졌는 이유를
생각하게 했다네
영원히
다가오지 못할 사람아!




-'13年 6月 26日
<미천한 동물이 어디 따로 있는가? 사람의 삶이란 원래 그리 하찮고 먼 것임을...>




                  

『所有와 存在가 헷갈리는 너에게』




'배웠어'
'노력했어'라는 말처럼
무책임(無責任)한 말이 또 어딨는가!
'알았어'
'만졌어', '느꼈어'라고 하라.
그것이 진정 성실(誠實)한 삶인 것이다




-'13年 6月 28日
<소유(所有)와 존재(存在)는 다 사랑이다. 실천(實踐)의 문제일 뿐>




                  

『빗길에서』




빗물은 만나고
모여
부둥켜
끌어안고
괴성 흘리며 좋아 죽겠단다
나는
빗물로 눈물처럼
바지 젖고
신발 불어도
가만
혼자서 온 세상 외로운 것을




-'13年 7月 3日
<어딜 그렇게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어느 시인은,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했다>




                  

『빗길에서+』




빗속에서 동무들과 뛰어놀 적엔
세상이 요만한 줄 알았고
빗속을 그들과 함께 걸었을 때는
세상이 온통 내 것인 줄 알았다
이제 빗속에 혼자 서 있으니
세상은 참말 황망하기만 하구나




-'13年 7月 3日
<요즘 비는 성깔이 보통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갈기갈기 다 찢어 놓고야 마는...>




                  

『휴일 아침에』




죽은 듯한 잠에서 깨어
해는 중천인데
빨가벗고 엎드려
턱 괴고
삶은 일고 지고
이 아침
덩그마니
혼자
외롭다

흰꽃 도라지꽃 나래는
정결한 내 삶의
헝클어진 매무새
창밖에
안개 피고 지고
이 아침
시선 붉어
혼자
외롭다




-'13年 7月 6日
<그 숱한 말들도, 그 많은 짓거리도 한꺼번에 텅 빈 헛간으로 수렴하는 순간을 맞는다>




                  

『고독 여행』




헤집고
풀고



바다
밤과 낮
숱한

찟고


발겨
돌고 돌아
헛물켜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13年 7月 6日
<내 삶 미친 것처럼 돌았다. 아니, 미쳐서 돌았다>




                  

『죽은 듯이 살자』




꽃 피면 웃다
지면
따라가면
그 뿐
비 오면 벗고
젖어
빗속 가면
그 뿐
슬프달 거 없고
외로워 목마를 거 없고
칠흑 밤에 홀로
찬 달빛
뜨락에
서서
꽃씨 떨면
무심코
보고
핏비 오면
눈감고,

죽은 듯이 살자




-'13年 7月 6日
<심장 끊고 호흡도 자르고 긴 손가락 하얗게 오무리고 살자>




                  

『여행을 마치고』




참 멀고도 긴 여행을 마치고 왔다. 어떤 여행이든 집에 돌아와 느끼는 것은 결코 집만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가족, 그리고 그 안락함이란 종교만큼이나 위대하다.
어쨌든 이번 나의 거칠고도 모진 여행은, 삶이 허망하다 고독을 느낄 때에 누군가가 불러서 나간 여행이었던 것 만큼, 시작은 뜻밖에 장대했으나 끝은 결국 비참한 몰골이었다. 이런 여행의 기회가 다시는 없겠지만 앞으로 또 누군가가 불러내는 일이 있어도 결코 흔들리지는 않으리라!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적지 않아 많다. 생전 꿈에서도 결코 먹어보지 못한 찬란한 곳에서 성대한 육욕의 것도 먹어 봤고, 마치 타락처럼 보이는 환상적 삶의 쇼도 흠뻑 체험했다. 무엇보다 가장 거나한 성과는 가시나무 산과 들, 그것도 폭우와 폭설 속에서 벗고 쏘다니며 내 육체를 제물로 한 숭고한 영혼 바베큐 파티를 벌이며, 나름대로는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내적 자산을 하나 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에 돌아와 여행의 종지부를 찍으며 갖는 내 생각은, 다시는 외로움의 그늘, 고독함의 그 어떤 종류의 그물에도 걸려들지 않겠다는 것, 원래 삶이란 외로워서 사는 순수라는 것, 본래 사람은 고독함이라는 영원한 원동력으로 산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아침에 나는 말한다. 이번 여행은 어젯밤에 꾼 생생한 꿈처럼 끝내 아름다웠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보다 시리고 보다 정제된 머리로써 내 뜰의 마당을 걷겠노라고! 아니, 보다 따뜻하고 보다 정결된 가슴으로 남은 삶을 살겠노라고! 이제야말로 내 인생 최후의 진정 준비된 여행을 맞이할 것이라고!...




-'13年 7月 7日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을지도 모를 약 4년간의 길고 먼 여행을 마쳤다. 수도 없이 많은 가시에 찔렸고, 엄동설한에 언 심장 발로 차여 가며 심통도 많이 앓았다.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 그래, 내 생이란 원래 그런 폭설의 가시밭 길가에 살아 있는 작은 한줄기 풀뿌리인 것을.. 그래서 이 아침처럼 조용한 세상에도 붉게 떠오르는 태양 아래 쉽게 닳아 오르는, 얇고 푸른 공기같은 저 작은 떨림일 밖에 아니라는 것을...>




                  

『빗속의 장미』




빗속에 장미 폈다
붉게 입술 젖어
그대 참 열심히 산다
어여쁘게
나 그렇게 말하면 그대는 뭐라 답할까
나도 열심히 살았다
철길에서
하아,
그 때 누군가도 내게 그렇게 묻곤 했지
나는 뭐라 답했더라
허공처럼
뚫린 가슴
빗속에 장미 폈다




-'13年 7月 8日
<때로는 너처럼, 비 오는 허공만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한가운데에 핀 여귀꽃을 말함』




가지가 빗줄기에 떤다고 해서 얼굴이 파랗게 상기될 일은 없다
태풍에 쓰러진 소나무의 찢어진 가지에서 질질 송진이 떨어진다고 해서 뜨겁게 몸을 끈적일 일도 없다
지난 겨우내 사람의 심장 다 얼렸던 시린 겨울산만이 저만치 녹아서 흰 발바닥 밑 까만 찰흙 질척해 적시며 전신에 돋아나는 소름을 말갛게 솟게 하는 일에 몰두할 뿐이다!
지지난해 봄 처진 사타구니 밑으로 흘렀던 폭설의 깨진 함성처럼 떨어져 나뒹굴던 매화꽃들은 기억조차 먼 여행으로부터 아직 돌아오지를 않았다
사랑이라는 꽤 기막힌 오해의 꽃은 이 계절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우리의 뜰을 찾아 온다
이로써 나 죽음의 감각은 오므라지고 고독은 외로움이라는 대명사에 핀 들꽃 잘은 꽃받침처럼 까칠한 잔가시만을 품어 주면 되는 것이다




-'13年 7月 12日
<장마로 불어난 논두렁에 핀 여귀꽃들이 올해는 더 예쁘고 신비스럽기만 하다>




                  

『알긴 했지요』




정말 따뜻한 세상이 더 많다고 했지요
집에 계신 칠순의 당신께서는
꿈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그리며 희망을 사시는 영원한 청년이라고 하였지요
그게, 물고기자리는 생일이 봄에 있다고 하는 것과는 어떤 상관이 있는 얘긴지,
어제는 미처 몰랐죠
여귀꽃 들판에 불그락푸르락 핀 오늘에야
제가 그 말의 뜻 알았지요
제가 눈치가 없지요




-'13年 7月 12日
<감각을 좀 흐리면 좀 살아지겠죠. 솎고 자르고 뽑아 문대서 어느날 아주 흐려지는 일 올테죠>




                  

『혹(或)』




혹여
당신이 아프다고 하면
나는 손을 어찌 갖어야 할지 모릅니다
산처럼
뒷짐으로 지어야 할지
두 손에
모아야 할지
당신만은 살아야.
다만 내가 고독할 뿐입니다
혹여
당신이 슬프다고 하면
나는 심장 차마 멈춰야 할지 모릅니다
물처럼
병에 담아 얼려야 할지
솥에다
끓여야 할지
오직 당신 까닭에.
그저 삶이 외로울 뿐입니다




-'13年 7月 13日
<삶이란 다만 외롭고 고독할 뿐.. 그저 가족과, 더없이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서 산다>




                  

『자존(自尊)』




사랑이 아니고서는
누구와도
단순한 육체 결합
심지어 영혼의 합치는
끝내
상상할 수 없다
기어코
외로움과
고독의 재에서
어이없게도
산꽃과
독가시를 품은
극히 천박하고도
저속한 나를
죽음 지경에 자각한다
다행이다
아!
심지어
이제 나를 사랑한다




-'13年 7月 14日
<'자각(自覺)'은 끝내 놓지 말아야 한다 -내 아무리 낮아져도.. 내 아무리 날 버려도..->




                  

『빗속 머언 얘기들』




홍수에 세간살이가 몽땅 잠겼단다
요즘도 그런 일이 있구나 싶다
창밖 대추나무는 빗속에서 머쓱한다

애들이 등골 빼먹어 살기 힘들단다
아직도 그렇게들 사는가 보다
창밖 젖은 바람에 흰머리가 눅눅하다

정치판 말장난들 적잖게 속 보인다
세상사 그럭저럭 흐르지 한다
창밖 빗속 공원에 들고양이 서성인다




-'13年 7月 14日
<'자각(自覺)'을 끝내 놓지 말아야 한다 -어느 것,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다만 내 자각만이 나를 믿게 해 줄 것이다..->




                  

『비 그친 아침에』




출근길이 깨끗합니다
도로의 가로수는 푸르다 못해 검습니다
들판에 이는 바람도
희뿌연 하늘 밑
방긋이 웃고 선 참숯마을 담
수줍은 나팔꽃들도
다 새롭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우연을 놔두고
진정한 소망과 기다림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얼마나 될까요
그대가 원한 바로 그 때에
비는 정말 오고
그야말로 흰눈은 진정 내려 주던가요
바란 바만큼 꽃피고
새가 울던가요

젊은 시절, 절절한 소망
성공 앞에서
그대 정녕 바란 바 폭우 속에서
딱 한번은 축배 들 수 있었겠지요
통념의 계절, 엄동설한의 꽁꽁 언 들판에서
그녀와 나눈
뜨거운 정사의 념
진실로 기다렸던 바 폭설
또다시
기회 올까요

오늘같이 출근길 촉촉하고
아름다운 날에는
배롱나무 하늘가지 빨간 채 흔드는 바람도
비닐우산에 하의실종 나팔꽃까지도
세상 다 이루고 거둬 낼
우연들마냥
다 쉬워 보이는데도요




-'13年 7月 15日
<내가 세상에 난 것과 우연히 빵 한조각 얻은 것, 길에서 예쁜 꽃 한송이 만난 일에도 우리는 다 감사하고 충실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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